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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건강] “실명 부르는 녹내장, 치매 위험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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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경 이상이 뇌신경에도 영향…”1년마다 안과 검진으로 조기진단·치료가 최선”

녹내장 환자의 시야손상
녹내장 환자의 시야손상

[서울대병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녹내장은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신경(시신경)의 이상으로 시야에 결손이 생기는 질환이다. 예컨대, 사람이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볼 수 있는 범위가 전방 180도 정도라면 이 중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겼다는 의미다.

이런 시야 결손은 어느 날 갑자기 급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은 서서히 발생한다. 녹내장을 스스로 알아채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녹내장은 내버려 두면 점차 실명으로 진행할 위험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 더욱이 최근에는 녹내장이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서울대병원 안과 김영국 교수팀이 대한안과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8개국에서 497만5천325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18개의 역학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녹내장이 치매 발생 위험을 평균 31% 높이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녹내장과 치매가 신경퇴행성 질환의 특징을 공유한다고 봤다. 녹내장으로 인한 망막신경절세포(RGC)의 손실이 결국 뇌신경 손상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인지 장애를 부르고, 결국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녹내장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해야만 실명뿐만 아니라 치매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녹내장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눈의 둥근 형태를 유지하는 ‘방수’라는 액체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서 눈의 압력, 즉 안압이 높아지는 것이다.

안압이 상승하면 눈은 공기를 빵빵하게 넣은 타이어처럼 부풀어 오르게 되면서 시신경을 훼손한다.

그렇다고 안압만으로 녹내장을 진단할 수는 없다.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시신경유두가 물리적 압박을 받거나, 혈류 장애 등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녹내장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정상안압 녹내장’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환자가 전체 녹내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강자헌 교수는 “정상안압 녹내장의 시야 손상은 생각보다도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증상을 눈치채기가 어렵다”면서 “시신경이 80~90% 손상돼도 증상을 모르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녹내장 중에서도 방수 유출로가 완전히 막히는 ‘폐쇄각 녹내장’은 급격한 시력 손실로 진행할 수 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면서 구토를 동반하거나 눈 주위 통증과 충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72시간(3일) 이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시신경이 손상돼 실명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안과 검진
안과 검진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녹내장은 그 종류에 따라 치료법도 다르다.

정상안압 녹내장의 경우 안압이 정상이라도 안압을 조절해 시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서 더 이상의 시신경 손상을 막아야 한다. 만약 약물로 안압을 조절하는 게 힘들 때는 방수 유출로인 섬유주를 수술하는 레이저 섬유주 성형술이나 섬유주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다.

폐쇄각 녹내장은 빠른 치료로 안압을 떨어뜨려 시신경을 보존하는 게 관건이다. 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맥주사와 함께 안약을 사용하며, 안압이 내려가면 레이저 홍채 절개술 등을 통해 방수가 배출될 길을 내주게 된다.

녹내장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주기적인 검진으로 조기에 녹내장을 발견하고 치료를 빨리 시작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처법이라는 얘기다.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하는 대상은 40세 이상, 고도 근시, 당뇨병, 고혈압, 가족력, 6개월∼1년 이상 스테로이드 사용 등이 해당한다.

또 계단을 헛디디거나 자주 넘어지고, 낮은 문턱에 머리를 부딪히거나 운전 중 표지판과 신호등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녹내장을 의심하고 안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바람직하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는 40대 이후부터 발병률이 높아지기 시작해 60대 이상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녹내장으로 손상된 시신경은 되돌릴 수 없는 만큼,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으로 시신경이 더 망가지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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