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청담동 심혜진 기자] 김하성(28)이 결국 시상식에서 불참했다. 한국 최초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김하성을 축하하는 마지막 시상식이었는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구회는 8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 베르사이유홀에서 ‘2023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일구회는 특별공로상 수상자로 김하성을 선정했다.
올 시즌은 김하성에겐 뜻깊은 한 해였다. 1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38도루를 기록하는 등 공수에서 한층 발전된 기량을 뽐내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한 시즌 최다 도루 신기록을 세운 김하성은 무엇보다 수비에서 빛났다. 주로 출전한 2루수는 물론 유격수와 3루수로도 출전하면서 빈틈 없는 수비 능력을 과시했다. 이처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가치를 드높인 김하성은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대기록이다. 한국인 최초일뿐만 아니라 아시아 내야수로도 처음 수상하는 황금장갑이다.
그리고 금의환향했다. 지난 10월 귀국한 김하성은 공식 기자회견과 방송 활동 그리고 각종 시상식 등에 참석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행보에 제동이 생겼다. 최근 폭행 진실 공방이 불거졌다.
사건은 2년 전에 발생했다. 김하성은 키움 소속 당시 후배 선수인 임혜동과의 술자리에서 실랑이가 있었고 후배 선수는 폭행을 빌미로 합의금을 요구했다. 김하성은 상당의 합의금을 지급했지만 임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금품을 요구하자 김하성은 그를 고소했다.
김하성의 소속사인 서밋매니지먼트는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보도된 바와 같이 김하성은 후배 선수로부터 지속적인 공갈, 협박을 당했다. 이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고, 어제(6일) 자로 경찰서에 출석해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러자 임혜동이 나섰다. 그는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7일 오후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를 주장했다.
양 측은 첨예하게 대립하며 진실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하성은 고심 끝에 이날 시상식에 불참했다. 시상식 관계자는 “오전까지 고민하다가 불참을 알려왔다”고 설명했다. 일구회 시상식은 해외파에게는 마지막 시상식이다. KBO가 주최하는 골든글러브 시상식만을 남겨놨기 때문이다. 김하성에겐 마지막으로 공식 행사에 나서게 되는 것인데,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김하성의 불참으로 행사 진행이 잠시 꼬이기도 했다. 시상을 맡은 정근우가 단상에 오르려하자 진행자들은 이를 저지했다. 수상자 김하성만 발표하고 다른 시상으로 넘어가려는 듯 했다.
단상에 올라갔다가 내려간 정근우가 머쓱해하자 진행자는 정근우에게 양해를 구한 뒤 다시 무대로 올라오게 했다. 비록 시상은 하지 못했지만 정근우는 “올 시즌에는 유틸리티로 골드글러브를 받았지만 내년에는 유격수로 받기를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내려왔다.
은사와의 만남도 불발돼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박건수 성남 대원중학교 감독이 아마지도자상을 수상했는데, 부천중학교 시절 김하성을 지도했던 은사다.
김하성의 불참으로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고 박 감독은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라고 김하성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시상식 후 김하성 측은 공식 입장문을 냈다. 김하성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최선은 “김하성이 일방적으로, 그리고 상습적으로 상대 선수를 폭행하였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상대 선수는 본인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식으로 고소장을 제출하라. 김하성은 성실히 결백함을 밝힐 것이며, 허위 내용 고소에 대해서는 무고의 책임을 철저히 묻겠다”고 강력하게 입장을 전했다.
어느 해보다 행복한 시즌을 치르고 돌아온 김하성은 많은 축하 속에 연말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폭행 진실 공방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암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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