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2년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 석사 / 1991년 LG 회장실 입사 / 1999년 LG텔레콤 입사 / 2010년 LG텔레콤 강남사업부 부장, 상무 / LG텔레콤 영업전략담당 상무 / LG 경영관리팀 팀장, 전무 / 2013년 LG유플러스 MS본부 본부장, 전무 / 2015년 LG유플러스 PS본부 본부장, 전무 / 2017년 LG유플러스 PS본부 부문장, 부사장 / 2020년 LG유플러스 컨슈머사업총괄 사장 / 2023년 LG유플러스 현 대표이사
[한국금융신문 이주은 기자] 국내 통신업계는 ‘3강 체제’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개 통신사를 주로 이용한다. 일정한 파이를 놓고 경쟁하는 만큼 3개 회사 모두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3사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LG유플러스 절실함은 남다르다. 업계 ‘만년 3등’이기 때문이다. 그 절심함이 통한 것일까.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덕분인지, LG유플러스 유쾌한 반전이 비로소 시작됐다.
LG유플러스에 불기 시작한 ‘새바람’은 뼛속까지 ‘통신통’인 황현식닫기황현식기사 모아보기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황 대표는 1962년생으로 한양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 석사를 수료했다.
황 대표가 LG그룹에 첫발을 들인 건 1991년. LG 회장실에 입사한 그는 1997년 컨설팅 기업 PW&C로 잠시 옮겼다가 1999년 현재 LG유플러스 전신인 LG텔레콤 부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강남사업부장, 영업전략담당 등을 역임하면서 영업 역량을 꾸준히 쌓았다. 이후 LG유플러스에서 험지로 꼽히는 개인고객총괄 PS부문장과 컨슈머사업총괄을 거치며 ‘1등 LG유플러스’를 향한 전투력을 키웠다.
황 대표는 취임 초반부터 업계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LG유플러스 처음으로 내부 승진을 통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간 LG유플러스 수장은 LG전자 등 그룹 내 주력 계열사 임원이나 외부 고위 관료 출신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
‘영업통’ ‘통신통’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그가 20년간 LG유플러스에 몸담으면서 뼈져리게 느낀 건 고객 중심 영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황 대표 특유의 고객 중심 철학은 오랜 시간 현장에서 직접 뛰며 쌓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 철학을 바탕으로 황 대표는 단기적 성과보다 고객 중심 경영으로 충성고객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자신의 고객 경험을 내세우면서 고객의 불편한 지점을 신속하게 고치고 니즈는 빠르게 반영해 LG유플러스 ‘찐팬(충성 고객)’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들을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 더 큰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었다.
황 대표는 ‘찐팬’을 만들기 위해 고객의 불편한 점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꾸준히 선보였다. 고객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불편 사항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회사가 전사적으로 추진한 ‘Why Not? (와이낫)’ 캠페인도 찐팬 만들기 일환이다. ‘안될 게 뭐 있어’라는 생각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고, 임직원에게는 과감한 도전을 강조하는 사내 캠페인이다. 고객 불편을 해소하고 기대하지 못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장기고객과 접점을 늘리고 있는 것도 찐팬 전략 일환이다. 황 대표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장기고객 케어 등 고객 중시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LG유플러스는 5년 이상 가입 고객을 장기고객으로 보고 데이터 무료 쿠폰이나 U+서비스 체험 쿠폰, 해외 로밍서비스 할인 혜택, 모바일 정기점검 등 다양한 혜택을 지원했다. 또 장기고객 대상으로 야구 경기나 시사회 초청 이벤트를 전개하는 등 공격적인 온·오프라인 마케팅도 펼쳤다.
이러한 황 대표 노력은 LG유플러스 해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해지율이란 평균 가입자(전월 가입자와 당월 가입자 평균) 대비 해지 건수 비율을 말한다.
LG유플러스 연평균 해지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9년 1.46% ▲2020년 1.44% ▲2021년 1.36% ▲2022년 1.08% 등이다. 올해 3분기에는 1.05%로 더 낮아졌다. 해지율이 가장 낮은 통신사를 만들겠다는 황 대표 목표가 실현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급기야 수십년간 이어지던 통신업계 점유율 순위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체 MNO(이동통신) 가입 회선은 LG유플러스가 1801만6932개로, KT(1713만3388개)를 앞질렀다. 두 업체 간 순위가 바뀐 건 1996년 LG유플러스 창립 후 27년 만이다.
주 소비층으로 성장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을 겨냥한 서비스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황 대표는 이동통신사에 대한 선입견이 다른 세대보다 비교적 덜한 만큼 LG유플러스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MZ세대에서 사업 확장 가능성을 본 것이다.
대표적인 게 맞춤형 플랫폼 ‘너겟(Nerget)’이다. 너겟은 통신 생활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모바일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LG유플러스는 너겟 첫 번째 서비스로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5G 요금제 16종을 선보였다. MZ세대 고객층을 확장함과 동시에 5G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너겟 요금제는 데이터 구간을 저용량인 1GB부터 2GB 단위로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월 3만원에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부터 월 4만원에 데이터 24GB를 제공하는 상품까지 다양하다. 요금제 변경이나 해지도 자유롭고, 잔여 일수나 데이터에 따라 환불받을 수도 있다. 통신패턴이 다양한 젊은 세대들이 자유롭게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이들을 고객으로 유입한다는 복안이다.
지난달부터는 5G 너겟 요금제에 가입한 청년을 대상으로 최대 11GB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무제한 데이터 1종을 제외한 나머지 15종에 가입한 고객에게 1GB부터 9GB까지 저용량 구간은 기존 제공량의 2배를, 10GB 이상 구간은 11GB를 추가로 제공한다. 스스로 통신비를 해결하는 청년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로, 만 19세부터 29세 청년이 대상이다.
너겟 요금제 가입 고객을 위한 멤버십 혜택도 따로 마련했다. 바로 ‘엑스템’이다. 여러 지역 핫플레이스의 무료·할인쿠폰으로 청년들의 오프라인 경험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첫 엑스템 혜택은 연남동과 연희동 일대 핫플레이스를 경험할 수 있는 ‘연연패스’와 서울 커피 맛집을 즐길 수 있는 ‘로스터리 카페 패스’다. 고객 경험의 확장으로 통신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오프라인 고객 경험을 혁신해 나간다는 취지다.
젊은 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도 지속 발굴하고 있다. 최근 불처럼 번지고 있는 짧은 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황 대표도 LG유플러스 산하 콘텐츠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엑스플러스유’를 앞세워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황 대표가 주목한 건 20~30분 분량 ‘미드폼’ 영상 콘텐츠다. 국내 시장에 아직 두드러지는 미드폼 강자가 없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엑스플러스유는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여러 장르 미드폼 영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아시아 최대 영상 콘텐츠 마켓인 ‘BCWW 2023’에 참여해 국내외 협력사들에 여러 콘텐츠를 선보였다.
지난 4일 첫 공개한 미드폼 드라마 ‘밤이 되었습니다’는 방송 전부터 해외 수출을 확정지으며 해외 진출 신호탄을 쐈다.
황 대표는 MZ세대들과 만남을 위해 오프라인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 서울 강남대로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이자 소통커뮤니티 공간 ‘일상비일상의틈(이하 틈)’이 대표적이다. 지상 6층, 지하 1층 건물에 LG유플러스 서비스와 MZ세대를 겨냥한 전시와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특색 있는 콘텐츠로 ‘강남 데이트 코스’라고 입소문이 나면서 틈은 지난 3월 기준 누적 방문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올 초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과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따른 인터넷 장애 등 사태도 빠르게 수습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 해커에 의해 약 60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음을 확인했다. 중복되는 건을 제외하면 약 30만 건에 대한 개인정보가 해커 손에 들어갔다. 당시 고객 인증시스템의 서비스 운영 인프라와 보안 환경이 불법 침입에 매우 취약한 상태였던 게 원인이 됐다.
황 대표는 사고 발생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인정보보호와 디도스 등 사이버 공격 대응과 보안·품질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사이버 안전혁신안’을 발표했다. 당시 회사는 전사정보보호·개인정보보호책임자(CISO·CPO)를 CEO 직속으로 강화하고, 영역별 보안 전문가를 영입해 조직 역량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 연간 정보보호 투자액을 3배 늘린 1000억원으로 확대한다고 했다. 피해 고객에게 보상을 확실히 할 뿐만 아니라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교체와 스팸전화알림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추락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는 안팎의 평가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황 대표는 2024년 LG유플러스 정기 임원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황 대표는 앞으로 3년간 LG유플러스를 이끌게 된다.
황 대표는 지난해 발표한 ‘유플러스 3.0’ 전략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유플러스 3.0은 기존 사업의 플랫폼화를 추진하는 전략이다.
이 일환으로 회사는 ▲통신의 디지털화와 루틴·구독 서비스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미디어 시청경험 기반의 ‘놀이 플랫폼’ ▲아이들나라 기반의 ‘성장케어 플랫폼’ ▲SOHO·SME·모빌리티 등 B2B사업의 플랫폼화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제공 중인 서비스를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서다. 다양한 고객 플랫폼을 중심으로 고객과 접점을 늘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뛰어난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AI(인공지능)와 데이터 기반 사업은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사에서 AI·데이터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AI·데이터과학 개발을 담당하는 전병기 AI·데이터사이언스 그룹장을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황 대표는 AI와 IDC(데이터센터) 등 신사업을 강화해 2027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이를 위해 신사업 투자 목적으로 자회사인 유플러스홈서비스를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주은 기자 nbjesu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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