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자세히 보러가기
안녕하세요. 저는 결혼 13년 차로 남편과 단둘이 7년째 제주에 살고 있습니다. 2022년 4월에 새로 지은 집에 입주해 1년 넘게 살면서 이제야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어요.
2016년 1월 무작정 차에 짐을 실어 제주에 내려왔어요. 오래된 구옥을 임대해 장사를 하려고 했는데, 돌창고와 귤 밭만 있는 이곳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숙소로 돌아가서도 여기가 계속 생각나 매입을 결심했어요. 구하기 어려운 돌창고가 있는 데다가 평수가 작은 토지도 드물었기 때문이었어요.
귤 나무가 있어 뜻밖의 농사를 지었고, 돌창고를 리모델링해 카페 ‘알맞은 시간’의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근처에 구옥을 빌려 직접 리모델링해 연세로 거주하고 있었는데, 계약 종료 1년을 앞두고 거취를 고민하다가 귤 나무를 뽑고 그 자리에 집을 짓기로 했습니다.
카페 일을 하면서 농사짓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고, 현실적으로 다른 집을 새로 매입하는 것보다 있는 토지에 집을 짓는 게 비용이 적게 들었거든요.
그렇게 집이 완성되었고 집과 함께 지은 숙소와 카페를 운영하며 제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1. Before
집 짓기 전
단둘이 거주할 19평의 작은 집으로 1년 가까이 설계를 했어요. 바로 맞은편에는 조금 더 작은 14평의 숙소도 함께 지었습니다. 막연하게 집을 짓는다면 도시에서 살았던 아파트가 모두 콘크리트였기 때문에 목조 주택이었으면 했어요.
2. 건축 과정
제주도의 특성상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가 많고, 지대가 낮은 편이라 기초 바닥을 많이 높였습니다. 제주에서는 주변에 비해 낮은 지대에 있는 집들이 바람의 피해를 덜 받을 수 있어서 이런 터의 인기가 좋다 하더라고요.
외부는 기존에 있던 돌창고와 어울리되, 별도의 공간으로 보이고 싶어 종석 미장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기술자의 능력치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고 해서 종석 미장과 텍스쳐의 표현이 비슷한 sto로 마감했습니다. 거친 느낌을 표현할 수도 있고 외벽 단열도 가능한 자재에요. 색깔은 돌창고와 비슷한 톤으로 골랐습니다.
3. After
집 지은 후
목조주택은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해 냉난방비가 절약되는 장점이 있어요. 집이 숨을 쉬고 있는 것 같아 심리적으로도 안정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작은 평수를 답답해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
1. 높은 천장
2. 스킵 플로어
3. 문을 없애거나 문에 창을 만듦
4. 바닥 마감재의 소재를 다르게
저희가 설계하고 시공하면서 적용했던 것들입니다. 작은 집의 건축과 리모델링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4. 도면
설계도입니다. 땅 모양에 따라 약간 꺾인 모양이에요. 작은 평수라 답답하지 않게 천장을 높이고, 스킵 플로어 구조로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집에 온 사람들은 19평보다 더 넓은 공간감을 느끼더라고요.
딱 둘이 살 수 있을 정도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구조입니다.
5. 건물 외관
단열이 효율적이며 바람에 잘 견딜 수 있게 창호를 신중하게 선택했어요. 주변이 온통 밭이라서 다양한 벌레들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인데 구옥을 고쳐 살아보니 미닫이 창호는 벌레 유입을 차단하는데 취약했거든요. 그래서 여닫이문과 독일식 프로젝트 창문 위주로 구성했습니다.
마당에 잔디는 관리 이슈로 일부만 깔았어요. (이 부분도 관리하는 건 쉽지 않지만..) 약을 치거나 잔디를 깎을 때 장비 이동이 편리하게 다니는 길은 콘크리트로 내주고 나머지는 석분으로 마감했습니다.
바깥 쪽 건물은 함께 지은 숙소 ‘녹음실 제주’입니다. 입구에 커다란 녹나무를 심었어요.
6. 현관
현관은 제주의 바람과 태풍에 견딜 수 있게 단단한 창호로 골랐어요. 잠금장치 없이 바로 문을 열 수 있고 그 안에 있는 중문에 도어록을 달았어요.
비와 바람이 무자비하게 내리는 날에는 주저 없이 실내로 대피할 수 있습니다.
현관 바닥 타일을 코팅이 안된 제품으로 골라 금방 더러워지고 잘 닦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바닥 전체를 코일 매트로 깔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기능에 맞는 타일을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현관에는 신발장을 포함한 수납장을 짜 넣었습니다.
신발장은 낡고 잘 신지 않는 신발을 버려야 새로 살 수 있다는 규칙을 세워 기본 수량에 맞춰 최소한의 칸을 만들었습니다. 나머지 칸은 수납용으로 캠핑 의자, 우산 및 숙소에 필요한 소모품, 생필품들을 보관하고 있어요.
현관에 빛이 잘 들어올 수 있게 천창을 달았습니다.
중문을 열고 들어오면 왼쪽에는 침실과 옷방, 정면에는 세탁실, 오른쪽 계단을 통하면 거실 겸 주방과 화장실이 있습니다.
7. 거실
계단이 있는 벽에는 예쁜 조명을 달고 싶었어요. 정작 이 등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허전해 보이는 벽에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내부 벽은 페인트로 마감했어요. 도장은 나무 사이 이어진 부분에 퍼티를 정교하게 바르고 말리는 작업이 오래 걸려요. 그리고 페인트도 여러 번 발라야 하는데 완벽하게 말리고 덧발라야 해서 날씨가 작업 기간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벽지를 바르면 시공 기간이 단축되어 비용도 적게 들어 시공 예산에서 가장 많이 줄일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포기할 수 없어서 다른 부분에서 아끼기로 하고 도장으로 진행했습니다.
과정은 번거롭고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무척 마음에 듭니다. 벤자민 무어 크림 아몬드 색으로 했어요. 하얀색보다는 약간의 미색이 자연스럽게 따뜻한 분위기를 내줍니다.
페인트 마감의 특성상 작은 긁힘에도 흔적이 생겨서 처음에는 조심하게되고, 페인트와 붓을 늘 보이는 곳에 두고 틈만 나면 칠했는데 이제 작은 생활 자국들은 흐린 눈으로 보게 되네요.
계단 옆쪽으로는 텔레비전을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는데 이어진 벽을 라운드 처리해 기둥처럼 보이게 했어요. 이 부분으로 인해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공간감이 부각되는 것 같아요. 텔레비전이 인테리어에 방해가 될 것 같아 없애려고 했지만 또 없으면 아쉬울 것 같아 최대한 존재감 없이 배치할 방법으로 현관의 신발장 뒤로 남는 공간을 활용했어요.
텔레비전은 결혼할 때 선물 받은 제품으로 13년째 사용 중이에요. 가전제품에 특별한 욕심 없이 고장날 때까지 사용하는 편이에요. 이사 오기 전에 노이즈가 많이 생겨 곧 고장 날 것 같았는데 이사 후에 감쪽같이 노이즈가 없어졌어요. 아마도 이 텔레비전이 고장 나 수리할 수 없게 되면 OTT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콤팩트한 스탠드형 제품으로 바꾸게 될 것 같아요.
위쪽 남는 공간에는 수납장을 만들었고, 블라인드를 설치해 가렸어요. 그리고 손님이 올 때나 텔레비전을 보지 않을 때는 바닥까지 내려둡니다.
천장에 시스템 에어컨을 달았어요. 꺾인 일자 구조라서 집의 가운데 부분에 설치했고, 박공 지붕이라 어떤 모양으로 만들까 고민하다가 NBA 경기장 전광판 모양이 생각나 목수님들과 상의해가며 만들었어요. 목수님들은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당황해하셨지만 완성하시고 저희보다 더 뿌듯해하셨어요.
에어컨을 한 대만 설치해서 방 쪽으로 찬바람을 효율적으로 보내고 싶어 실링팬을 달았어요. 실제로 사용해보니 냉난방 기능을 증폭시키고 에어컨 틀기에는 춥고 끄기에는 더운 애매한 날씨에 적당하게 좋아요.
선풍기를 두지 않고 실링팬으로 해결 가능하고요, 창문을 열지 않아도 식물에 통풍 효과를 줄 수 있어서 거의 모든 시간 실링팬을 틀어놓고 있답니다.
거실의 꺾인 통창에는 커튼을 달고 나머지 창문에는 벽색과 비슷한 아이보리 계열의 블라인드를 달았어요. 커튼을 달 위치를 미리 정하고 내장 마감할 때 커튼 박스를 추가해 시공했어요. 커튼 레일이 보이지 않는 깔끔한 벽이었으면 했거든요. 보통 설계도에는 내장 마감에 대한 세부적인 표현이 잘 안되고 현장 상황에 따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워낙 정신없고 결정할 것들이 많아 구두로 정한 내용들은 현장 소장도, 건축주도 챙기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거든요. 저희는 일터인 카페 바로 옆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매일 모든 공정을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놓치는 부분들이 생겼어요.
결정해야할 것들을 빠르게 정하고 원하는 것들을 바로 적용할 수 있었지만 보통의 건축 현장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시공 전에 세부적인 내용들을 꼼꼼하게 협의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거실과 방 모두 간접 등도 시공했어요. 환한 매입등보다 따뜻한 색의 간접등을 주로 사용합니다.
실제로 한 공간이긴 하지만 바닥 마감재만 다르게 해도 공간 구분이 되어 넓게 보이는 효과가 있어요. 싱크대와 테이블 자리는 타일 마감을, 그 외 거실 부분은 구정마루 강마루로 마감했어요.
계획한 부분을 시공할 때 사이즈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되는 점이 중요해요. 내장 작업을 하면서 면적이 조금씩 변화가 생기거든요. 싱크대의 끝 선이 타일 끝 선보다 더 나올 뻔했는데 다행히 가구 제작 대표님이 최종 답사 때 체크해 주셔서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거실에 채광이 골고루 될 수 있게 빈 벽에 가로로 픽스 창을 만들었어요. 창이 방향 별로 있으니 해의 움직임에 따라 골고루 빛이 들어와 목조 주택의 열효율이 좋아지는데요, 이 부분의 창은 옆집의 창과 높이가 비슷해 대부분 블라인드로 가려놓고 있어요. 이런 점들을 미리 알았다면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창을 내도 좋았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설계 시 타일 마감 자리가 다이닝 공간이었고 그 자리에 테이블을 두었어요. 짜인 공간에 테이블이 있는 게 안정적으로 보였고요, 하지만 둘이 사용할 때는 괜찮았는데 손님이 오면 안쪽 자리에 왔다 갔다 하는 동선이 비좁아서 불편함이 있었어요.
지금은 빈티지 스피커와 앰프를 구입하면서 테이블과 소파 위치를 바꿨어요. 소파가 짜인 틀 안에 있는 것도 아늑한 느낌이에요.
거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파잖아요? 릴렉스 체어를 두 개 둘까 고민하다가 누울 수 있는 푹신한 소파가 더 편할 것 같아 고른 제품이에요. 각자의 공간이 구분되지 않았지만 침실의 책상이 저의 공간이라면 소파는 남편의 공간이라 남편이 원하는 형태로 결정했어요.
4인용 모듈형이라 가구 배치를 할 때마다 자유롭게 모양을 바꿔 사용하고 있습니다. 패브릭 제품이라 살짝 주저했었는데 오염된 부분은 젖은 행주로 닦아내면 잘 지워집니다.
집을 한 번 짓고 나서 ‘다시는 하지 않을 거야’ 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어느새 ‘다음에 집을 짓는다면~’이라고 말하며 아쉽고 보완하고 싶은 요소들을 찾게 되네요.
아직 멀었지만 미니멀한 삶을 지향하고 있어요. 예쁘고 쓸모없는 것들도 많이 사 모아 진열해두기도 했는데 결혼 후 여러 번의 이사를 통해 많이 생각한 후에 꼭 필요한 물건만 사기로 다짐했어요.
이사할 때마다 나오는 쓰레기 봉투를 보니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이 집에 들어오면서 미니멀리즘과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려고 단단히 마음 먹었어요. 쓰임 없는 ‘예쁜 쓰레기’들은 처분하고 책, CD, 미싱, 프린터 등 생활에 필요한 잡동사니들을 거실장에 수납하고 있습니다.
청소하기 편한 게 우선이라 거실장 위에 아무것도 두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델하우스 같은 허전함이 있어서 식물을 조금씩 들여놨어요. 식물 킬러라서 엄두가 안 났지만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예민하지 않는 식물 위주로 연습하듯이 키우고 있습니다. 아늑함과 생동감이 상승했어요.
종종 배치에 변화를 주는 것도 재밌는 일이에요. 다음에는 오디오 위치를 옮기고 창가의 식물들을 거실장 위에 모두 모아둘 계획이에요. 소파와 텔레비전 거리와 각도도 애매해 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
식탁은 베이지색 패닉스 상판 제품이에요. 패닉스 상판이 유행이기도 했고, 깔끔하고 색감도 예뻐서 구입했는데 글씨가 잘 써지는 3M 테이프 같은 재질 같아 잘 더러워지고 잘 안 지워지는 단점이 있어요.
가끔은 기분 전환으로 책상이 아닌 식탁에서 노트북 작업이나 필기를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자국이 남아요. (보이나요? 연필자국ㅎㅎ) 행주로는 잘 안 지워져서 지우개로 지우거나 한 번씩 주방 세제를 묻혀 수세미로 닦아내고 있습니다.
쉬는 날에는 느긋하게 티나 커피를 내려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합니다.
8. 주방
주방입니다. 살림살이를 정리해 주방을 콤팩트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싱크대도 딱 있을 만큼의 크기로, 냉장고는 일자형으로 바꿔 식재료도 쟁여놓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장을 보고 있습니다. 인도어 형태로 디자인했어요.
싱크대를 포함해 거실장, 옷방의 옷장, 화장대, 현관의 신발장 모두 메이킹 퍼니처에서 제작했습니다. 건축 과정에서 가장 만족도 높은 업체였어요. 전체적인 톤을 정하는데도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고요.
간접 등과 매입 등을 부분적으로 나누다 보니 스위치가 많아요. 협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소통의 문제로 원하는 대로 시공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요, 스위치의 사이즈보다 구멍을 더 크게 내거나 작게 내서 자투리 나무를 라운드 처리해 가구와 같은 오일로 칠하고 덧대었어요. 타일과 합판으로 마감한 부분이라 원래 사이즈로 돌이킬 수 없었거든요.
침실 스위치도 똑같이 마감했어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세밀한 부분들이 생각대로 안되면 매일 마주치는 시선에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잖아요. 어떻게 마감할지 며칠을 고민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일부러 만든 것 같은 속임수가 되었지만요!
인덕션 고르는 게 어려웠는데 디트리쉬 제품을 저렴하게 해외 직구했어요. 가구 업체에서 싱크대 설치할 때 세팅하실 수 있다고 하셔서 전기 업체에 전원만 부탁드리고 설치했습니다. 싱크대 상판이 하얀색 계열이라서 하얀색 인덕션으로 선택했어요.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무리 없이 잘 사용하고 있어요.
가스레인지 보다 인덕션은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급속으로 물을 끓이는 기능이 있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아요. 하지만 사용 후 열기가 식는 데 오래 걸려 인덕션 바로 아래 서랍에 넣어둔 컵에 열감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인덕션 아래 서랍은 공간을 조금 더 띄워 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주방 타일 색깔도 벽 페인트 색감과 같은 색, 미색으로 골랐어요. 냉장고 위의 남는 공간에도 수납장을 짜넣고 가구 업체에 부탁해 싱크대와 같은 톤으로 문을 만들어 달았어요. 후드는 인덕션 위로 노출없이 숨겨두었어요.
후드 본체 옆에도 소소하게 수납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싱크대에는 백조 싱크 사각볼을 넣었어요. 사각볼은 신세계입니다! 넓어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다만 싱크대 ‘새것’을 처음 써봐서 몰랐는데 사용하기 전에 얼룩방지 처리를 해두면 더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더라고요. 스테인리스는 물얼룩 지우기가 어려운데 미리 알았으면 전 처리를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청소를 잘하는 부지런한 편이 아니라서 가능하면 외부에 노출된 도구들 없이 모두 서랍에 넣어 사용 중입니다.
서랍 한 개는 높이감 있게 만들어 양념들을 모두 넣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9. 욕실
욕실 타일은 윤현상재에서 골랐어요. 원래는 조금 더 색감 있는, 전체적으로 무채색이라 욕실에는 조금 더 과감한 색의 마음에 드는 타일(카멜색, 아래 사진)이 있었는데 예산을 뛰어넘어 숙소에만 시공하고 우리집은 무난한 타일로 했습니다. 표면의 무늬로 인해 압착 고리 등을 붙일 수 없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만큼 욕실에 최소한으로 물건을 두게 되어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조적 욕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일반 욕조보다 물 채우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물이 금방 식어서 샤워부스만으로 사용 중이에요. 욕조용 수채 구멍이라 물 빠지는 게 오래 걸려요.
조적 욕조를 하고 싶다면 여유 있는 공간에 샤워 부스와 별도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욕조 위에도 천창을 만들었어요. 채광으로 물기가 잘 말라요.
샴푸, 린스, 샤워젤은 비누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페트병 뚜껑을 비누에 붙여 욕조 턱에 올려두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욕조에서는 식물에 단체로 물을 주기도 합니다.
세면대는 벽이 꺾이는 모양에 따라 제작했어요. 프레임 전체를 인조 대리석으로 만든 거라 비싸지만, 튼튼하고 깔끔해 관리하기 편합니다.
중문, 다용도실 문, 화장실 문 모두 동그란 모양으로 포인트를 주고 모루 유리를 넣었어요. 이것도 답답해 보이지 않게 개방감 있는 효과를 주는 것 같아요. 문도 싱크대 및 가구들과 같은 오일 스테인으로 톤을 맞췄어요.
실제로 집을 지을 때 예산에서 창호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해요.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픽스 창과 오픈되는 창의 금액 차이가 많이 나요. 예산을 줄여야 했고, 지역 특성상 벌레가 많이 들어와서 오픈되는 창은 최소한으로 했어요. 그 대신 열전환 교환기를 설치했습니다.
공조 또는 환풍기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실내 온도, 습도, co2 비율 등을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요. 창문을 열지 않아도 환기가 되는 시스템이에요. 이 시스템도 저렴하지 않지만 오픈형 창문을 추가하는 것보다는 저렴했고, 실제로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킬 수 있는 날은 많지 않아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10. 침실
침실입니다. 결혼할 때부터 더블 침대 한 개를 사용했는데 이번에 슈퍼싱글 두 개로 바꿨어요. 떨어뜨려있다가 겨울에는 벽에서 찬 공기가 느껴져 안쪽으로 두 개를 붙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의자로 구매한 제품인데 침대 사이에 두고 사이드 테이블로 사용 중입니다.
침대 헤드를 같이 구매하고 싶었는데 헤드가 창문 아래 선보다 높아서 포기했어요. 창문 높이로 골조가 이미 만들어진 상태에서 수정을 할 수 없었거든요. 결국 베개를 두 개씩 두고 사용 중입니다. 시공에 들어가기 전에 내부 집기의 종류와 사이즈를 확실히 해두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 번의 이사로 큰 가구는 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침대 프레임 없이 하단 매트리스로 간결하게 구성했습니다. 식스티 세컨즈 라운지에 가서 직접 누워보고 체험한 후에 골랐어요. 이불 커버는 아직 닳지 않은 것이 두 쌍 있어서 분위기에 맞지 않지만 꽃무늬를 사용하고 있어요. 더 사용 후에 심플한 디자인으로 바꿀 예정이에요.
머리 맡으로 픽스 창이 꺾여있고 블라인드를 설치했어요. 거실과 다르게 약간의 포인트가 되면 좋을 것 같아서 실버(메탈)로 골랐습니다.
집이 전체적으로 하얀 벽이다보니 침실은 아늑한 느낌을 주고 싶어 한쪽 벽을 천장과 이어지게 합판 마감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구와 톤을 맞췄어요.
에어컨 한 대로 냉방을 해결하고 개방감을 주고 싶어 침실 문을 달지 않고 입구 프레임을 아치 모양으로 만들어 안쪽에 커튼 박스를 두고 가리개를 달고 지내요. 거의 열려있지만 잠을 잘 때는 닫고 잡니다.
옷방에 미닫이 문을 설치할 계획이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문을 달 수 없게 돼 만들었던 문을 책상 앞에 세워두었어요. 침실 안에 있지만 책상 부분이 별도의 공간으로 구분되는 효과가 있어요. 공간이 협소해 문을 달았어도 거의 열어두고 사용했을 것 같아요.
집을 지을 때 책상을 꼭 두고 싶어서 침대 발 아래쪽에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일기를 쓰고 책도 보고 있어요.
11. 드레스룸
침실 안쪽에 옷방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공간이 많이 좁았어요. 그래서 붙박이장처럼 전면을 옷장으로 채웠습니다. 제주는 습기가 많아 다른 계절의 옷은 리빙박스에 압축 보관하고 있어 칸은 복잡하지 않게 구성했어요.
옷걸이 부분은 문 없이 만들어 계절마다 입을 옷을 걸어두고 작은 수납장들을 추가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장대도 공간에 맞춰 옷장과 함께 심플하게 제작했습니다.
12. 세탁실
다용도실 문이 원래 양문형이었어요. 건조기와 세탁기를 쌓아 둘 계획으로 공간을 빡빡하게 설계했는데 버릴 계획이었던 기존에 사용하던 세탁기를 가져오게 됐어요. 세탁기 추가 공간 사이즈를 확인해 보니 왼쪽 문을 열면 세탁기가 조금 보이더라고요.
미관에도 좋지 않고 사용하기도 불편할 것 같아 문 사이즈를 변경해 왼쪽 문은 고정시키고 오른쪽만 여닫을 수 있게 했습니다. 원래대로 문 두 개를 했으면 불편했을텐데 변경하면서 오히려 더 편하게 사용 중이에요.
한쪽에는 예전부터 사용하던 구형 김치 냉장고를 두고 주로 카페에서 사용하는 재료들을 보관하고 있어요. 다용도실은 특별히 수납 신경을 쓰지 않아 기존에 사용하던 책장을 넣어뒀는데 숙소 기물들이 늘어나면서 랙을 짜 넣을 예정입니다. 아직 정돈되지 않았어요. –;;
+)Bonus! 제주도에서의 주택 생활
입주한 지 1년이 넘었고 공사한 지는 2년이 넘어 건축 과정이 생각날까 했는데 하나씩 하나씩 그때 기억이 되살아났어요. 익숙해져서 느끼지 못했던 집에 대한 애정이 다시 생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을 짓는 기간에도 눈이 흠뻑 와서 며칠 진행하지 못했는데 입주 후 첫눈을 맞이한 겨울에도 눈 치우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제설 작업할 공간이 많아 이제는 눈이 내리는 게 무서워요.
하지만 이런 날 눈을 뚫고 일부러 카페에 찾아오시는 손님들과 숙소 손님들이 눈 덮인 풍경을 보고 좋아하면 눈 치운 고단함도 잊습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잡초에 제초제를 치고, 나무와 잔디에 살충제도 치고, 무릎까지 자라는 잔디도 깎다 보면 쉬는 날 바다에 가서 물놀이를 할 겨를도 없이 여름을 흘려보내요. 각종 장비들로 창고가 채워지고요.
마당 일을 끝내고 그늘에 의자를 깔고 앉아 둘러보면 땀 흘린 개운함과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여름에는 카페 입구와 주차장에 심어둔 능소화가 만개하고,
가을에는 입구에 심어둔 목서 향기가 마당 있는 집의 고단함을 다 가려줄 만큼 환상적입니다.
요즘에는 마당에 오는 고양이들 밥 챙겨주는 즐거움에 푹 빠졌어요.
시간이 흘러 단독 주택에 대한 환상이 현실로 바뀌어 고된(!) 날들이지만 천천히 적응하며 이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나는 언제나 우리가 머무는 공간이 우리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을 바꾸는 것보다 공간을 가꾸는 편이 언제나 늘 쉽다. 이 거울 이론이 맞는 이야기라면 나만의 공간에 애정을 갖고 가꾸는 만큼 어느새 더 나은 자신으로 발전해있을 것이다.”
_오늘도 계속 삽니다.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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