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수정 기자] 세상으로부터 스스로 고립되기를 선택한 청년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자살을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3월 발표한 ‘2022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와 복지부의 ‘고립·은둔청년 지원사업 모형 개발 연구’에 따른 후속 조치다.
‘고립’은 사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기 힘든 상태이고, ‘은둔’은 사회활동을 하지 않은 채 거주 공간에 자신을 가둔 상태를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수행한 이번 조사에서는 전국 19∼39세의 대면 접촉을 꺼리는 청년 5만6000여명이 온라인 링크를 통해 직접 접속했고, 실제 조사에 참여한 3만3000여명 가운데 2만1360명이 최종 응답을 마쳤다.
최종 응답자 가운데 60%에 가까운 1만2105명이 위험군으로 식별됐고, 2차 조사 등을 통해 1903명이 도움을 공식 요청했다.
응답자 가운데 여성(72.3%)이 남성(27.7%)의 약 2.6배에 달했다. 이번 조사의 책임연구자인 김성아 보사연 박사는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는 비율이 여성에서 더 높을 수 있다”며 “또 직접 링크를 통해 접속해서 응답하려는 최소한의 활력이 여성에서 클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나이별로 보면 25∼29세(37.0%), 30∼34세(32.4%)에서 고립·은둔청년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또 대학교 졸업자(75.4%)가 가장 많았고, 이후 고등학교 졸업(18.2%), 대학원 이상(5.6%), 중학교 졸업 이하(0.8%) 순이었다.
응답자 2명 중 1명꼴로 신체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75.4%가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는데, 전체 청년의 평균 자살 생각 비율(2.3%)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자살을 생각한 이들 가운데 26.7%는 실제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고 응답했다.
고립·은둔청년의 80.8%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하지만 전체 응답자 중 절반가량(45.6%)이 일상생활에 복귀하려 시도했다가 교통비 등 외출하기 위한 최소한의 돈이나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다시 숨어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고립을 시작한 시기는 20대가 60.5%로 가장 많았고, 10대에 시작한 경우도 23.8%나 됐다. 그 이유로는 취업 관련 어려움(24.1%), 대인관계(23.5%), 가족관계(12.4%), 건강(12.4%) 등을 꼽았다.
10대 때 숨기 시작했다는 응답자가 꼽은 이유에서는 폭력이나 괴롭힘 경험(15.4%)이 세 번째로 높았다.
숨어버린 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26.3%)이 가장 많았다. 6.1%는 10년 이상 세상과 단절했다. 지난 2주간 가족이나 친척과 소통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16.8%로, 일반 청년(1.5%)의 10배에 달했다.
이들은 외부 도움을 받지 않은 이유로 ‘몰라서'(28.5%), ‘비용 부담 때문에'(11.9%), ‘지원기관이 없어서'(10.5%)’ 등을 꼽았다.
필요한 도움(중복 응답)으로는 경제적 지원(88.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취업 및 일 경험 지원, 혼자 하는 활동 지원 등도 80% 넘게 꼽았다.
이들은 가족이나 지인 등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69.9%로 가장 많았다. 열에 아홉은 미혼(89.5%)이었다.
이들에게 삶의 만족도를 물은 결과, 평균 3.7점으로 나타났다. 전체 청년의 만족도(6.7점)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들은 스스로 숨어버렸기에 외부 정보를 얻는 경로로 ‘온라인 매체’에 주로 의존(73.2%)했다. 주로 하는 활동은 동영상 시청(23.2%), 온라인 활동(15.6%) 등이었다.
정부는 이날 범정부 차원의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으며, 내년 1월 취약청년 지원 시범사업을 할 4개 지역을 공모할 예정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