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현대차그룹이 유럽에 진출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축 역량을 입증했다.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는 한편 경쟁력도 키워나가며 현지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유럽 환경단체 ‘교통환경연맹(T&E)’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T&E의 ‘배터리 공급망 지수’에서 10위에 올랐다. 배터리 제조사와 협력해 안정적인 배터리셀 조달 능력을 확보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T&E는 외부에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배터리셀 생산(조달) 전략 △원자재 공급 능력 △책임 있는 공급망 관행 등 3개 항목을 종합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각각 13점(25점 만점)·10점(60점 만점)·2점(15점 만점)을 받아 총 25점을 기록했다.
1위는 전기차 강자인 테슬라가 차지했다. △폭스바겐 △비야디(BYD) △스텔란티스 △포드 △르노 △재규어랜드로버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토요타 △BMW 등이 뒤를 이었다.
비야디는 배터리셀 생산 능력과 소재 공급망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지속가능성 관련 0점을 받아 2위에 그쳤다. T&E는 비야디가 저탄소 공정, 원자재 추적성, 인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정보를 일체 공유하지 않아 점수를 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T&E는 각 기업의 공급망 경쟁력을 높게 사면서도 여전히 미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완성차 제조사들이 확보한 핵심 배터리 금속 규모는 2030년까지 필요한 물량의 5분의1(16%)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톱10에 오른 기업 중 테슬라와 비야디만이 코발트, 리튬, 니켈 등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보유하고 있다고 봤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출 예정이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200만 대를 판매하고 이중 유럽 시장 비중을 71%(51만 대)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아차는 2030년 전기차 160만 대를 포함해 친환경차 238만 대 판매고를 달성한다는 포부다.
카를로스 리코 T&E 스페인 사무소 정책 담당자는 “이 보고서는 회사 경영진과 투자자가 공급망의 업스트림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지역 배터리 부품 공장 등을 지원하는 것은 공급망 회복력 등을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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