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될 때만 해도 친윤(친윤석열계)의 핵심이라는 정치인 장제원의 ‘총선 잔혹사’가 반복될 것으로 예측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부산 사상구의 강자로 불리는 정치인 장제원은 국회의원을 넘어 부산시장에 도전할 정치적 기반을 쌓고 있었다.
총선의 바람은 권력의 상층부로 향할수록 더 강하게 분다. 해당 인물의 정치 거취가 가져올 여파가 큰 만큼, ‘희생’의 당사자로 지목될 가능성도 커진다. 총선 때는 조용히 자기 지역구를 챙기는 의원이 공천을 받을 확률이 더 높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널리 이름이 언급되는 정치인은, 적어도 공천 경쟁에서는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인 장제원은 국민의힘 역학 구도에 중요한 변수로 인식되던 인물이다. 그가 부산 사상에 다시 출마할 것인지, 백의종군을 선택할 것인지에 따라 정치 풍향계는 달라진다.
“또 한 번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
정치인 장제원의 불출마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강력했다. ‘또 한 번’이라는 세 글자에 많은 게 녹아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내년 4월10일 제22대 총선에서 여당 국회의원 후보로 나설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그렇다면 정치인 장제원은 왜 ‘또 한 번’이라는 수식어를 전했을까. 12년 전이었던 2011년 12월 이맘때에도 정치인 장제원은 총선 잔혹사의 주인공이었다.
“쇄신의 도덕적 기준을 엄하게 세워야 국민의 신뢰를 되돌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저 자신 기꺼이 쇄신 대상이 되기로 결심했다.”
2011년 12월20일 장제원 한나라당 의원(부산 사상)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제원 의원의 제19대 총선 불출마는 한나라당 공천 쇄신의 도화선으로 연결됐다.
제19대 총선은 역대 부산 총선 가운데 가장 뜨거웠고, 가장 화려한 후보들이 격돌했던 선거다.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배우 문성근씨 등 민주통합당은 스타급 인물을 부산에 내려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대목은 정치인 장제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던 부산 사상이 바로 초선 의원 문재인의 데뷔 무대가 됐다는 점이다.
정치인 장제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다면 문재인-장제원의 맞대결이 펼쳐질 수도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많은 이가 기억하는 것처럼 제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구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국회의원 기억이다.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55.0% 득표율을 올렸고, 상대인 손수조 한나라당 후보는 43.8% 득표율을 올렸다.
문재인 후보는 당선됐지만, 민주통합당 부산 후보 가운데 최다득표율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당시 민주통합당 부산 최다득표율은 사하구을 지역구에 출마했던 조경태 후보였는데(당시는 국민의힘 쪽이 아닌 민주당 후보로 출마), 58.2%를 득표했다.
문재인 후보의 상대인 손수조 후보는 정치 신인이었다. 정치적 지명도에서 문재인 후보와 상대가 되지 않는 상대였다. 만약 정치인 장제원이 자기 정치 텃밭인 사상에 그대로 출마했다면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졌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당선을 안심할 수 없는, 치열한 승부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정치에 ‘만약’은 없다. 2011년 12월 정치인 장제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문재인 후보는 이듬해 부산 사상의 새 국회의원이 됐다.
2023년 12월 ‘또 한 번’ 백의종군의 길을 선택한 정치인 장제원의 지역구. 내년 4월 부산 사상의 새로운 국회의원은 누가 될까.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또 다른 윤핵관이 새로운 국회의원으로 당선될까. 제19대 총선처럼 민주당 쪽에서 사상 지역구를 가져올 수 있을까.
부산 사상의 선택은 제22대 총선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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