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이정후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16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이정후의 입단식을 개최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정후는 올해 내내 메이저리그 구단과 현지 언론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왼쪽 발목 수술로 인해 풀타임 시즌을 치르지 못했지만, 이 부상은 이정후에게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메이저리그 구단 절반이 문의를 해왔다는 사실을 밝혔고,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 또한 20개 구단이 이정후를 쫓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제외하면 눈길을 끌만한 선수가 많지 않은 탓에 ‘흉년’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이 요소가 이정후에게는 오히려 ‘이점’으로 작용됐다. 메이저리그 시장이 좋지 않은 까닭에 오히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길 선수들이 현지 언론을 비롯해 구단들의 관심을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정후는 물론 ‘동갑내기’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영입하기 위해 빅리그 구단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을 때부터 현지 언론들로 인해 ‘악의 제국’ 뉴욕 양키스와 접점이 생기기 시작,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외야수 보강이 필요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억만장자 구단주’가 이끄는 뉴욕 메츠, 시카고 컵스 등 수많은 구단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13일 샌프란시스코와 초대형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지난 13일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을 비롯해 현지 복수 언론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73억원)의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뛴 후 ‘옵트아웃’을 통해 새로운 행선지를 물색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까지 포함된 ‘잭팟 계약’을 품에 안게 됐는데, 이는 현지 언론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계약이었다.
이정후는 1억 1300만 달러의 계약을 통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류현진(FA)보다 더 많은 돈을 받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하게 됐고, 이번 계약을 맺기 전까지 아시아 출신 야수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맺은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 9000만 달러)를 제쳤다. 그리고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가 뉴욕 양키스에 입단할 때 맺은 1억 5500만 달러(약 2021억원)에 이은 역대 2위에 랭크됐다.
게다가 이정후는 1억 1300만 달러를 모두 ‘보장 금액’으로 받아내면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 선수단 내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로 거듭났다. 올 시즌까지 샌프란시스코 ‘연봉킹’은 작 피더슨이었는데, 현재는 FA로 시장에 나가있는 상황. 이정후는 연평균 ‘1833만 달러(약 239억원)’을 받게 되면서 마이클 콘포토와 로건 웹의 1800만 달러(약 234억원)을 근소하게 따돌리고 ‘연봉킹’으로 등극했다.
지난 13일 계약 합의를 마친 뒤 이정후는 15일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계약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샌프란시스코의 발표에 따르면 이정후는 2024년 700만 달러(약 90억원)를 받고, 2025시즌 1600만 달러(약 206억원), 2026-2027년 각각 2200만 달러(약 284억원), 2028-2029년 각각 2050만 달러(약 265억원)를 품는다. 그리고 이번 계약에는 메이저리그에서는 극히 드문 계약금도 500만 달러(약 64억원)이 포함이 됐다.
이날 오렌지 색상의 넥타이를 맨 이정후는 영어로 “Hello Giants, My name is Jung hoo Lee. ‘Grandson of wind(바람의 손자)’ from korea”라는 인삿말을 건넸다. 이어 이정후는 서투른 영어로 씩씩하게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신 부모님과 보라스, 보라스 코퍼레이션, 구단주와 구단에 감사하다. 난 이기러 왔다. 항상 동료들과 팬들에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렛츠 고 자이언츠!”를 외쳤다.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한 만큼 이정후의 모습에는 여유가 넘쳤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에도 사용했던 ’51번’의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하고, 파한 자이디 사장이 건네준 모자를 쓴 이후 취재진을 향해 “핸썸?”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런 이정후의 모습을 보는 자이디 사장의 입가에는 시종일관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자이디 사장은 “이 특별한 날에 함께하게 된 이정후의 부모님께 감사하다. 당신의 아들을 샌프란시스코 가족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오늘은 자이언츠 역사에 남을 대단한 날이다. 이정후는 우리가 몇 년 동안 지켜본 선수로 KBO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고, 많은 상을 받는 것도 봤다. WBC에서는 환상적인 활약을 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자이디 사장은 피트 푸틸라 단장이 이정후를 보기 위해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한 타석이었지만,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한국에 가서 이정후를 봤다. 많은 사람들이 선수 뿐만이 아닌, 사람으로서도 이정후를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우리 팀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오프시즌의 목표는 팀이 더 활발해지는 것이었다. 공격적인 면에서는 컨택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이정후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오버페이’를 지적하고 있지만, 자이디 사장은 이정후를 품은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자이디 사장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구단의 지원에 감사하다”며 “이정후는 영입의 우선 순위였고, 오랫동안 여기서 훌륭한 업적을 남길 기회를 얻을 것이다. 밥 멜빈 감독, 코치진, 선수들과 잠깐 이야기했는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다시 한 번 이정후와 가족들을 환영한다”고 활짝 웃었다.
이에 이정후는 “역사가 깊은 구단에서 뛰게 돼 기쁘다”라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적응을 최우선으로 삼겠다. 그리고 팀이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팀 승리를 위해 뛰겠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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