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0년 차 육아맘이자 주부로 일하고 있는 40대 아줌마입니다. 집순이’라 집 청소와 정리를 즐기고, 인테리어와 조경에 관심이 많아요. 또 육아에 지친 심신은 정리와 인테리어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편입니다.
저희 집엔 본인들 스스로 별난 자매라고 하는 열 살과 다섯 살 딸, 24시간 김밥 집을 운영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남편이 함께 살고 있어요. 한동안 세계가 코로나로 멈추어 있던 시기에 아파트에서 아이들과 갇혀 지내면서 가족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 탈출구로 자연과 닿아있는 촌집을 찾아 나섰어요.
현실적으로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애 때문에 학교와 학원을 벗어난 곳에서 정착하기는 어려웠고 주말과 방학만이라도 북적대지 않는 우리만의 자유로운 공간을 마련하고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했습니다. 그게 벌써 만 2년이 지났네요. 촌집을 별장으로 만들어 우리 가족만의 추억을 쌓아가는 공간을 여러분께 소개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집 정보
| 단독주택
| 대지 150평, 건물 23평
| 지붕 교체, 외벽재 시공, 골조 보강 및 내부 올 리모델링
| 약 8,000만 원 (마당 조경 제외)
인테리어를 하며
| BEFORE
처음 만난 집은 사람이 살지 않은 지 꽤 되어 집안은 전체가 폐가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사실 처참했던 내부는 찍기도 마음이 불편해서 리모델링 전 사진이 하나도 없어요. 외관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죠.
하지만 집을 처음 보러 온 때가 11월 말이었는데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마당에 볕이 따뜻하게 드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또 마당에서 보이는 산새도, 마을 곳곳에 쌓여있는 돌담도 제 정서에 꼭 들어맞았습니다. 결국 이 집을 고쳐보기로 마음먹고 집 뒤에 있는 대나무밭까지 같이 매입해야 하는 조건을 안고 대지 총 400평에 건평 23평의 쓰러져가는 집을 사게 되었어요. 집의 이름은 볕이 잘 들던 마당에서 착안해서 ‘해가 빛나는’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해가빛’이라고 지었습니다.
| 서까래가 남은 집, 그리고 복층
이 집을 리모델링하려고 철거를 시작하고 내부 천장을 뜯어보니 의외로 서까래가 너무 깨끗하고 예뻐서 로망이었던 서까래를 무조건 살리기로 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복층을 너무 원해서 복층 공간을 만들기 위한 서까래 일부는 제거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복층보다 그대로 서까래를 모두 간직한 단층집으로 리모델링 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해요. 복층 계단을 만들면서 업체와 많은 갈등이 있었고 소통의 부재로 아예 다시 시공하는 등 비용도 많이 추가되고 문제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아이들은 복층을 너무 좋아하고 자신들만을 위한 공간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행복한 복층도 있고, 서까래도 있는 집이 된 거죠.
공간 둘러보기
| 외관
집의 외관부터 보여드릴게요. 외관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건 컨테이너로 되어 있던 벽과 주변을 모두 벽돌로 시공해 튼튼하게 보수한 거예요. 그리고 여기에 검은색 지붕을 더해 주었더니 꽤나 무게감 있는 외관이 탄생했답니다. 건물 앞으로는 데크를 만들고 캠핑의자를 두어 마당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두었어요. 마당의 모습은 글의 끝부분에서 다시 한번 자세히 보여드릴게요.
| 전실
집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곳은 현관 바로 앞의 전실 공간입니다. 집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우드 톤 수납장과 거울, 조명을 두어 들어오고 나갈 때 모습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어요.
| 거실
저희 해가빛의 컨셉은 북카페예요. 어디에서든 앉아 책을 읽고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고 싶어서 곳곳에 책과 소파 테이블, 의자를 가져다 둔 모습입니다.
거실은 철거할 수 없던 기둥을 경계로 왼쪽은 테이블 공간, 오른쪽은 큰 창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누어 꾸몄어요. 책을 전시할 수 있는 전면 책장에 우드 톤 책상이 어우러지니 고즈넉한 카페가 떠오릅니다.
이곳은 기둥 오른쪽의 모습입니다. 아이들은 물론 저와 남편도 이곳에 오면 자유롭게 앉아 책을 보고 또 같이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어요. 그렇게 우리만의 카페에 온 것처럼 즐기다 가는 거실입니다.
| 주방
사는 곳이 아니라 주방은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고, 환기가 충분해서 후드는 달지 않았어요. 시골이라 벌레가 후드를 통해 들어올까 봐 걱정도 되었고요. 2년 동안 지내면서 후드가 없어서 불편한 점은 없었고, 후드를 달지 않은 덕분에 주방 싱크대가 간결해져서 좋았습니다.
주방의 인테리어는 서까래와 잘 어울리는 우드 톤 하부장으로 아늑함을 강조하려고 했어요. 세컨드하우스라 주방의 살림이 많지 않아 여유로운 공간에는 주방 선반을 달아 좋아하는 찻잔을 전시해두었습니다.
| 침실
다음으로 보여드릴 공간은 침실이에요. 이곳의 서까래도 살릴까 고민하다가 침실에 누워서 보면 천장의 서까래가 좀 어지러울 것 같기도 하고 좀 아늑하게 만들고 싶어서 침실 천장은 서까래를 막았습니다.
그리고 침실은 마루 부분을 방으로 터서 약간의 공간을 더 마련했어요. 평소엔 이곳에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거나, 아이들과 함께 자고 가는 날엔 함께 토퍼를 깔고 자곤 합니다.
| 복층
이곳은 아이들의 아지트, 복층 공간이에요. 노란 벽 덕분에 더욱 아늑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죠.
이곳은 아이들이 꼭 원했던 공간인 만큼 아이들이 재미있게 놀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꾸몄어요. 특히 창문 앞의 테이블은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애정 하는 공간입니다.
| 화장실
이곳은 저희 세컨드하우스의 화장실입니다. 아이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건식으로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조적 욕조를 만들고 싶었지만, 비용의 제약과 시공업자와의 소통 문제로 로망을 포기하고 조금 큰 욕조를 넣었어요. 덕분에 아이들은 이곳에 올 때마다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 물놀이를 즐긴답니다.
| 마당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공간은 촌집살이의 가장 큰 메리트, 정원입니다. 원래부터 저는 크지 않은 아담한 크기의 정원을 갖고 싶었는데 이 집의 마당이 제가 딱 원하던 크기였어요. 2년 동안 뭣도 모르고 심어놓고 옮기고 죽이고 했던 식물과 나무들이 꽤 되지만, 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는 정원을 만드는 노하우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마당 한쪽에 자리 잡은 커다란 산수유와 매화나무가 저희 집의 분위기 메이커이긴 하지만, 그 두 그루를 제외한 모든 나무와 꽃, 잔디 그리고 돌길들도 모두 제가 손수 심고 가꾸고 옮기고 만든, 셀프 조경으로 이룬 결과물이에요. 그렇게 해가빛의 정원이자 마당은 초보 정원사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조금씩 더 예뻐지고 있답니다.
그 덕에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집이 참 예쁘다고 한마디씩 건네십니다. 아이들도 촌집에 오면 마당에서 한참을 놀다가 집안으로 들어가서 그런지 계절마다 피는 꽃들의 이름을 또래 친구들보다 많이 알고 있고요. 그것이 마당을 가진 집 주인의 행복인 것 같아요.
미니 캠핑장으로 사용하는 옆 마당과
대나무 숲이 보이는 뒷마당 –
집들이를 마치며
집은 저에게 일터이자 친구이고 위로인 것 같아요. 많은 시간을 가족을 위해 집에서 일하고, 깨끗이 정리된 집은 어느 공간에서나 기대어 책을 읽고 차를 마셔도 좋은 친구처럼 편안하고, 지치고 힘들어 일어서지 못할 것 같아 주저앉아 있어도 다그치지 않죠. 그런 집이 주는 위안은 세상과 매일 부딪혀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저희 아이들에게도 그런 집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오늘도 집 두 곳을 오가며 바쁘게 두 집 살림을 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저희 집을 구경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려요. 모두 따뜻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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