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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침공 초기 통신망을 파괴해 통치 기능을 마비시킬 경우에 대비해 대만 당국이 ‘디지털 수도 이전(천도)’를 계획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18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미국 랜드연구소의 7월 보고서를 인용, 대만의 30만개 공격 후보지를 면밀히 조사해 온 중국 인민해방군 특수부대가 대만 서부 해안에 상륙해 대만과 세계를 연결하는 12개의 해저케이블을 절단하고, 8만여개의 이동 기지국 중 대형 기지국을 선별 파괴한 후 미사일로 데이터센터와 180여 개의 라디오·TV 전파 설비를 폭격, 데이터와 통신망뿐 아니라 연락 수단까지 잃게 해 대만 정부의 통치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것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이러한 침공에 대한 통치 기능 유지 방안을 묻는 말에 대만 당국은 ‘디지털 천도’라고 답했다고 닛케이는 밝혔다.
실제 대만 행정원이 11월 각의에서 의결한 2024년 예산안에 ‘디지털 천도’ 관련 예산 약 644억원이 포함됐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대만은 내년부터 3년간 세금·보건·의료·주민 정보 등 기반 데이터를 복수의 우호국 데이터센터에 분산 저장해 대만이 공격받아도 행정 기능을 디지털 공간에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우호국에 대만용 통신 거점 3곳을 설치하고, 영국·룩셈부르크의 위성 통신사 2곳과 계약해 인터넷 접속도 확보한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대만의 ‘디지털 천도’ 계획이 △ 위성·해외 통신 거점 확보 △ 기반 데이터 해외 3곳 보존 △ 클라우드로 행정 기능 지속하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 3단계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리화이런(李懷仁) 디지털발전부 차관은 “유사시 데이터를 모아 암호를 해제하고, 행정 기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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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천도’ 계획의 실행 가능성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보여줬다고 닛케이는 밝혔다.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2022년 2월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주재 바딤 프리스타이코 우크라이나대사는 주민등록·고정자산 대장·납세 정보·범죄 정보 등 우크라이나 기반 데이터의 ‘국외 이전 리스트’를 펜으로 적은 메모를 아마존웹서비스(AWS) 공공부문 리암 맥스웰 글로벌 디지털 정부 트랜스포메이션 부문 디렉터에게 건넸다.
이어 아마존 관계자는 26일 여행용 가방 크기의 전용 장비 ‘스노우볼’을 들고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최우선 데이터의 국외 이전을 시작했는데 그 직후 우크라이나 데이터센터와 통신시설에 러시아의 미사일 2발이 떨어졌다.
에스토니아는 2017년 데이터센터 부지를 ‘불가침’으로 규정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도움을 받아 정부 데이터를 백업하는 데이터센터인 ‘데이터 대사관’을 룩셈부르크에 설립했고, 모나코도 2021년 룩셈부르크에 데이터센터를 만들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프랑스가 중앙은행의 금괴를 캐나다로 이전해 독일 점령과 전후 재기에 대비한 것과 비유된다. 지금은 대피시켜야 할 제일 중요한 국가 재산은 국가 기반 데이터로 이 데이터만 있으면 영토를 잃어도 국가를 재건할 수 있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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