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대’ 맏형으로 승승장구…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최대 위기
(서울=연합뉴스) 조다운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정점’으로 꼽힌 송영길(60) 전 대표가 18일 구속됐다.
지난 4월 12일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 8개월만, 정확히는 250일 만이다.
수사 와중에도 정계 복귀를 타진하던 송 전 대표가 총선을 약 4개월 앞둔 시점에 인신구속이라는 치명타를 맞으면서 그의 24년 정치인생도 중대 갈림길에 섰다.
1984년 연세대학교 초대 직선 총학생회장으로서 학생운동을 주도한 송 전 대표는 노동운동가, 인권변호사 활동 등을 거쳐 1999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했다.
정계 입문 후 5선 국회의원, 인천시장 등을 지내며 승승장구해 이른바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맏형으로 불렸다.
2021년에는 ‘3수’ 끝에 집권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로 선출돼 정치적 체급을 한층 키웠다.
이듬해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재명 후보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한 유튜버에게 망치로 공격당해 봉합수술을 받고도 유세에 나서는 등 ‘붕대 투혼’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기자 패배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났다.
그는 같은 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자리를 내놓고 서울특별시장에 출마했으나, 국민의힘 후보였던 오세훈 시장에게 19.82%포인트라는 큰 격차로 패배했다.
연이은 패배에 정치적 상처를 입은 송 전 대표는 그해 12월 파리경영대학원(ESCP) 방문연구교수직을 제안받아 프랑스로 출국했다.
잠행하던 송 전 대표가 다시 호명된 것은 지난 4월이다.
그가 당 대표로 선출된 2021년 전당대회에서 조직적으로 금품이 뿌려졌다는 ‘민주당 돈봉투 의혹’ 수사가 본격화되자 송 전 대표도 수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에 송 전 대표는 민주당을 탈당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4월 24일 자진 귀국했다. 검찰은 귀국 닷새 만인 4월 29일 송 전 대표의 주거지와 후원조직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압수수색 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에 주변 대신 자신을 수사하라며 5월 2일과 6월 7일 두 차례 ‘셀프 출석’을 시도했지만 검찰은 “때가 되면 부르겠다”며 그를 돌려보냈다.
이에 송 전 대표는 검찰청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10월에는 ‘송영길의 선전포고’라는 책을 펴내 검찰과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각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어린 놈”, “건방진 놈” 등 표현으로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그가 검찰 수사를 계기로 정권과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정치적 재기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8개월에 걸친 양측의 신경전 끝에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로 검찰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송 전 대표가 당장 정치적 재기를 노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구속기소 된 피고인의 1심 최장 구속기간은 6개월이다.
설령 구속적부심이나 보석 등으로 풀려난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재판에서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당내 금품 살포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정치적으로는 ‘사망 선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ll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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