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 CGV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추진에 대해 “공식화라는 건 과장된 해석”이라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잇따라 만나 회동하는 상황을 우선 지켜본 뒤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본격화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선 당 ‘혁신’을 강조하는 이 전 대표와 ‘단합’을 내세운 이 대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는 20일 김 전 총리를 만나 회동할 예정이다. 1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서 짧은 만남을 가진 뒤 이틀 만에 마주앉는다. 이어 28일에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도 회동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가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두 사람을 잇따라 만나는 건 당 안팎의 현안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한 차원이다. 비례대표 선거제를 둘러싼 당내 불협화음,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추진과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의 통합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촉구 등 갈등 상황의 해법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두 전직 총리의 생각과 조언을 듣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는 회동에서 이 대표에게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아울러 이 전 대표는 물론 비명계 의원들을 두루 포용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시사회 짧은 만남에서 전한 메시지 톤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총리는 전날 “당을 위해서 큰 폭의 행보를 해달라”는 당부를 이 대표에게 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8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 |
이 대표와 전직 총리들의 회동을 앞두고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추진에 대한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전날 KBS ‘사사건건’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공식화라는 건 과장된 해석”이라며 “이제까지 말씀드린 것은 ‘새해 초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것이고, 그 말의 뜻은 연말까지는 민주당에 시간을 드리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연일 신당 창당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속도를 냈던 최근 발언들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 셈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언급한 올해 연말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데다, 이 대표와 이 전 대표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현재로선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획기적으로 혁신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확인된다면 언제든지 만나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지금도 그 입장은 유효하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강조하는 “획기적 혁신”은 이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나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거나 내년 총선 공천권을 내려놓는 정도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 대표가 물러나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이 대표와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도 이 전 대표와 얼마든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만남 조율이나 접촉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통합 비대위 체제는 당장 받기 어려울 것 같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건 좀 지켜보겠다”며 “비대위가 민주당의 획기적인 변화의 시작이 된다면 그것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때문에 이 대표의 전직 총리 연쇄 회동이 야권 정계 개편의 연말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야권의 한 인사는 “두 전직 총리도 이 대표와 단순히 사진 찍자고 만나는 게 아닐 것”이라며 “이 대표와 두 전직 총리의 회동이 당내 분열을 막기 위한 계기가 될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당을 화합하게 하는 게 대표의 역할”이라며 “어떻게든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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