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한파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수 백억원을 기부하며 이웃사랑 실천에 나섰다. 각 그룹들은 경영 환경 악화 속에서도 연말 성금 규모를 줄이지 않은 데다 임직원들도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함께 나서 주목 받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들은 연말을 맞아 예년과 다름없이 통 큰 기부 활동을 이어갔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경영 환경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 컸다.
주요 4대 그룹이 올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만 기부한 금액은 총 1090억원으로, 올 연말 목표액(4349억원)의 25%에 달한다. 지난해 4대 그룹이 기부한 연말 성금은 총 990억원으로, 삼성이 5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대차는 250억원, SK와 LG가 각각 120억원씩 전달했다.
올해도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한 곳은 재계 1위인 삼성이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동행’ 철학에 따라 올해도 이웃사랑 성금으로 500억원을 내놓는 등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가전·반도체 시장 침체 등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성금을 기부했다. 삼성전자는 주력 분야인 반도체 사업에서 3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3조7400억원의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상태다.
삼성은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연말에 이웃을 돕기 위해 성금 500억원을 내놓고 있다. 사회 취약 계층을 돕기 위해 지금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한 금액은 총 8천200억원이다.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매년 100억원씩 기부했으며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200억원 △2011년 300억원 △201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500억원씩 기탁했다.
삼성은 유니세프, 푸른나무재단, 한국생명의전화, 환경재단,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등 8개 NGO(비정부단체)와 함께 제작한 2024년도 달력 29만 개도 구입해 임직원들에게 제공했다.
삼성그룹은 NGO 사업을 금전적으로 후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좀 더 건설적인 방향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제안으로 지난 2019년부터 NGO 달력 구입을 시작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임직원들의 인식을 함께 높여 가자는 취지에서다.
그동안 틈날 때마다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50주년을 맞아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동반 성장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또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도식 때도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가자”고 말하며 삼성의 사회적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SK그룹은 지난해와 같은 규모인 성금 12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SK는 지난 1999년 이후 매년 이웃사랑 성금을 기부해왔다. 올해까지 누적 기부액은 2345억원에 달한다.
지동섭 위원장은 “SK 기부가 우리 이웃들의 더 나은 삶과 행복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SK는 앞으로도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추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경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전날 이웃사랑 성금 35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직접 전달했다. 이는 지난해 250억원보다 100억원 늘어난 규모로,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기부금액을 늘렸다. 올해까지 현대차그룹의 누적 성금은 총 3940억원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사랑에 보답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하고자 올해도 성금을 기탁한다”고 말했다.
LG도 연말을 맞아 지난해와 동일하게 이웃사랑성금 12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1999년부터 올해까지 LG가 전달한 성금은 약 2300억원 규모다. 기탁된 성금은 청소년 교육사업, 사회취약계층의 기초생계 지원 및 주거, 교육환경 개선에 활용될 예정이다.
LG 계열사들은 연말을 맞아 어려움을 겪는 지역 공동체와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동절기 물품 지원 및 기부금 전달과 임직원 참여 봉사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은 연말을 맞아 사업장 주변 이웃을 대상으로 김장, 연탄, 생필품, 장학금, 기부금 등을 지원한다. 또, LG유플러스는 협력사와 함께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한 식료품 등을 담은 ‘사랑의 꾸러미’를 제작해 전달했다.
LG 계열사 임직원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직접 참여도 하고 있다. LG전자 임직원들은 양말 제작 과정 중 버려지는 천을 이용해 직접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만들어 전국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에게 선물하는 ‘나부터 산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기부하면 회사에서도 동일한 금액을 지원해 총 1000명의 보육원 아동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LG이노텍 임직원은 온라인 기부 캠페인인 ‘이노드림펀딩’을 통해 임직원들이 후원금을 기부했다.
4대 그룹은 연말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뜻하지 않은 재난이 닥쳤을 때도 항상 기부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7월 전국 곳곳에서 폭우로 인해 큰 피해를 입자 4대 그룹은 대규모 성금과 구호 물품 지원에 잇따라 나섰다.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받는 주민들이 조속히 일상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당시 삼성은 30억원, SK는 20억원, 현대차는 30억원, LG그룹은 20억원의 성금을 내놨다. 올해 2월에는 7.8 규모의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터키)를 돕기 위해 각 그룹들이 현금과 현물을 지원하기도 했다.
4대 그룹 외 다른 기업들도 연말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나섰다. GS그룹은 40억원을 기부했고, HD현대, 두산, CJ도 각각 20억원을 기부했다. 효성그룹은 10억원을 내놨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한 ‘사랑의 온도탑’은 연말 모금 목표액(4939억원)의 1%인 43억5000만원이 오를 때마다 수은주가 1도씩 오른다. 현재까지 기업들의 기부로 인해 상승한 사랑의 온도는 27도 이상으로, 연말 기부를 준비 중인 포스코와 롯데, 한화 등도 동참할 경우 연말까지 30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갑작스런 한파와 경기 침체로 더욱 더 힘든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됐으면 한다”며 “기업들의 나눔 활동이 지역사회에 사랑과 희망의 온기를 불어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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