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여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온 일본은행(BOJ)이 19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정책회의에서 기존 통화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BOJ가 금리 인상을 확신할 만큼 물가 상승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다.
전문가 54%, 내년 4월 전망…12월 정책 전환 일러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최근 52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4%가 BOJ가 완화정책을 종료할 시점으로 내년 4월을 지목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응답자의 33%가 4월을 긴축 전환 시점으로 꼽았다.
이보다 더 이른 시기인 내년 1월에 BOJ가 긴축에 돌입할 것으로 점친 응답자도 전체의 21%에 달했다. 내년 7월을 긴축 종료 시점으로 예상한 응답자는 지난 10월 대비 0.1%포인트 줄어든 9%를 기록했다. 반면 이달 BOJ가 완화정책을 종료할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는 한명도 없었다. 지난 10월 조사에서는 4%였다.
전문가들은 BOJ가 아직 일본의 물가가 안정적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봤다. 지난달 도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르며 10월(3.3%)보다 상승 폭을 줄였다. 이는 지난해 7월 이래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도쿄 CPI는 전국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라는 점에서 일본의 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기대해왔던 BOJ에는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BOJ 관계자들은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선순환이 지속될지와 관련해 충분한 근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며 “이에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하기 위해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우에다 총재 매파 발언, 사실상 실언…”긴축 해석 억측
전문가들은 이달 초 금융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BOJ 인사의 매파적 발언도 사실상 실언에 불과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우에다 총재는 지난 6일 참의원 재정 금융위원회에 참석해” 올해 연말부터 내년까지 정책이 한층 더 도전적인 상황으로 변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장이 우에다 총재의 발언을 매파적인 메시지로 해석하면서 이날 일본의 달러당 엔화 가치는 오후 한때 141엔대 후반까지 올랐다.
하지만 해당 발언을 긴축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것은 억측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완화정책 종료를 내다보고 한 말이라는 것이다.
기무라 타로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참가자들은 우에다 총재의 메시지를 BOJ가 수익률곡선 제어(YCC)정책을 곧 종료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였지만, 이는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며 “전문가들은 이 발언이 아마도 내년 7월께 통화정책 전환을 예상하며 긴 호흡으로 내뱉은 말이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BOJ, 임금인상·Fed 동향 예의주시
당분간은 BOJ가 내년 임금 상승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따른 여파를 파악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BOJ의 이목은 내년 4월 춘계 노사협상에서 기업들이 올해와 같은 큰 폭의 임금 인상을 결정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BOJ는 임금 인상을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단추로 보고 있다.
Fed가 내년 세 차례의 금리 인하를 예고한 만큼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것도 급선무다. 블룸버그는 “우에다 총재는 Fed의 피벗(pivot·방향 전환)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을 주시할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엔·달러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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