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대주주 양도소득세 완화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향후 세제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연말마다 대주주 매도 물량이 쏟아져 애꿎은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증시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양도세 완화 대상이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직계 보유분 합산 기준) 가진 이들인 만큼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서다. 해외 주식시장에선 어떻게 하고 있는지 여부도 관심사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주주 양도세는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특정 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 이상인 투자자를 대주주로 간주해 양도차익에 20%(과세표준 3억원 초과는 25%)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불법 공매도 금지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최근 대통령실은 “증시 안정을 위해 주식 양도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투자자 요구에 정부도 전향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약 이행을 시사했다.
대통령실을 통해 알려진 것은 현재 10억원인 종목당 보유액 요건을 20억~50억원 수준으로 상향하는 방안이다. 양도세 완화는 대통령령인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 사항이라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가능성을 높였다. 그는 전날 “일반 근로소득세 같은 경우에는 과세형평이나 이런 게 중요한데, 이 부분은 자산·국가 간 자본 이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지적하는 과세형평성 측면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특수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대주주 양도세 완화에 무게를 실은 언급으로 풀이된다. 양도세 기준을 완화하면 주식을 수십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 투자자만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대주주가 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몰아서 매도하면서 발생하는 심각한 시장 왜곡 현상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앞선 공매도 금지에 이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투자자 표심을 노린 정책이란 해석도 나온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는 반대로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추세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9년 1월 발표한 ‘상장 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로의 전환 성공 및 실패 사례’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1965년, 독일은 1991년, 일본은 1999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만 부과하고 있다.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모두 부과하는 국가는 우리를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다. 양도소득세 없이 증권거래세만 부과하는 곳은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이다.
또, 가뜩이나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감세가 맞냐는 지적도 나온다. 나라살림 적자는 지난 10월까지 52조2000억원에 달했다. 양도세 완화가 다수 개인투자자들에게 득이 될 것이라는 논리지만, 세금을 덜 내는 이들은 2020년 기준 0.3%에 불과한 소수의 ‘주식 부자’들이란 점에서 기존 흐름을 역행하는 처사란 비판도 있다. 실제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은 2000년 100억원에서 2013년 50억원으로, 이어 2016년 25억원→2018년 15억원→2020년 10억원까지 줄곧 하향했다.
지난 2017년 종목당 25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이들에게 주식 양도세를 부과했을 당시 양도세 신고 건수는 6420건(5조8177억원)이었지만, 2020년 종목당 10억원 이상으로 바꾼 후 신고 건수는 2만7163건(7조2871억원)으로 늘었다. 10월 국세수입은 소득세, 법인세 등을 중심으로 전년동기 대비 50조4000억원 감소했다. 소득세 감소분만 14조6000억원에 달한다. 만약 여기서 주식 양도세까지 완화한다면 국세수입은 더 위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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