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경영하는 A씨는 최근 억울한 일을 겪었다.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서 과징금 690만원을 물어야 했다. 분명 신분증을 확인했으나, 위조 신분증이었던 것이다. 미성년자를 철저히 가려내려고 온 신경을 쓰지만, 위조 신분증을 내미는 청소년에게 손쓸 여지가 없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20일 용산 대통령실에 청소년을 성년으로 오인하고 술·담배를 판매해 처벌받은 A씨 같은 자영업자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이달 중 마련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총 15개 국민제안 정책화 과제를 발표했다.
황 수석은 “위·변조 신분증 등으로 술이나 담배를 구매한 청소년에 대한 선도 보호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청소년을 성년으로 오인하고 술, 담배를 판매해 처벌받는 억울한 자영업자가 많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소개했다.
정부가 청소년이 성인인 것처럼 점주를 속이고 술·담배를 구매하는 일이 없도록 예방조치를 강화하고, 판매자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 최종 유죄판결이 있기 전까지 과징금 부과가 유예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신체가) 큰 청소년들이 형이나 아버지 신분증을 가지고 나와서 (술·담배를) 사는 경우가 많다”며 불합리하게 당하는 자영업자에게는 폐쇄회로(CC)TV 등을 다 조사해서 고의성이 없었고, 선의의 피해를 당했다는 게 입증되면 전부 구제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술·담배를 구매한 청소년도 대해서는 처벌보다 보호와 교육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술·담배를 사간 청소년도 추적해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술·담배 (불법 구매 등을) 끊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선도 보호 조치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대통령실은 취약계층을 위해 내년 겨울부터 동절기 에너지바우처 사용기한을 기존 4월 30일에서 5월 25일까지로 약 한 달 연장하는 등 난방비 지원 기간을 확대한다.
자영업자들을 위해선 ▲기관별로 산재된 자영업자 고용보험 정보 통합 안내서비스 마련 ▲농지 외에 임야에서 양봉업을 하는 농가도 농업경영체 등록 대상이 되도록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청년 관련 정책으로는 ▲기업 채용시 요구하는 경력증명서 유효기간(통상 3개월) 연장·폐지 유도 ▲국민내일배움카드 원격교육 콘텐츠 확대 ▲청년기업 금리 차등지원 ▲국공립대 학생지도비 폐지로 교육재정 효율화 등을 추진한다.
출산·육아와 관련된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부부 누구라도 먼저 난임 시술을 받는 날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정하고, 체외수정 난임 시술 건강보험 지원 횟수를 신선·동결 구별 없이 기존 18회에서 20회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다자녀 친화 호텔 정보도 조사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주민등록등본상 재혼가정 구성원 표기에서 재혼 여부 드러나지 않도록 개선 ▲개인택시 양수를 위한 교통안전 교육과정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선 ▲잘못 납부한 주정차 위반 과태료 통지·반환 절차 법제화 ▲무소음 전기차에 음향발생장치 설치 활성화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2분기(4월 1일~6월 30일) 중에 신청된 국민제안은 총 1만3017건이었다. 대통령실은 4차 정책화 절차에 착수해 신청된 국민제안을 전수 조사를 거쳐 308건의 정책화 검토대상 과제를 발굴했다. 국민제안 심사위원회는 지난 11월29일 논의 경과 등을 토대로 최종적으로 15건을 채택해 정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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