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집권당인 민진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 부총통이 유세 도중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과 대만에서 치러지는 대선과 디리스킹(위험 제거) 등 3대 변수로내년에는 더 격동의 시기가 펼쳐질 전망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올해는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과 첨단반도체 문제 등으로 갈등과 대립의 시기를 보낸 뒤 지난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봉합했으나, 내년에는 상황이 이보다 더 거칠게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오는 1월 13일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를 두고 친미·독립 성향인 집권 여당 후보와 친중 세력인 제1야당 후보 간 박빙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새해 벽두 대만 총통선거, 내년 미·중 관계 재조정할 핵심 변수=대만 대선 결과는 미·중 관계에도 작지 않은 변화를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6년과 2020년 차이잉원 총통 집권에 이어, 이번에도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변화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국민당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미·중 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차이 총통 집권 8년간 대만과 공식적인 관계를 단절해온 중국은 오랜 기간 ‘친중 대만’으로 정권 교체를 꿈꿔왔다. 무엇보다 미국이 핵심 기술 제재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세계 첨단반도체 산업 선두권인 대만은 중국에 절실한 존재다. 첨단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미래 첨단기술 산업에 접근할 기회를 봉쇄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디리스킹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대만의 도움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중국이 노골적인 선거 개입으로 국민당 후보 ‘당선 몰이’를 하는 형국인 이유다.
중국은 대만해협 안보 위기를 고조시키고 무역 제재 위협을 가하는 한편 대만 기업인을 상대로 각종 혜택을 주는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하면서 친중 후보가 당선돼야 양안 관계가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로 대만 유권자들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미국 입장에선 역으로 친중 성향의 국민당 집권을 꺼린다. 대만이 대(對)중국 디리스킹 제재의 우회 탈출로가 될 수 있고, 중국을 압박하는 아시아·태평양 전략에 구멍이 뚫릴 수 있어서다.
미국은 대만과 대만해협 현상 변경은 용납할 수 없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한다는 입장이어서 대만 선거에 개입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중국의 노골적 개입으로 대만 대선 구도가 국민당에 기우는 상황이 된다면 미국으로서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보반투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회담을 하고 있다. [EPA] |
▶디리스킹, 내년에도 계속…더 고삐 죌 美 vs 대응책 부심 中=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이 중국을 옥죄는 안보 전략이라면, 디리스킹은 미래 핵심 기술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경제 전략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7일 미국 기술을 사용한 첨단 반도체 장비나 인공지능 칩 등의 중국 수출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수출통제를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제재를 본격화했다. 지난 5월부터 미국은 AI용 또는 슈퍼컴퓨터 및 군사 응용 프로그램으로 전환될 수 있는 첨단기술의 중국 접근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디리스킹 정책을 펼쳤다. 이어 지난 8월 9일 첨단반도체·양자컴퓨팅·AI 등 3개 분야와 관련된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자본 투자도 규제해 돈줄도 틀어막았다.
지난 10월부턴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사양이 낮은 AI 칩을 중국에 수출하는 걸 차단하기 위해 ▷AI 칩 규제 강화 ▷제재 우회 차단 등을 골자로 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방안도 발표했다.
최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대중국 디리스킹 정책은 “내년에 다시 업데이트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적어도 매년 업데이트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첨단 기술 접근을 차단하는 디리스킹으로 중국의 패권 도전을 막겠다는 게 미국의 진짜 속내라고 할 수 있다.
내년부터 유럽연합(EU)도 디리스킹에 가세할 예정이어서 중국으로선 난감한 처지다.
중국도 미국과 유럽 등 국가들의 디리스킹에 대응하고 있다. 첨단반도체의 핵심 원료인 갈륨·게르마늄·흑연 등 광물 수출 통제 카드를 손에 여전히 쥔 채 미국과 EU의 태도 변화를 압박해왔다. 실제 지난 7월 갈륨과 게르마늄 통제 의지를 밝힌 중국은 수출을 지속해 줄여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 이외 국가에서 첨단반도체 핵심 광물 대체 생산을 늘리고 있어 중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위스콘신주 워케샤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
▶美 대선에도 주목…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촉각=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역시 미·중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줄 변수라는 지적이다.
우선 취임 후 동맹 외교를 축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화해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고 디리스킹을 통한 경제 제재의 고삐를 바짝 조여온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한다면 기존 미·중 관계에 변화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변이 없다면 다시 공화당 후보로 나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당선된다면 미중 관계는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대변되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시절 동맹외교에 바탕을 둔 인도·태평양 전략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국은 지정학적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이후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중국 무역 제재의 강도를 높인다면 중국으로선 경제적으로 더 암울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중국 전문가 윤선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인들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복귀가 최악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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