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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3%대’ 피벗 전망에 美 국채금리 들썩…”월가 예상 빗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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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미 국채 금리가 월가에서 내년 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던 수준까지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채권 가격 상승(=금리 하락)에 베팅하면서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21일(현지시간)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89%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만 해도 4.93%선이었지만 내년 3월 금리인하에 대한 낙관론이 번지면서 약 두 달 만에 1%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미 국채 금리가 벌써 3%대에 진입한 것은 월가의 예상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바클레이스, 도이체방크, 스탠다드 차타드(SC) 등 글로벌 주요 은행들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내년 12월께 4% 이상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블룸버그가 50명 이상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지난달 조사에서도 미 국채 10년물 금리 전망치 중앙값은 내년 말 기준 4%였다.

미 국채 금리가 월가 전망보다 1년 빨리 3%대에 도달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Fed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투자자들이 빠르게 금리인하에 베팅한 결과다. Fed는 지난달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이달에는 3연속 동결에 나섰다. 점도표상 내년 연말 금리 전망치도 9월 5.1%에서 이달 4.6%까지 낮췄다. 여기에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예상을 깨고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전환)을 예고하면서 채권 시장은 더욱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3일 금리 동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책완화(금리 인하)가 언제부터 적절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됐다”고 발언하면서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기름을 부었다.

메건 스위버 BofA 미국 금리 전략가는 “Fed가 매우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면서 금리 역시 상당히 빨리 움직였다”며 “이는 시장의 변동성이 얼마나 컸는지, Fed의 동향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얼마나 조건부적인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IB인 골드만삭스는 파월 의장의 발언 후 내년 말 미 국채 10년물 금리 예상치를 종전 4.55%에서 4%로 낮췄다. 금리 선물시장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내년 3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5~5.25%로 인하할 가능성을 70% 넘게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 64.7%, 한 달 전 29.4% 대비 크게 상승한 수준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미 국채 가격의 랠리가 끝났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물가 상승률과 고용 시장 과열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견조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12월 10~16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직전주 대비 2000건 늘어난 20만5000건이다. 청구건수가 다소 증가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도 4.9%로,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탄탄한 상태에서는 언제든 인플레이션이 반등할 수 있고, 금리인하 시점 역시 늦어질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픽텟자산운용의 루카 파올리니 수석 전략가는 “우리가 기대했던 이익 중 상당수는 실현됐다”며 “고용시장의 큰 둔화 증거가 없다면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랠리로 모든 사람들이 편안해졌지만 이는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많이 하락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장 컨센서스는 매우 낙관적이지만 아직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국채 랠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단기 국채 투자를 줄이기 시작했다. 프랜시스 야레 도이체방크 금리 연구 글로벌 수석은 “이번 랠리는 너무 공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며 “우리는 경제가 취약하다는 증거 없이 너무 많은 일을 해왔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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