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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흘린 피의사실 기사, 파장 커도 상 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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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연합뉴스

권력 비판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정치적 수사가 만연한 가운데 언론의 자기 검열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현업 언론인들의 우려가 나왔다. 언론계 내부에서 권력 기관이 언론을 활용하는 구조에서 생산되는 보도의 가치를 높이거나 이에 순응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2일 한국언론정보학회·한국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긴급토론회 ‘공포사회의 도래와 언론자유’가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진행됐다.

▲2023년 12월22일 한국언론정보학회·한국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긴급토론회 ‘공포사회의 도래와 언론자유’가 서울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영상 갈무리
▲2023년 12월22일 한국언론정보학회·한국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긴급토론회 ‘공포사회의 도래와 언론자유’가 서울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영상 갈무리

토론회에 참석한 이기주 MBC 기자는 지난 19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낙점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과 일부 취재진의 질의응답 장면을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질문을 받은 한 전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꼭 그걸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니던데”라고 답한 일이다.

이 기자는 본인이 페이스북에 ‘기자들 항의가 없었다는 게 놀랍다’고 썼더니 국회 출입기자들 서너 명이 항의를 해왔다면서 “그 자리에 있던 20~30명 기자만 모욕으로 느끼지 않으면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 게 검사들이 기자를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흘려서 받아쓰게 하고 확산시키는 태도가 ‘민주당이 그런 질문 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한마디에 응축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는 “기자 모습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보는 한 쪽이 많이 갖고 있고 우리는 뭐라도 들어서 기사를 먼저 쓰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자발적인 ‘가스라이팅’을 자처하면서라도 특종을 하겠다는 것이 언론인의 행태인가 고민해보면 좋겠다”며 “앞으로는 검찰발 피의사실로 보이는 기사는 아무리 사회적 파장이 크더라도 기자상에서 배제해야 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정치권 비판 보도에 수사처럼 따라붙는 ‘가짜뉴스’ 표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기자는 “‘가짜뉴스’ 용어를 불만족스러운 뉴스, 불편한 뉴스 의미로 바꿔야 한다. ‘페이크’(fake)라는 영어 표현도 바꿔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가짜뉴스’라고 스피커 큰 사람들이 떠들면 기성 언론이 ‘이 사람이 그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비판했다’라고 기사를 쓴다. 결과적으로는 가짜뉴스 프레임이 씌워지고 수사가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2023년 12월22일 한국언론정보학회·한국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긴급토론회 ‘공포사회의 도래와 언론자유’가 서울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기주 MBC 기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영상 갈무리 
▲2023년 12월22일 한국언론정보학회·한국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긴급토론회 ‘공포사회의 도래와 언론자유’가 서울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기주 MBC 기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영상 갈무리 

이른바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는 토론회에서 “검찰의 수사 내용 자체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검찰이 그리고 있는 구도, 판이 ‘과대망상’에 가까운 그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여론조작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은 지난 13일 한상진 기자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 피의자로 소환 조사한 바 있다.

한 기자는 “뉴스타파는 언론사이기 때문에 대선, 총선 같은 큰 선거 이벤트가 있으면 당연히 선거를 대비한 TF를 꾸린다. 검찰은 대선 TF를 문제 삼았다”며 “(검찰 입장에서는)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 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들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향신문은 이 시점에 이렇게 쓰고 다음 순번은 이 언론이 이렇게 쓰는 기획이 됐다는 것”이라며 “그 기획을 김만배와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 등이 기획해 순차적으로 계획 하에 냈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고 했다.

한 기자는 이어 검찰 조사 당시 받은 416개의 질문 중 100개가량이 발제, 취재, 보도 과정 전반을 점검하는 내용이었다는 점을 비판했다. 당시 질문에는 “정상적인 언론사라면”, “진정한 탐사보도 매체라면”, “진정한 언론인의 자세라면”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한 기자는 이를 두고 “수사를 하는 게 아니라 서초동의 ‘언론심의위원회’ 같은 걸 차려서 언론사 활동을 심의, 검증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런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책임이 누구에게 있나 생각해보면 우리 언론인에게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했다.

▲ 2023년 12월22일 한국언론정보학회·한국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긴급토론회 ‘공포사회의 도래와 언론자유’가 서울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영상 갈무리 
▲ 2023년 12월22일 한국언론정보학회·한국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긴급토론회 ‘공포사회의 도래와 언론자유’가 서울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영상 갈무리 

그는 “내가 검찰 조사를 받은 다음날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티타임을 가졌다. 티타임 관련 기사가 당일 저녁부터 쏟아져 나왔는데, 검찰이 굉장히 자신 있게 ‘뉴스타파가 허위 인터뷰를 보도할 목적으로 대선 TF를 구성했다’는 표현을 썼다. 상식적으로 기자들이 ‘대선 TF를 안 꾸리는 언론사가 있나, TF와 허위 보도가 어떻게 연관되는지 수사 과정에서 확인한 게 있느냐’고 물어야 하는데 그런 질문이 없었다”면서 “내 반론이 전혀 없는 명예훼손성 기사가 쏟아지는데 그에 대해선 검찰이 수사하지 않는다. 이 사건 보도하는 기자들을 수백 명 묶어 고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 기자는 이어 “‘완벽한 기사만 내야 한다, 그 기준도 내가 갖고 있다’, 검찰이든 정치권력이든 그런 생각을 한다면 그 자체가 폭력이고 파시즘이라고 생각한다”며 “언론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빛났던 때가 언제이고 욕 먹었던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보면, 권력과 싸울 때 가장 빛났고 현장을 떠나지 않았을 때 가장 빛났다”고 말했다.

CP-2023-0179@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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