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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밀양시의 영남루(嶺南樓) 누각에 올라서면 밀양강과 밀양 시내가 훤히 굽어보인다. 경상도를 ‘영남’으로 부르는데 그 이름을 개별 건축물에 붙인 데 상당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조선시대 3대 누각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는 영남루 누각은 팔작지붕 아래로 정면 5칸, 측면 3칸 구조다. 영남루를 중심으로 좌우로 능파당과 침류각이 날개를 펴듯 펼쳐져 있다. 조선 말 추사체의 대가 성파 하동주가 쓴 편액을 비롯해 퇴계 이황, 목은 이색 등이 남긴 글들이 걸려 있다. 신라시대인 8세기 중엽 당시 대형 사찰인 영남사의 부속 누각으로 세워졌다가 영남사가 폐사된 후 고려 공민왕 때 규모를 키워 다시 지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몇 차례 소실됐다가 1844년 중건된 후 현재까지 남아 있다.
지난주 밀양에 두 가지 낭보가 동시에 전해졌다. 우선 21일 60여 년 만에 영남루의 ‘국보’ 재승격이 확정됐다. 영남루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보물로 지정됐다가 해방 직후인 1948년 국보로 승격됐다. 하지만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제정되고 문화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그해 다시 보물로 내려앉았다. 최근 이를 다시 국보로 제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이 이뤄졌다. 국보 승격이 필요한 이유로는 이것이 부속 건물을 거느린 흔치 않은 누각이라는 점, 방대한 문학작품의 무대가 됐다는 점, 특히 교육 관광자원으로 활용이 절실하다는 점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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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호재는 ‘로컬100’ 캠페인의 일환으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청년 문화예술인, 관광 업계 종사자, 국내 거주 외국인, 언론 등의 ‘로컬100 보러 로컬로 가요’ 방문단을 21일 맞이한 것이다.
‘로컬100’은 문체부가 올 10월 문화 명소, 콘텐츠, 명인 등을 아울러 선정한 지역의 유·무형 문화 자원 100선이다. 밀양의 밀양아리랑대축제를 비롯해 통영국제음악제, 진주 남강유등축제, 안동 하회마을, 대전 성심당, 양양 서피비치 등이 포함됐다. 문체부는 내년 2월까지 로컬로 캠페인을 진행해 내외국인의 지역 방문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밀양아리랑대축제’는 1957년 밀양문화제로 출발해 매년 5월께 열리는 65년 전통의 밀양 대표 축제다. 영남루·예림서원·밀양향교·밀양아리랑아트센터 등 밀양 곳곳에서 ‘밀양아리랑’을 특화 콘텐츠로 계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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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로컬로 캠페인’ 일행들은 첫 행사로 밀양을 방문해 ‘국보’ 영남루와 함께 전통 시대 교육기관 밀양향교, 전통 가옥이 밀집한 ‘교동 밀성손씨 고가 집성촌’, 삼랑진 영남대로 자전거길, 2006년 부산대와 통폐합되면서 방치됐던 옛 밀양대 캠퍼스에 조성한 햇살문화캠퍼스, 밀양아리랑아트센터 등을 둘러보고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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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집성촌 가운데 특히 ‘손대식 고가’는 고택에서의 숙박 체험과 종갓집 전통문화 체험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날도 밀양 종부와 함께하는 김장 체험이 진행돼 방문객들이 직접 만든 김치로 점심 식사를 하기도 했다.
인근 밀양향교에서는 ‘새터가을굿놀이’가 펼쳐졌다. 이 놀이는 추수를 마친 뒤 햇오곡으로 고사를 지낸 다음 공산타작·타작마당·북더기타작·매질통 등 수확 노동을 놀이로 재현해 굿판을 벌이던 행사다.
옛 밀양대가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햇살문화캠퍼스에서는 지역 공방들이 참여한 로컬 상품관이 성황을 이뤘다. 밀양의 문화도시 사업 성과 공유회도 열렸다. 밀양아리랑아트센터에서는 지역 출신 배우들이 밀양의 역사적 인물과 전설을 아리랑으로 풀어낸 점필재 아리랑, 밀양검무 등의 ‘날 좀 보소’ 공연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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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자전거 여행 활성화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온 유 장관은 일행들과 함께 낙동강을 따라 자리한 영남대로 자전거길을 찾아 40분가량 자전거를 타고 둘러봤다. 여기에서 제주올레길처럼 중간중간에 들러 밀양의 문화를 둘러볼 수 있도록 자전거길이 확장돼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르다는 것”이라며 “지역만의 삶의 역사가 있는데, 다르다고 남을 인정하지 않으면 좋은 문화라고 할 수 없다. 다름을 인정하고 높이 평가해주는 사회가 문화가 있는 도시가 된다. 햇빛이 풍부한 도시 밀양이 타인을 존중하고 편견 없는 도시가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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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밀양 방문에는 방송을 통해 낯익은 브라질 출신 카를로스 고리토 씨와 폴란드인 프셰므스와브 크롬피에츠 씨, 인도 국적인 니디 아그르왈 씨가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 온 지 15년이 됐다는 카를로스 씨는 “한국에서도 각 지역들에서 사람들의 정과 옛날 문화, 전통이 살아 있는 느낌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밀양)=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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