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들 가운데 일부가 벌써부터 노인 비하 발언과 남성 우월주의 발언 등으로 구설에 휘말렸다.
특히 전향 운동권 출신인 민경우 민경우수학연구소장(비대위원)의 문제 발언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산다는 게 비극”,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한 대목이다. 국민의힘 등은 발언맥락과 달리 돌출적인 표현만이 문제라고 해명하고 있다. 맥락 전체를 들여다보니 발언 전체의 취지는 운동권 86세대를 새로운 세대로 밀어내야 하는데,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86세대를 노인네들에 비유한 건데, 그렇다 해도 노인들 빨리 죽으라는 발언은 증오감과 적개심을 부추기는 표현이다. 이런 언어로 86세대를 비판해봐야 반감만 낳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민 비대위원은 지난 10월17일 보수단체가 주최한 ‘우리시대 우상과 이성을 묻는다’라는 토론회에 참석해 586 운동권 위선의 실태를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들다가 이같이 말했다. 민 위원은 올연 양자역학을 들어 “1920년대 아인슈타인의 고전물리학과 (닐스 보어 등이 이끄는) 양자역학이 패권을 다투는데, 양자역학이 1930년대 주류가 되는데, 어떻게 양자역학이 주류가 됐는가, 심지어 아인슈타인도 반대했는데. 어떻게 됐을까”라며 “아인슈타인과 닐스 보어가 토론을 통해 해결했다고 생각하는데, 결론은 … 아인슈타인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다 죽었다”고 말했다. 민 비대위원은 “비관적 결론인데, 인간과 인간은 토론을 통해서 잘 안된다”며 “지금 최대의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겁니다. 빨리빨리 돌아가셔야 ~ 아유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민 비대위원은 이어 “우상을 믿는 사람들 (문제를) … 어떻게 해결할거냐. 새로운 세대가 올라와서, 아까 극단적인 표현을 썼습니다만, 자연스럽게 선배들을 밀어내야 한다”며 “그래서 어떻게해서든 담론의 장에 30대 40대를 끌어들여서 386이 한 것 ‘폼잡고 그러지 말고, 너희가 얘기한 것은 다 허접한 거야, 다 우스운 거야’ 이렇게 밀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이게 안 올라오잖아요. 이게 한국사회의 최대 비극”이라고 말했다.
부적절했다는 목소리와 언론보도가 나오자 민 비대위원은 사과문을 냈다. 민 비대위원은 28일 국민의힘 출입기자 공지 단체SNS메신저에 “젊은 세대의 사회적 역할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로 이미 바로 그 방송에서 극단적인 표현을 썼다며 ‘죄송하다’는 사과 취지를 즉시 밝힌 바 있다”며 “어르신들을 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신중치 못한 표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경우 비대위원 내정자가 386세대가 나이와 지위로 젊은 세대의 진입을 막는 사회적 현상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강조의 의미로 나온 표현으로, 그 발언 즉시, ‘죄송하다’, ‘극단적 표현’이었다고 사과했다”며 “일부 언론에서 해당 발언 바로 뒤에 붙은 ’죄송하다‘는 발언은 삭제한 채 발언 전체 취지를 왜곡하여 ’노인 비하‘라는 취지의 단정적인 보도를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민 위원 외에 호남대안포럼 대표인 박은식 비대위원도 SNS에 “결혼과 출산의 주된 결정권자는 남자”라는 표현이 담긴 글을 올렸다. 현재 박 비대위원의 페이스북은 열리지 않는다.
망언, 막말 비판이 제기되자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에서 “박은식 대표는 출산 장려대책이 가정을 꾸리는 남녀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로 글을 쓴 것인데 앞뒤 문맥을 다 자르고 망언이라고 하는 것은 무슨 경우냐”며 “여성을 암컷이라 빗대며 비하한 민주당의 내로남불 막무가내식 DNA를 떨쳐내지 못하는가 보다”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노인과 여성을 폄하하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던 민주당이야말로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29일 오전 KBS 라디오 <특집 KBS 1라디오 오늘>에 출연해 “표현하는 과정에서의 말 실수로 보인다”면서도 “들으시는 분들의 불쾌감에 대해 앞으로 저희가 더 사과를 드리고,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반적인 맥락은 노인 폄하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면서도 “그 부분만 딱 보면 좀 노인폄하 발언이라고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라서 일부분이라도 부적절한 발언에는 본인이 정확한 의사표현이 있어야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퇴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김현정 PD의 질의에 홍석준 의원은 “이게 국민 여론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 비대위에서 결정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28일 저녁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임명한 8명 비대위원 가운데 2명을 들어 “그런데 그 안에 전향 운동권 2명이 들어있어서 새로운 이념전쟁을 벌이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그 중 한 명은 노인비하 발언, 다른 한 분은 남성우월주의 발언으로 벌써 구설에 올랐고, 이른바 저격수로 알려진 인물들도 들어있는게 눈길을 끈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야권에 대한 공격에 선행해야 할 것은 여권의 반성”이라며 “아울러 정치의 본령은 과거의 청산이 아니라 미래의 기획이어야 한다. 그 미래 비전을 제시할 때 과거의 청산은 굳이 사정기관의 칼이나 언론플레이가 없어도 국민들 머리 속에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인 비하에 성 편향 저질까지, 한동훈표 인사참사 시즌2 컨셉은 ‘망언’이냐”며 “오늘 집권여당의 ‘망언 비대위’가 출범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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