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용자평가도 정부평가보다 느려…”UAE 비결은 통신사간 경쟁”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지난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2023년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 및 품질평가 결과에서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한국의 5G 다운로드 속도가 “최고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문장이었다.
올해 정부 평가에서 확인된 국내 5G 다운로드 속도는 이동통신 3사 평균으로 939.14Mbps에 달한다. 거의 1Gbps에 육박하는 빠른 속도다.
이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지난 9월 발표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네덜란드,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7개국 5G 다운로드 속도(평균 217.36Mbps)와 비교하면 한국이 4배 이상 빠르다고 과기과기정통부는 강조했다.
특히 7개국 중 최고인 UAE(445.73Mbps)보다도 한국의 5G 속도는 2배 이상 빠르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해외 조사기관의 평가 결과는 다르다.
30일 우클라(Ookla)의 ‘2023년 전 세계 연결 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5G 다운로드 속도는 UAE가 592.01Mbps로 한국(507.59Mbps)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3분기에는 한국이 UAE에 앞선 1위 국가였다.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테스트’를 운영하는 우클라 조사에서 UAE가 한국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2분기에도 UAE는 557.70Mbps로 한국(501.56Mbps)을 추월했다. 3분기에는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중간값을 사용하는 우클라 조사와 평균으로 계산한 우리 정부 평가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렇더라도 두 배 가까이 속도가 줄어든다는 결과는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다른 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의 12월 자료에서는 평균 속도로 계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통신 3사의 5G 다운로드 속도가 400Mbps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정부 발표에서 반토막 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해외 기관의 조사 결과가 무조건 옳을 것이라고 맹신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측정 방식이 다를 가능성이 크고, 민간 기관인 만큼 특정 외국 업체들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다만 이러한 비판 논리는 거꾸로 우리 측 발표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과기정통부와 KTOA의 평가 결과 역시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지 않았겠느냐’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정부 평가의 구체적인 방식, 그리고 함께 발표된 이용자 상시 평가 결과다.
올해 정부 평가에서 사용한 단말기는 갤럭시 S22 울트라로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보다 좀 더 고급 사양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속도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국내 이용자들이 지난 1∼11월 5G 서비스가 가능한 모든 단말기로 측정한 상시 평가에서는 5G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781.69Mbps로, 정부 평가 결과보다 150Mbps 이상 느렸다. 심지어 똑같이 갤럭시 S22 울트라로 한정한 이용자 평가 결과도 886.74Mbps로 역시 정부 평가 결과를 50Mbps 이상 하회했다.
만약 ‘한국이 UAE보다 2배 이상 빠르다’는 정부 발표보다 ‘UAE가 한국을 추월했다’는 우클라 보고서를 더 신뢰한다면 그 이유는 ‘경쟁’이라는 키워드에서 찾을 수 있다.
우클라는 최근 보고서에서 UAE 선두 등극의 핵심 요인으로 “현지 통신사 에티살랏과 두(du) 사이의 치열한 경쟁”을 언급했다. 양사 경쟁으로 광범위한 5G 커버리지가 구축된 것은 물론 5G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반적인 UAE 시장에 대한 우호적인 투자 환경, 재작년 말 개최된 두바이 엑스포로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도 그 배경에 포함될 수 있다.
경쟁이 UAE의 5G 1위 등극을 이끈 핵심 요소라면 3사 과점 체제인 국내 통신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5G 28㎓ 주파수 대역 신규 사업자를 모집해 제4 이동통신사를 찾고 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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