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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반도체산업과 가전산업은 인공지능(AI)발 변화의 물결이 기대된다. 반도체 산업은 ‘생성형 AI 개발 붐’으로 관련 차세대 메모리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반도체산업을 이끌 전망이다. 가전업계 역시 AI 기술의 탑재로 인한 새로운 가전들을 내놓으며 침체된 시장에 변화를 준비한다.
1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 반도체 시장은 2023년 대비 12.1% 증가한 5883억달러로, 반도체산업 경기가 호조세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도 올해 반도체산업 매출이 지난해 보다 16.8% 증가해 62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스마트폰과 PC 고객 감소, 데이터 센터, 하이퍼 스케일러 지출 악화로 지난해 반도체 경기가 악화됐지만 올해에는 메모리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시장에 대한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38.8% 하락했지만, 올해에는 전년보다 66.3% 성장해 크게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이 중에서도 D램 시장이 역시 공급과잉이 완화되면서 전년대비 88% 증가한 87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가트너는 반도체 시장의 회복은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서버 수요가 늘어난 게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반도체 기업은 생성형 AI를 비롯한 머신러닝·빅데이터 열풍에 따른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과 양산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상용화에 이어 차세대 기술인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과 PIM(프로세싱인메모리) 생태계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HBM은 현장에 속속 투입되며 AI 반도체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 HBM은 주로 AI 연산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탑재된다. 최근엔 엔비디아·AMD 등 AI 용 GPU 제조사들이 HBM 주문을 늘리며 시장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CXL은 고성능 연산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서 서로 다른 기종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통신·연결할 수 있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다. 일반적으로 중앙처리장치(CPU) 1개당 사용할 수 있는 D램 모듈이 제한돼있는데, 데이터 처리량을 늘리기 위해선 CPU를 늘려야 한다. CXL를 활용하면 이들 인터페이스를 하나로 통합해 장치 간 직접 통신을 가능하게 하고 메모리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PIM은 데이터 저장 역할만 하는 기존 D램과 달리 비메모리 반도체인 CPU나 GPU처럼 연산도 할 수 있게 한 차세대 기술이다. 하나의 칩에서 연산·메모리 기능을 수행하므로 데이터 병목 현상과 과다한 전력 소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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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바람이 부는 것은 가전업계도 마찬가지다. 세탁기가 옷을 빨고, 냉장고가 음식을 보관하는 데 그쳤던 기존 생활 가전은 사용자 개개인의 생활 패턴을 분석하고, 생성형 AI를 접목해 사용자와 대화하는 단계까지 발전하는 소통 가전으로 변화하고 있다. AI는 단순 디자인의 개선을 넘어 가전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쇼(CES) 2024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모든 기술의 활성화’으로, 핵심 키워드가 AI다. 참가업체들은 스마트홈·인프라·헬스케어·오토모티브 등 전 산업에서 두루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력을 이번 전시에서 뽐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참가업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전시관을 꾸리는 것은 물론, 개막 전날 회사의 TV·가전 수장인 한종희 부회장이 직접 나서 ‘모두를 위한 AI : 일상 속 똑똑한 초연결 경험’이라는 주제로 자사 AI 전략을 제시한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무대에서 AI 비전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부터 ‘맞춤형 경험으로 여는 초(超)연결 시대’를 강조하고 있다. 삼성의 여러 가전 제품을 IoT(사물인터넷)로 AI와 연결하거나 기기 내 AI를 자체적으로 탑재해 고객들이 어떤 제품에서도 AI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다. 요컨대 단순 음식물을 보관만 했던 냉장고가 사용자의 식습관이나 생활 패턴을 이해해 맞춤형 식단을 제안하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세탁기·식기세척기·청소기·냉장고 등 회사에서 생산하는 모든 가전제품의 초연결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최근 스마트폰과 가전을 포함한 ‘AI Hub(인공지능 허브)’ 상표권을 출원했다. 여러 가전제품을 네트워크에 연결하기 위해 컴퓨터 소프트웨어도 지정 상품에 함께 등록했다. 또 세탁·건조기와 관련된 ‘비스포크 콤보 AI’, 냉장고와 관련된 ‘AI 비전 인사이드’ 등 제품별로도 상표권을 출원한 상태다.
LG전자도 가전의 AI화를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TV와 냉장고를 팔던 LG전자가 전략 과제로 내놓은 것은 ‘생성형 AI 기술 개발’이다. 가전용 AI칩을 개발해 생활 가전 전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세탁기와 건조기에 적용된 AI칩을 모든 제품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CES 2024에서도 LG전자는 가전에 AI와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선보이게 될 고객 경험을 제시할 예정이다. 개막 하루 전에는 조주완 사장이 프레스 콘퍼런스 ‘LG 월드 프리미어’를 열고, ‘고객의 미래를 다시 정의하다’를 주제로 대표 연사에 나선다.
LG전자는 최근 AI 관련 생활가전 상표권을 속속 출원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상표권의 지정 상품으로는 △오븐에 내장된 카메라를 이용한 사진 및 영상 촬영·전송·저장·표시 및 관련 콘텐츠 공유용 컴퓨터 응용 소프트웨어 △핸드폰용 컴퓨터 응용 소프트웨어 등 오븐 내부 카메라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응용한 AI 기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시대를 맞이할 채비를 마쳤다. 자사 가전에 직접 탑재할 자체 LLM(거대 언어모델)이나 AI 칩셋, OS(운영체제)도 만든 상태다.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자체 개발 생성형 AI모델인 ‘삼성 가우스’를 가전제품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독자 OS인 ‘타이젠’의 리부팅(재시동)을 선언하고 내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가전에 타이젠을 연동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LG전자 역시 OS와 전용 칩 개발에 성공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해 7월 차세대 가전으로 ‘업 가전 2.0’을 공개하며 3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만든 가전 전용 AI칩 ‘DQ-C’와 가전 전용 OS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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