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을 입은 뒤 복구 작업을 거친 경복궁 담장이 공개된 가운데, 문화재청에서는 이 같은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유산 훼손 방지 종합대책을 내놨다.
문화재청은 4일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에 설치했던 가림막을 없애고 낙서 제거 및 긴급 보존 처리 작업을 완료한 담장을 일반에 공개했다. 지난달 16일 가림막을 설치한 후 19일 만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두 차례 낙서로 훼손된 담장 구간은 영추문 좌·우측 12.1m와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일대 24.1m 등 총 36.2m다.
훼손된 담장의 보존처리에는 문화재청의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와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의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들이 지난달 16일부터 총 8일간 하루 평균 29.3인 규모로 투입됐다.
레이저 세척기와 스팀 세척기, 블라스팅 장비 등 전문장비는 총 5일간 사용돼 장비 임차료 총액은 946만원으로 계산됐으며, 그 외 방한장갑과 정화통, 방진복 등 소모품 비용으로 1207만원이 책정됐다. 장비임차와 소모품은 이날까지 총 215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금액들과 함께 투입된 전문가 인건비 등을 포함한 전체 복구비용을 감정평가 전문기관에 의뢰, 감정한 후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작업(1단계)은 동절기와 담장 위치별 석재의 상태를 고려해 스프레이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응급복구”라며 “담장의 표면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을 거친 후 보존처리 작업(2단계)을 최종 완료할 예정이며, 현재까지 공정률은 80% 정도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제82조의3제3항)에 따라 원상 복구에 소요된 비용을 징수하고, 같은 법 제92조제1항에 따른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더 이상의 낙서 테러는 없다”…대책 내놓은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경복궁을 비롯한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의 내부에 있는 낙서 현황을 파악한 뒤 유산 훼손 방지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문화재청이 건물의 낙서 현황을 파악한 결과, 기둥과 벽체 등에 연필이나 유성펜, 수정액 등이 사용된 낙서와 뾰족한 도구 등이 사용된 새김훼손 등이 다수 발견됐다.
훼손유형과 정도에 따라 경미한 수리 범위에 해당하는 경우 상시관리를 통해 조치할 예정이며 수정액, 래커 등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보존처리를 추진한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또한 연내로 야간시간대 경복궁 순찰을 8회로 확대한다. 현재 관할경찰서와 협조 체계를 구축해 외곽 경계부에는 경찰의 순찰이 진행 중이다. 더불어 경복궁 외곽담장에 기존 14대인 폐쇄회로(CC)TV를 20대 더 추가하는 등 4대 궁과 종묘, 사직단의 외곽 담장에 총 110대를 추가 설치한다.
이외에도 국가유산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 출입부와 주요 관람영역에 낙서금지 등에 대한 안내 배너, 안내방송 등도 마련한다.
궁능관람규정에 문화유산 훼손행위 금지 등에 대한 항목에 대한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문화재 보호 대책은 전국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문화재청은 다음 달까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낙서 등 훼손에 취약한 국가유산과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을 조사한 뒤 오는 4월까지 광역시·도에서 운영 중인 국가유산 돌봄사업을 정기점검해 심층 점검한다.
이를 통해 인위적 훼손을 조기에 인지하고 CCTV가 추가로 필요한 국가유산을 파악할 예정이다. 확인된 취약지역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광역시·도에서 국가유산 돌봄사업을 통해 매월 정기점검을 실시하고, 내년에는 돌봄사업의 점검 인력을 올해 대비 25% 이상 확대한다.
전문 교육 및 인력 증원도 이뤄진다. 올해부터 국가유산 안전경비원을 대상으로 훼손상황 발생 시 신속한 초동대응을 위한 방재 전문 교육을 펼치고, 내년에는 관리 사각지대 순찰 및 훼손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증원도 추진한다.
국가유산의 재질과 오염물 성분에 따라 맞춤형 보존처리 기술의 신속한 적용이 가능하도록 역량을 강화하고, 낙서 등 오염물 제거방법의 현장 적용을 위한 실용화된 기술과 매뉴얼 등도 마련해 지자체와 보존처리 관계자 등에 보급한다.
문화재청은 “이번 경복궁 담장 훼손사건을 계기로 국가유산의 보호 역량을 보다 확대·강화할 것”이라며 “향후 이와 같은 훼손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을 엄정하게 적용하고 관용 없이 강력히 대응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울산서도 ‘낙서 테러’ 수난
지난달 국가문화유산인 경복궁이 낙서로 훼손당한 데 이어 울산 문무대왕 왕비석도 스프레이로 낙서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울산 동구에 위치한 대왕암공원 기암괴석 중 한 곳에 푸른색 스프레이로 ‘바다남’이라는 글씨가 쓰여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낙서로 훼손된 왕비석 인근은 관광로와는 조금 떨어져 있으며 날카롭고 미끄러운 바위들이 위치해 있어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다.
대왕암 공원은 삼국통일을 완성한 신라 30대 문무대왕의 왕비가 호국룡이 돼 대왕암 밑으로 잠겼다는 전설을 기념하며 조성된 곳으로, 울산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다.
울산 사례는 경복궁과 다르게 화학약품으로 낙서를 지울 경우 수질 오염 가능성이 있어 암석 표면을 긁어내는 형식으로 낙서를 지우고 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낙서한 범인을 찾기 위해 인근 해안경비부대 등에 CCTV 영상을 요청했다.
국가 문화유산이 아니더라도 공공시설인 공원 등을 훼손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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