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노사정 대표들 공개석상 첫 만남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도 ‘뼈있는 말’ 주고받기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노사정 대표들이 신년인사회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고용노동부는 5일 오후 서울중앙우체국에서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정치권, 학계 인사 등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2024 노사정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정·이수진·이은주 의원 등이 참석했다.
특히 이 장관과 김동명 위원장, 손경식 회장, 김문수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 이후 지난달 비공개로 노사정 대표자 회의를 연 데 이어 다시 함께 자리했다. 공개석상으로는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2021, 2022년엔 코로나19로 노사정 신년인사회가 열리지 않았고,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기간이었던 지난해 신년인사회엔 김동명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노사정 대표들이 만난 것은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이들은 유례없는 저출산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 앞에서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이정식 장관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같은 해묵은 구조적 문제와 초유의 저출산·고령사회 도래와 4차 산업혁명 등 시대적 변화가 국민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올해는 거센 ‘변화와 도전의 위기’를 새로운 일자리 ‘기회’로 전환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동주공제(同舟共濟)’의 자세로 노사정이 함께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고용노동관계 구축과 선진적인 고용노동·조직문화 개선”이 노동개혁의 궁극적 지향점이라며 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일하는 사람들 간 격차 줄이기, 일자리 기회 확대 등을 다짐했다.
김동명 위원장도 “저성장과 고물가의 고통이 본격적으로 국민 삶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국가소멸 위기에 버금가는 저출산의 심화, 현실로 닥친 기후위기와 산업전환의 그늘로 한국사회의 엔진이 꺼져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속가능한 한국사회의 미래를 위해 노사정이 힘과 지혜를 모으고 여야의 타협과 지원이 절실한 시기”라고 역설했다.
김문수 위원장은 “청춘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고 가정이 없는 사회에 희망이 있을 수 없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속수무책 악화하고 있다”며 “노사정이 힘을 합쳐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표들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덕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면서도 서로 이견이 있는 노사법치주의나 임금체계, 근로시간 등 현안과 관련해서 다소 ‘뼈있는 말’들을 주고받기도 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사회적 대화의 틀을 더욱 강화하고, 경사노위를 논의와 협의를 위한 기구에서 ‘법치를 뛰어넘는 협치’에 기반한 공동의 기구로 만들어가자”고 했다.
현 정부가 ‘법치주의’에 기반한 노사관계를 강조하면서 노조의 불법 행태 단속과 수사를 강화한 것 등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손경식 회장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기 극복과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며 노사관계의 선진화, 고용 경직성 해소, 성과가 반영되는 임금체계, 근로시간 유연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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