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협력 50주년 기념 특별 정상회의 후 공동의장 언론발표회에 참석한 모습.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야당 후보와 단둘이 저녁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립 의무 위반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조코위 대통령이 기호 2번인 야당 그린드라당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와 한 식당에서 단둘이 식사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이에 조코위 대통령의 특별 참모인 아리 드위파야나는 두 사람이 지난 5일 자카르타의 한 식당에서 1시간가량 저녁을 함께했지만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 사람이 단둘이 만나는 장면이 공개된 것은 대선 후보가 확정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서는 조코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정치 중립 의무를 어기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당인 인도네시아 투쟁민주당(PDI-P)은 성명을 통해 조코위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공무원과 경찰, 군에 중립을 지키라고 명령한 사실을 언급하며 자신부터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 대선 후보인 간자르 프라노워도 “조코위 대통령은 자신이 누구 편이라고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낫겠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권한과 권력의 남용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평론가인 아디 프라이트노는 “선거가 다가오면서 조코위 대통령이 프라보워가 자신의 유일한 후계자라는 것을 대중에게 명확히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14일 예정된 인도네시아 대선은 조코위 대통령이 여당이 아닌 야당을 사실상 지지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프라보워 후보는 2014년과 2019년 대선에 출마했지만 두 번 모두 조코위 대통령에 밀려 낙선했다. 대선이 끝난 뒤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조코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하지만 조코위 대통령은 2019년 그를 국방부 장관에 앉혔으며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자신이 속한 여당 후보가 아닌 야당 소속의 프라보워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TV로 방영된 대선 후보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야당 그린드라당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후보(오른쪽)와 그의 러닝메이트인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장남 지브란 라카부밍 라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 |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PDI-P의 당수이자 전 대통령인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와 조코위 대통령의 관계가 단단히 틀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심지어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수라카르타 시장은 프라보워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뛰고 있다. 이 과정에서 36세인 기브란이 부통령 후보로 나올 수 있도록 만 40세 이상으로 정해 놓은 대통령·부통령 후보 연령 제한을 바꾸기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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