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면서 평소 ‘노노그램’이라는 게임을 즐긴다. 국내에서는 ‘네모네모로직’으로 잘 알려졌는데, 모눈종이처럼 생긴 사각형 테두리에 적힌 숫자를 보고 칸을 채우면서 그림을 완성하는 퍼즐이다.
난이도가 높은 노노그램 퍼즐은 한 변이 30칸에 달한다. 스마트폰으로 보면 칸 크기가 너무 작아 손가락으로 터치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노노그램 퍼즐을 풀 땐 갤럭시S23 울트라에 내장된 스타일러스 펜 ‘S펜’을 활용할 때가 많았다. 펜촉이 얇아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터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S펜으로 터치한 곳 옆이 눌린 모습
그런데 어느 날 평소처럼 S펜으로 노노그램 퍼즐을 푸는데, 클릭하려는 부분의 오른쪽 칸이 선택됐다. 처음에는 버스나 지하철이 흔들려 잘못 클릭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중교통이 멈춘 상태에서도 계속 옆 칸이 클릭돼 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S펜 위치 틀어지는 증상, 셀프 보정은 어려워
S펜 ‘에어 뷰’ 기능을 사용하면 펜촉이 화면에 가까이 있을 때 동그란 포인터가 나타난다. 이 기능을 켜고 S펜을 화면 가까이 가져갔더니 포인터가 실제 펜촉 위치에서 오른쪽으로 1mm 정도 떨어진 위치에 표시됐다. 분명 문제가 있었다.
같은 증상을 경험한 사용자는 없는지 찾아봤더니 삼성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멤버스’ 앱에서 비슷한 사례를 발견했다. 한 사용자가 S펜 포인터가 어긋난다며 포인터 위치를 사용자가 임의로 보정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 질문에 삼성전자 S펜 담당자는 “포인터 위치 보정 기능은 따로 제공하지 않으며, 이상이 있다면 서비스센터에 방문해 점검과 수리를 받는 게 좋다”라고 답변했다.
S펜 고장 났다면 ‘맥세이프’ 액세서리 사용 여부 확인해야
갤럭시S23 울트라 맥세이프 케이스
다행히 서비스센터에 방문하기 직전 S펜에서 나타난 문제의 원인을 밝혀냈다. 평소 맥세이프 거치대를 사용하다 보니 스마트폰에는 맥세이프 링이 내장된 케이스를 장착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케이스를 뺐더니 S펜 포인터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여러 번 시도해도 결과는 같았다.
왜 맥세이프 케이스를 장착하면 S펜 포인터의 위치가 어긋나는 걸까. S펜의 원리를 살펴보니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
S펜 작동 원리 (출처 : 삼성전자 뉴스룸)
S펜은 전자기 공명(EMR) 방식으로 동작한다. 디스플레이 아래에 내장된 디지타이저(Digitizer)라는 금속 막이 자기장을 만드는데, S펜을 화면 가까이 대면 S펜 안쪽 코일에 유도전류가 발생하면서 디지타이저에 무선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를 받은 디지타이저는 펜촉 위치를 인식해 화면에 포인터를 표시한다.
맥세이프는 네오디뮴 자석으로 액세서리를 고정한다. 이때 자석에서 발생한 강력한 자기장이 디지타이저와 S펜 간 신호 전송에 간섭하면서 펜촉 위치 정보가 실제와 달라진다. 애플펜슬은 자기장과 무관한 기술을 사용하므로 S펜처럼 맥세이프 자석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맥세이프 그립톡 (출처 : MagStem)
맥세이프는 애플에서 발표한 기술 표준으로, 삼성전자는 정식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맥세이프 액세서리를 사용할 때 S펜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삼성을 탓할 순 없다. 하지만 맥세이프 그립톡이나 거치대 같은 액세서리가 다양하게 출시되면서 최근에는 삼성 스마트폰 전용 맥세이프 케이스를 장착하거나 맥세이프 링 스티커를 붙이는 사용자가 늘었다.
S펜 지원 기기에 맥세이프 사용하려면 고려해야 할 점은?
갤럭시S23 울트라처럼 S펜이 탑재된 기기에 맥세이프 액세서리를 사용하려면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S펜을 사용하는 동안 맥세이프를 쓰지 않는 것이다. 맥세이프 거치대에 올려두거나 그립톡이 부착된 상태로 S펜을 사용하면 선이 매끄럽게 그어지지 않거나 전혀 다른 위치를 클릭한다.
맥세이프 케이스 (출처 : vlhetl)
맥세이프 케이스에 어떤 링이 들어있는지도 신경 써야 한다. 링이 금속으로 만들어졌다면 S펜이 제대로 작동한다. 금속은 스스로 자기장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액세서리를 더 단단하게 부착하려고 자석으로 된 링을 내장한 케이스도 있다. 이런 제품을 사용하면 맥세이프 액세서리를 사용하지 않을 때도 자기장이 항상 발생하므로 S펜 포인터 위치가 어긋난다. 따라서 S펜이 탑재된 기기에 맥세이프를 사용하려면 자석 링이 들어간 케이스나 자석 맥세이프 스티커는 피하는 게 좋다.
금속 링이 들어간 케이스도 안심하긴 이르다. 맥세이프 액세서리를 자주 사용하다 보면 금속이 자성을 띠는 ‘자화(Magnetization)’ 현상이 일어난다. 금속 링이 자석처럼 변하면 미약하게 자기장을 방출해 S펜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금속 링이 들어간 케이스를 사용하다 S펜 포인터가 어긋나는 증상이 발생하면 다른 케이스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차세대 무선 충전에도 ‘자석’ 들어가…S펜 영향 우려돼
작년 1월 무선전력컨소시엄(WPC)은 차세대 무선 충전 규격 ‘Qi2(치2)’를 발표했다. 애플 맥세이프 구조를 채택한 Qi2에는 자석으로 무선 충전 코일 위치를 맞추는 기술이 적용됐다.
실제 펜촉 위치의 오른쪽에 에어뷰 포인터가 나타난 모습
앞으로 삼성전자가 출시할 스마트폰이 Qi2를 지원할 경우, 맥세이프나 Qi2 충전기로 충전하거나 맥세이프 그립톡 같은 액세서리를 장착했을 때 S펜이 정상적으로 동작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려면 디지타이저가 외부 자기장에 간섭 받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S펜 동작 방식을 변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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