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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완성차 업계가 ‘저렴하고 질 낮은 자동차’라는 오명을 벗어내며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별도 고급 브랜드를 설립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제품을 앞세워 차별화를 노리는 방식이다. 디자인 혁신, 품질 개선 등 과거에 현대자동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키워낸 전략을 중국 업계가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고급화 전략에 가장 앞선 중국 자동차 제조사는 비야디(BYD)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른 BYD는 지난해 설립한 별도 고급 브랜드 양왕의 제품군을 강화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양왕은 2억 원에 육박하는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U8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 전기 스포츠카 U9까지 선보였다.
창청자동차(GWM)는 SUV 전문 고급 브랜드 웨이를 설립해 유럽에 판매를 시작했고 볼보 등의 자회사를 거느린 지리자동차는 고급 전기차 전용 브랜드 갤럭시를 출범했다. 디이자동차(FAW)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전차로 사용되는 프리미엄 브랜드 홍치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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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중국 완성차 업계의 고급화 전략이 현대차(005380)가 제네시스를 키워낸 방식과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별도 브랜드 설립부터 디자인 혁신, 합리적인 가격대 설정 등 현대차가 걸어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명 디자이너 영입을 통한 디자인 경영이 대표적이다.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비결은 차별화한 디자인이다.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앞둔 2015년 아우디와 벤틀리를 거친 루크 동커볼케를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당시 부회장이 직접 영입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동커볼케는 G90·GV80 등의 개발에 참여해 제네시스의 상징인 크레스트 그릴, 쿼드 램프를 만들어내며 디자인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중국 업계도 경쟁적으로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하며 브랜드 디자인을 탈바꿈하고 있다. BYD는 디자인센터의 지휘봉을 아우디 디자인 수장을 역임한 볼프강 에거에게 맡겼다. 에거는 최근 선보인 전기 스포츠카 U9의 디자인에도 참여하는 등 BYD와 양왕 디자인을 세련되게 다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GWM은 랜드로버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필 시몬스를 영입해 디자인 총괄을 맡겼고 FAW는 롤스로이스 디자인을 담당하던 자일스 테일러를 모셔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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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브랜드의 위치를 준고급차로 설정하며 가격대를 대중 모델과 프리미엄 제품 사이로 정한 전략 역시 비슷하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당시 ‘BMW 7시리즈보다 넓지만 가격은 3시리즈’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웠다. 합리적인 가격에 고급스러우면서도 성능 좋은 차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중국 업계도 대부분 모델의 가격을 접근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다. 웨이의 고급 SUV 커피01은 유럽에서 800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으며 지리가 선보인 전기 세단 E8은 최신 전자 사양을 대거 적용하면서도 가격대를 3500만 원대로 낮게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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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을 비롯한 품질 강화에 매진하는 전략도 마찬가지다. 제네시스는 고급 브랜드에 걸맞은 품질을 갖추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한 끝에 2017년부터 5년 연속 미국 JD파워 주관 신차 품질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성과를 거뒀다.
유럽 등 선진 시장에 진출한 중국 제조사도 공신력 있는 조사에서 준수한 평가를 받으며 안전성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웨이의 하이브리드 SUV 커피01은 유럽의 안전성 평가 유로 앤캡(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얻었다. 대중 브랜드인 BYD의 전기차 실과 돌핀, 샤오펑 P7 역시 최고 등급을 받았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중국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내연기관차를 건너뛰고 전기차를 앞세우고 있다”며 “중국을 국내 업계의 추격자가 아니라 경쟁자로 바라보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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