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가겠다고 했는데…”
KBO리그에 ‘강정호 스쿨’의 입소문이 점점 널리 퍼진다. 손아섭(36, NC 다이노스)가 미국 LA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강정호를 만나 타격을 정비한 뒤 2022시즌 부진에서 탈피, 2023시즌 타격왕과 최다안타왕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러자 지난 1~2년간 부진했던 김재환(36, 두산 베어스)과 박세혁(34, NC), 한동희(25, 롯데 자이언츠), 정훈(37, 롯데)이 수강증을 끊었다. 김재환은 작년 연말에 1개월 스케줄로 다녀왔고, 박세혁은 10일에 출국한다. 한동희와 정훈도 곧 떠난다.
그런데 강정호 스쿨을 거절(?)한 선수가 있어서 화제다.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한국야구가 주목하는 초대형 유망주 유격수 김주원(22, NC)이다. 김주원은 2023시즌 도중에 손아섭으로부터 함께 강정호에게 가자고 권유를 받았고, 갈 생각을 했지만, 마음을 바꿨다.
김주원은 작년 12월부터 국내 한 야구센터에서 개인훈련을 진행한다. 8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김주원은 “작년에 경기를 많이 해서 회복운동을 많이 한다. 타격에서 부족해서 기술을 배우려고 센터를 다니고 있다”라고 했다.
강정호 스쿨 거절 이유를 얘기했다. 김주원은 “아섭 선배님이 시즌 중반부터 가자고 했는데 그땐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시즌이 끝나고 그 기간이 다가와서 다시 제대로 얘기했는데, 1월 중순에 같이 가자고 하더라. 계산해 보니 배울 수 있는 시간이 2주 밖에 안 된다. 강정호 선배님에게 제대로 배우고 싶은데 2주는 짧다. 배우려면 1달 이상 제대로 배운 다음에 캠프로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일리 있는 판단이다. 강정호조차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손아섭이 이번엔 작년과 달리 2주 정도만 머무른다며, 시간이 빠듯하다고 우려했다. 김주원도 강정호 스쿨이 싫은 게 아니다. 1월 중순에 가면 물리적인 시간이 적어 효과가 적고, 나아가 오히려 타격에 혼란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김주원은 “전민수 코치님과도, 아섭 선배님과도 다시 얘기해보니 그런 불안요소가 있는 것 같다. 잠깐 배우면 혼란스러울 수 있으니 다음에 가면 안 되겠냐고 했다. 그러니 괜찮다고 하셨다”라고 했다. 절대 강정호 스쿨이 싫어서 가지 않은 게 아니다.
손아섭 정도로 타격이 완성된 타자들은 ‘속성 과외’도 괜찮다. 그러나 김주원은 아직 그 정도 레벨은 아니다. 당연히 짧은 기간 레슨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현재 다니는 야구센터에서 타격 폼을 교정하고 있으니, 거기서 효율을 극대화하면 된다.
김주원은 “타격에 힘을 제대로 실어야 하는데 힘을 모으는 동작에서 분산되는 측면이 있어서 그걸 고치고 있다”라고 했다. 작년 12월부터 진행하고 있으니, 훈련장소와 코치를 바꾸면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강정호는 끝없는 노력과 연구로 타자 개개인의 방향성을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모든 타자를 바꿀 수 없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강정호 스쿨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국내에도 좋은 타격 선생님이 많다.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을 택하면 된다. 김주원의 상황으로는, 강정호 스쿨을 이번엔 거절하는 게 마침맞다.
김주원은 “작년에 안 좋을 때 여러 생각이 들었다.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한편으로 잘 안 되다 보니 쉬면 괜찮아질까 생각하기도 했다. 어차피 이겨내야 하니 계속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그래서 올 시즌이 기대된다. 미국 팬그래프가 주목한 미래에 메이저리그에 도전 가능한 유격수. 김주원은 “그렇게 평가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직 한창 부족한 점이 많다. 차근차근 향상해 나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메이저리그보다 여기서 잘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