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창원 김진성 기자] “야구가 투수가 유리해야 하는데…”
KBO리그의 2024시즌 최대 화두는 단연 피치클락과 ABS(투구 자동 스트라이크/볼 판정 시스템)다. 견제구 2회 제한, 수비 시프트 제한이란 변화도 있지만, 피치블락과 ABS가 현대야구의 근본적인 풍경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피치클락과 ABS를 동시에 도입하는 KBO리그다. 가지 않은 길은 아무도 모른다. 업계 구성원들도 이런저런 전망을 내놓는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 결말은 아무도 모른다. 단, 결국 타자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하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는다.
메이저리그에서부터 바람이 분 이 시스템 자체가 인플레이 상황을 많이 만들어 야구의 흥미를 도우려는 목적이 크다. ABS의 경우 투수가 스트라이크라고 확실하게 생각했는데 카운트가 되지 않는 코스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타자가 칠 수 없는 코스에 스트라이크가 선언되면 투수에게 유리하다는 전망도 많다)
8일 창원NC파크에서 2024시즌 시무식을 마친 NC 다이노스 선수들에게 물었다. 클로저 이용찬(35)은 무조건 타자가 유리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투수들이 많이 힘들어질 것이다. 로봇 심판을 두고 한 번도 야구를 해본 적이 없다. 캠프에 가서 해봐야 알겠지만 투수들 스탯이 안 좋아질 것이고, 타자에게 유리할 것이다. 견제를 (한 타자에게)두 번 이상 못 하는 것도 투수에게 불리하다”라고 했다.
이용찬은 야구가 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야구가 투수에게 유리해야 하는 종목인데, 투수들이 점점 불리해지는 것 같다”라고 했다. 좀 더 생생한 얘기를 듣고 싶어서 “무조건 카운트를 잡는다고 생각한 공이 볼로 판정되면 어떻겠느냐”라고 하자 “투수가 예민해질 것이다. 스트라이크 하나로 끝내야 하는 상황인데 두 타자, 세 타자, 네 타자를 더 갈 수 있는 것이다. 그건 무조건 (투수에게 악)영향이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조금 다른 견해도 있다. 포수 박세혁(34)은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스트라이크 존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잘 모르겠다. 기계가 어떻게 판단할지 잘 모르겠는데 맞춰서 해야 한다”라고 했다. 단, 그는 ABS시대에 무용론이 제기된 프레이밍에 대해 “무조건 필요하다”라고 했다. 투수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박세혁은 “투수가 던질 때의 느낌이 있다. 로봇이 본다고 해서 제대로 공을 안 잡으면 투수가 ‘내 공이 저런가. 밸런스가 흐트러졌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똑같이 공을 잘 잡아줘야 한다”라고 했다. 단순히 스트라이크, 볼 하나를 떠나 투수가 ABS를 통해 의기소침해지지 않도록 캐칭을 잘 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형준(25)은 “로봇 심판은 공평하게 할 것이다. 적응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피치클락은 조금 걱정된다. 투수들이 원래 탬포가 있는데 빨라져야 한다. 그 시간 내에 던져야 하는 압박감이 있을 것이다. 적응하다 보면 괜찮아질 것 같긴 한데 타자들도 루틴을 최소화할 필요는 있다. 많으면 힘들어질 것 같다”라고 했다.
주장 손아섭(36)은 “준비동작이 긴 타자에겐 영향이 있을 것이다. 몸으로 못 느껴봐서 모르겠는데, 동작을 줄이면 심리적으로 불안한 부분이 있다. 나도 루틴이 많은 선수인데 한번 해봐야 할 것 같다. 투수들은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고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10개 구단 선수 모두 같은 조건이니 빨리 적응하는 팀이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