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디펜딩챔피언 LG 트윈스에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l) 코치라는 생소한 보직이 생겼다. 이호준 타격코치가 그 보직을 맡는다. 직접 염경엽 감독과 구단에게 요청했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이호준 코치에 따르면 QC 코치는 타격 뿐만 아니라 투수, 주루, 수비 등 모둔 분야를 살피는 보직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QC 코치 보직이 있긴 하지만 KBO리그에선 생소하다. 그래서 더 물음표가 많다.
이호준 코치에게는 어쩌면 도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요청한 만큼 정면돌파를 하려 한다.
이 코치는 “내가 요청했던 부분이다. 감독님, 단장님이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결정이 났다. 전 팀에서 나온 이유가 타격 코치를 그만하고 싶었다. 그런데 모든 분들이 내가 타격 코치만 잘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면서 “지난 시즌 중반 식사자리에서 농담으로 감독님께 ‘작전 코치 시켜달라’고 했었다.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넌 안 돼’라고 하시더라, ‘저도 잘 할 수 있습니다’고 했다. 내가 (선수 시절) 주자 안 해봤나. 도루를 안 해봤나. 다 해봤다. 다리가 좀 늦어서 그런거지(웃음). 정말 진지하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만큼 내가 욕심이 많나 보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2년 전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코치들도 보면 작전, 수비, 타격 등 여러 분야를 돌지 않나.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 3일과 4일 진행된 코칭스태프 워크샵부터 본격적인 QC 코치의 업무가 시작됐다.
이 코치는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는데 오해는 하지 않으시기 바란다. 그래서 워크샵 때도 코치들께 이야기했다. ‘다른 파트까지 간섭하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내가 뭔가 명령을 하고 이런 게 아니라 한 발 뒤에서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같이 참여하겠다는 얘기다”며 “선수가 코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려면 어느 정도 그 포지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코칭하는 것을 옆에서 듣고 배워야 한다. 그런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스태프와 스태프, 감독, 스태프와 선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첫 번째고, 그 다음이 타격이다. 타격 50%를 맡는다. 타격 육성이 집중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이 코치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 SSG 랜더스 감독 후보로 알려졌고,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면접을 봤다. 이 과정에서 느낀 것이 있다고 했다.
이 코치는 “감독 후보로 면접을 본 것은 모두가 아실 것”이라면서 “장담컨데 면접을 보면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들은 3분의 1 밖에 안 될 것이다. 나머지는 경험 안 해본 상태로 대충 듣고 준비해서 말하는 거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그러면서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감독들이 가끔은 약속을 못 지키는 구나’ 싶었다. 처음에 감독 되시고 뭔가 거창하게 나오지 않나. 그런데 그거를 지키지 못한 부분이 꽤 생긴다.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험을 해봐야 정확하게 말을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QC 코치를 시켜달라고 한 부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코치는 “이쪽 저쪽 다 공부해보고 싶었다. 주위에서 ‘투수 교체는 알겠냐’, ‘교체 타이밍은 알겠냐’고 하더라. 그래도 나 투수로 입단한 사람인데(웃음). 그래야 내가 감독이 됐을 때 내가 한 말에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거기에 대해 전혀 준비가 안 된 사람이라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이 코치의 말대로 그는 1994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할 때 투수였다. 데뷔 첫 해만 투수로 활약했고, 1년 뒤 타자로 전향해 맹활약을 펼쳤다.
올해 누구보다 책임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이호준 코치는 “메이저리그에서 QC 코치가 어떤 것을 하는지를 알아봤는데 보직이 다양하더라. 나는 3가지 정도로 압축해서 해보려 한다”면서 “제가 부탁을 해 새롭게 만든 자리다. 나 때문에 새 코치도 뽑았다. (그렇기 때문에) 잘해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LG만의 QC 코치라는 것을 만들어서 나 다음에도 QC 코치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