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트 트랙 1.2.3
<20> 너와 내가
– 아일
한 겨울이 난 싫어졌어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괜히 외로워지는 한 사람의 이야기다. 애인도 없고 친구들은 다 놀러 나가느라 바쁘고 혼자 방에서 보내는 하루가 얼마나 힘든지. 문득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캐럴을 듣고 머릿속에 떠오른 한 사람에게 연락을 해볼까 망설인다. 과연 그녀가 연락을 받아줄까?
솔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이들에게 한 번 용기내보라는 아일의 ‘그냥 겨울 노래’다. 싱어송라이터 아일은 유쾌한 곡부터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의 사랑 노래까지 다양한 상황을 노래한다. “치킨 한 마리 시켜도 다리 두 쪽 줄게”라며 너드미를 내뿜으며 나 정도면 괜찮은 남자라고 사랑을 갈구하는 노래도, “네가 떠나간 겨울 같은 건 싫은 걸” 같이 미련 뚝뚝 남는 모습들 모두 공감되는 가사와 부담스럽지 않은 멜로디로 표현해낸다. 아일의 사랑 노래를 들으며 한겨울의 외로움을 달래보자.
Track 1) 너와 내가
‘너와 내가’는 프러포즈 곡이자 축가로 부르기 좋은 노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첫 순간부터 끝까지 상상하며 적어 내려간 가사는 섬세하고 따스하다.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빛나는 행복을 만들어나갈 이들에게 이 곡을 바친다.
편지로는 내 맘 다
못 전할까 봐
피아노에 앉아
나의 맘을 담아
이젠 불안해하지 마
다 괜찮을 거야
너에게서 난
멀어지지 않아
고된 하루에 지쳐서 네게 전활 걸어
너의 목소리에 다시 웃으면
나도 몰래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내 고된 하루도 너의 목소리면 다 괜찮아지고, 네가 웃음을 지을 땐 나도 웃음이 난다. 그게 참 좋아서 널 다짐하게 된다. 내가 너에게서 멀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글로 적으면 내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할까봐 피아노에 앉아 너에게 들려주고픈 나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세상 많은 사람 중 너와 내가 만나
그렇게 서로가 사랑에 빠진
그 순간부터 지금을 기다려왔어
너와 내가 시간 지나 나이가 들면
우릴 닮은 아이들과
지금 우리 얘길 하겠지
너와 내가 그보다 더 나이가 들면
우리 참 잘해왔다고
서롤 다독여줄 거야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 중 너와 내가 만나 사랑을 한 건 기적 같은 일이다. 나는 서로가 사랑에 빠진 그 순간부터 아이를 낳고 아이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상상해왔다고 말한다.
이 노래를 들으면 영화 ‘노트북’이 생각난다. 열일곱의 설렘으로 뜨겁게 사랑을 시작한 노먼과 앨리.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이별한다. 각자의 삶을 살다가도 서로를 잊지 못해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잘 살고 있었지만, 두 사람에게도 세월이 찾아왔다.
사진 = 네이버 영화 ‘노트북’ 포토
앨리는 나이가 들어 퇴행성 알츠하이머를 앓는 환자가 되어 기억을 잃는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노먼은 앨리와 함께 있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읽어주곤 한다. 앨리는 때때로 정신을 차리고 노먼을 알아보기도 하지만 곧 기억을 또 잃어버린다. 노먼은 이런 앨리를 포기하지 않고 항상 앨리에게 다가간다.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면서. 비록 죽으면 쉽게 잊혀질 평범한 사람이라도 영혼을 바쳐 평생 한 여자를 사랑했으니 내 인생은 성공한 인생이라며 말이다.
그러다 만약
떠나야 하는 그날이 오면
너의 손을 꼭 잡고
같은 날 같은 곳에
잠들 거야
노먼도 건강하게 지니며 앨리 곁에 있고 싶었지만 심장병으로 인해 앨리와 떨어져 있게 되었다. 상태가 호전되자마자 앨리의 병실로 찾아간 노먼. 마침 기억이 돌아온 앨리는 그를 반기며 기억을 잃어버릴 것을 두려워했다. 노먼은 두려워하는 앨리 곁에 누워 함께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손을 꼭 맞잡은 채로 함께 세상을 떠났다. 이 노래의 마지막과 닮아있다. 떠나야 하는 날이 온 것을 알았던 것처럼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같은 날 같은 곳에 잠들었다.
Track 2) 그냥 겨울 노래
방에서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게 지겨워진 오만한 청춘의 노래입니다. 여러분들도 망설여왔던 연락을 해 보세요 크리스마스엔 기적이 일어나잖아요.
-앨범 소개 중
이 노래는 한 겨울을 싫어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한 겨울이 난 싫어졌어
눈이 오는 것도 지겨워져
이쯤 되면 흘러나올 겨울 노래가
내겐 상관없는 이야기니까
함께였던 그때 못해 준게
너무 많았는데
언제나 그렇듯 지나간 내가 미운걸
매번 혼자인 크리스마스는 나 빼고 세상 모든 사람이 북적이는 날이다. 그날 만큼은 유독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다들 애인과 데이트하러 나가기 바쁜데, 나 혼자 라디오를 들으며 26일을 기다리고 있는 꼴이 우스웠다. 그러다 익숙한 멜로디가 귀에 꽂혔다. 이 노래는 네가 자주 듣던 노래인데, 한 번 연락해볼까?
이렇게 잠들기는 싫어
고민해 전화기를 집어
메리 크리스마스 어떻게 지내
난 그냥 그냥 그냥
니가 듣던 겨울 노래가
들려서 네 생각이 났어
아냐 맨날 네 생각뿐이야
난 그냥 그냥 그냥
네가 자주 듣던 노래 핑계를 대고 연락을 하려고 하는데, 티가 날까. 너는 몰랐겠지만 사실 난 매일 네 생각 뿐인데 크리스마스를 빌어 연락한 거야. 너를 좋아하지만 차마 같이 있을 수 없는 나의 겨울은 유독 더 외로웠어. 제발 네 마음도 나와 비슷하기를, 너의 겨울도 나와 같길.
요즘 해가 많이 짧아졌어
자고 일어나면 어두워져
Last christams 캐롤 노래가
라디오에서 울려 퍼져
눈이 오면 좋아하던
그 모습은 여전하니
난 그때의 하얀 눈 보다
날 보던 너의 눈이 좋아
너에 대해 궁금한 게 너무 많아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 혀 끝이 복잡하다. 눈이 오면 좋아하던 그 모습은 여전하니? 나는 우리가 함께 눈을 맞은 그날이 아직도 떠올라.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이 뭐가 그리 신기한지 너는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보면서 웃었고 나는 그런 너를 바라봤어. 그러다 눈이 마주친 순간, 그 순간을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저 위에서 내려오는 하얀 눈보다 너의 두 눈이 더 좋았다고 말하고 싶어.
이렇게 잠들기는 싫어
고민해 전화기를 집어
한 겨울이 난 좋아졌어
눈을 보는 게 좀 기다려져
이쯤 되면 흘러나올 겨울 노래가
마치 나의 이야기 같으니까
이제 너에게 내 마음을 고백할게. 나는 원래 겨울을 싫어하고 눈을 지겨워하던 사람이지만 겨울을 좋아하는 네가 좋아서 싫어하던 것들이 다 좋아졌어. 나는 이제 눈을 보는 게 좀 기다려질 것 같아. 이쯤 되면 흘러나올 겨울 노래가 마치 나의 이야기 같으니까 말이야. 앞으로의 겨울에 나와 함께 해줄래?
Track 3) 12월 (Hate December)
아일은 겨울이 누군가에겐 새하얀 눈, 산타클로스의 노래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겐 아쉬움투성이의 계절일 거라 말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시기. 모두가 들뜬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진다. 빛이 사라지면 그 이후에 밤은 더욱 짙어지기에, 아일은 12월이 싫은 나 아닌 누군가에게 이 곡을 바친다.
겨울이 난 왜 길게 느껴질까
아무리 좋아하려 해도
그게 난 안돼 잠이나 잘래
손은 얼어붙고 코끝이 빨개진
네 모습이 아직까진 지워지지 않았지
사랑을 전할까 고민하던 설렘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이별 앞에 무너졌다. 혼자 보내는 겨울은 아무리 좋아하려 해도 길게 느껴진다. 손은 얼어붙고 코끝이 빨개진 네 모습을 아직 지우지 못한 채 이 겨울을 버티기는 힘들었다.
’12월’의 영제가 ‘ Hate December’인데는 이유가 있다. 주인공은 이별한 상대와 함께한 시간을 추억하고 있다. 돌아오지 않을 걸 알아서 더 아름다워 보이는 걸까, 네가 어설픈 손길로 머플러를 둘러주며 웃을 때가 생각이 난다. 지나가는 커플 속 비춰진 우리 둘의 모습, 그 순간의 기억 속에 내 시간은 아직 멈춰있다.
12월의 끝을 달려가도 너는 없는데
난 이제 겨울이 싫어 이 눈이 미워
애꿎은 날씨만 탓해 한동안 왜
이 겨울의 끝을 홀로 남아 너를 보내네
크리스마스 노래는 굳이 듣지 않았지
네가 떠나간 겨울 같은 건 싫은걸
12월의 끝으로 가도 너는 없다. 너를 보려면 내가 자꾸만 앞으로 가서 과거를 되짚어보는 수밖에. 그래서 나는 추운 겨울을 더 춥게 만드는 눈이 싫었다. 이 겨울의 끝을 홀로 남아 너를 보내는 과정에 크리스마스 노래는 사치다. 네가 떠나간 겨울 같은 건 싫어서, 난 12월이 싫다.
나 없이 너는 어때
생각만큼 지낼만해?
시간이 꽤 지났는데
내 이별의 끝을 이제서야 마주한 듯해
오랫동안 사랑했고 또 사랑했어
나지막이 꺼내본 말 안녕
너에게 물어볼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없이 너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가 헤어진 지도 시간이 꽤 지났는데 너도 나만큼 외로워하고 있는지, 이 겨울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앞으로 다시 보기 어려울 너를 이제는 보내주려 한다. 오랫동안 사랑했고 사랑했지만 이제는 이별을 마주할 때다. 나지막이 ‘안녕’이라 말하며 이 연애도, 겨울도 끝내려 한다.
이 계절의 끝을 한 걸음씩 걸어가야만 해
4월의 벚꽃이 피면 너 좋아하던
그때 그 섬으로 다시 떠나자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네가 돌아오면
‘안녕’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네가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계절의 끝을 한 걸음 씩 걸어가면 곧 봄이 올 것이다. 겨울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네가 가장 좋아하던 봄에 벚꽃을 보러 가자고 말할 수도 없을테니 한 걸음씩 걸어가야만 한다고 다짐한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그녀가 돌아올 거라는 헛된 희망으로 겨울을 버텨내는 주인공. 앞으로 그에게도 계절마저 사랑하게 만드는 상대가 나타날까 지켜보게 된다.
글 = 김수린 썸랩 인턴 에디터
감수 = Tim 썸랩 에디터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