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힙플들이 지겨웠다. 새로운 힙한 장소들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모였다. 부산 힙플들을 가보기로 했다. 부산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향한 곳은 2017년 뉴욕타임스 선정 올해의 세계 여행지 52곳중 하나에 선정된 전포 카페거리다. 부산진구에 위치한 이곳은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오래된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오래된 건물들과 힙한 카페들이 공존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성수동이 그나마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성수 카페거리는 개발에 의해 개발된 느낌이라면 전포 카페거리는 진짜의 느낌이 난다.
전포 카페거리에 와서 어떤 카페들이 있는지 두발로 걸어다니며 구경했다. 대단히 독특한 카페를 가기 보다는 편안한 느낌이 드는 카페에 가서 책을 보고 싶었다. 그중 눈에띄는 카페가 하나 있었다. 카페 홀트라는 곳이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편안하고 안락해보이는 공간이었다. 공간의 분위기와 맞게 직원분들도 모두 친절했다. 친절함이 인상적인 카페였다. 인상적인 친절함으로 인해 다음에 또 들르고 싶은 카페였다. 먼 남쪽 동네에 와서 책을 보고 있으니 행복했다.
전포 카페거리에 오면 발란사를 방문해보고 싶었다. 사운드샵 발란사는 부산 로컬브랜드로 이제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브랜드이다. 유니클로,푸마 등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며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패션과 서브컬처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들러서 부산의 힙함을 구경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매장 안에는 스트릿 컬처와 관련된 많은 굿즈와 의류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부산에서의 멋진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샵이다.
전포 카페거리에 또 하나 꼭 들러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미국 감성의 하이틴 카페 듀코비 다이너와 듀코비 스타디움이다.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귀여운 마스코트가 반겨준다. 듀코비 다이너는 쨍한 색감으로 알록달록한 것이 특징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스럽기도 하다.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이너를 한국식으로 해석해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완성시킨 느낌이다.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완성도 높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컨셉을 잡은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들 모두 공을 들여 미국식 인테리어 복각을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이너 좌석뿐만 아니라 천장에 달려있는 거대한 샹들리에도 미국스러운 느낌을 준다. 매장내의 언어는 대부분 영어로 적혀 있어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다이너 공간을 즐기고 나면 다이너 스타디움으로 넘어갈 수 있다. 다이너 스타디움은 미국의 체육관 컨셉으로 다이너와는 또 다른 느낌으르 제공한다.
듀코비 스타디움은 미국의 대학교나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볼 수 있는 Gym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인테리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공간을 보여주면서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마치 하이틴 영화의 한장면 속에 들어온 느낌도 든다. 색감이 아주 예뻐서 사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고 공간을 구경하며 이곳에서 다양한 굿즈도 사고 사진도 찍으면 시간이 금방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듀코비는 한국, 일본, 미국의 각 분야의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이 모여 2008년에 설립한 아트워크 회사라고 한다. 각종 아트워크 진행과 디자인 상품 출시를 하며 고품질의 디자인 토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라고 한다. 이 공간 자체가 그들의 실력을 보여주는 팝업스토어라고 보면 된다. 공간의 완성도를 보니 그 회사의 실력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기위해 동래쪽으로 왔다. 이색적이고 힙한 식당을 찾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카츠 ㅋㅊ이다. 카츠 키읔치읓이라고 읽는다. 외관을 보면 일본에 여행 온 느낌이 든다. 일본식 돈카츠를 파는 식당인데, 외관이나 내부 인테리어 모두 힙한 곳이다. 특히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고 있는 로스카츠가 정말 맛있다고 한다. 이 식당에서는 하나의 돈카츠를 만드는데 꽤나 정성을 들인다고 한다. 4번의 건식, 습식 교차 숙성과 연육 과정을 거치고 염지를 통해 총 2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식당 내부가 꽤나 힙하다. 매장은 한줄로 되어 있는 바 테이블만 있고 오픈키친에 벽면에는 돈카츠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포스터는 키치했고 현대 미술 팝아트 느낌이었다. 포스터와 내부 인테리어를 보니 음식이 궁금했다. 로스카츠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나는 처음으로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렸는데, 매장에 금방 사람들이 찼다.
카츠 키읔치읔의 로스카츠는 비계와 등심 부위가 섞여 있는데 이것이 정말 조화로웠다. 비계는 고소하고 살코기 부분은 부드러웠다. 튀김의 정도도 알맞아서 완벽에 가까운 돈카츠였다. 소금을 찍어면으면 백퇴지 본연의 풍미를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다. 돈카츠 뿐만 아니라 같이 나오는 음식들도 모두 정말 맛있었다. 특히, 곁들여 나온 카레도 정말 맛있었다. 소바도 정말 맛있었는데 감칠맛이 훌륭한 음식들 이었다.
점심을 먹고 힙한 카페를 가기 위해 나섰다. 부산에서 어떤 곳이 힙한 카페일까 찾아보다가 찾은곳이 있다. 수안커피컴퍼니다. 수안동에 위치한 이곳은 수안커피컴퍼니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한다. 규모는 꽤나 거대했다. 동대문에 있는 DDP같았다. 미래적인 느낌이 드는 건물이었다. 커피를 다양한 관점으로 즐긴다는 철학을 보여주는 커피라고 한다. 미래적인 건축물과 초록색의 조경이 인상적인 외관이었다. 이곳의 건축물은 2011년 대한민국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독특하고 관심있게 지켜볼만한 건축물이라고 생각한다.
내부는 넓고 쾌적했다. 커피 한잔을 여유롭게 마시며 주변 풍경을 구경하기 좋은 구조라고 생각이 들었다. 원두는 다양하게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커피를 잘하는 곳에 오면 핸드드립을 먹어보려고 하는 편이다. 이곳에서도 핸드드립을 주문했다. 매장은 카페라기 보다는 원두 로스팅 부터 판매, 바이어 미팅등 커피와 관련된 모든 비즈니스를 행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의 기능과 회사의 기능을 합쳐놓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점이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얼마나 커피에 진심인지를 직접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테말라 원두인 ‘라 메르 세드’를 주문했다. 컵노트는 플로럴,블루베리,자두.조청,크리미 바디등 산뜻하고 상큼한 느낌이 많이 도는 원두였다. 이곳의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탄산수를 함께 내어준다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기 전에 탄산수를 먹으면 미뢰를 자극하여 커피 풍미를 더 잘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이런 작은 디테일이 사소한 차이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스러운 커피를 잘 즐기고 나왔다.
저녁 식사도 힙한 곳으로 찾았다. 해운대에 위치한 이태리 상점이다. 해운대 바다앞에 있는 아파트 단지앞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식당이다. 이곳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제공하는 안심식당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식당이기도 하다. 지나가다 보면 외관이 예뻐서 들러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유럽 이태리에 있는 식당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이곳은 오픈키친 형태로 눈앞에서 피자를 만드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화덕에서 피자가 구워지는 것도 실시간으로 일어난다. 이탈리아 그대로의 재료와 방식을 고수하는 식당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음식으로 쉬림프샐러드가 나왔다. 구운새우와 관자에 신선환 루꼴라를 곁들인 샐러드다. 남유럽 지중해의 신선함이 가득 느껴지는 샐러드였다. 구운 해산물의 풍미가 정말 좋았고, 첫 음식으로 입맛을 돋구기에 좋은 상큼함이 느껴졌다. 외관 인테리어 만큼이나 정말 유럽에서 만든 음식의 느낌이 났다.
다음은 클래식 까르보나라가 나왔다. 판체타라는 이태리 베이컨이 들어가고 페노리노 치즈와 후추, 노른자로 맛을 낸 정통 이태리식 까르보나라다. 크림을 쓰지 않고 치즈와 달걀노른자로 맛을 내어 더욱 꾸덕하고 녹진한 맛이었다.
마지막으로 이곳의 시그니쳐 메뉴인 룰로피자가 나왔다. 돌돌 말려진 이색피자다. 납잡하지 않고 동그랗고 돌돌 말려져 있어 그 안에 야채와 치즈, 매콤한 소고기, 리코타 치즈가 들어있었다. 일반 피자보다 씹는맛이 좋은 피자라고 할 수 있다. 멕시코 음식 퀘사디아를 먹는 느낌도 들었다. 이태리 상점의 메뉴들은 전부 정통의 맛을 잘 살린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힙한 곳들만 가득 채워보려 했던 부산 여행이었다. 서울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움을 많이 챙겨갈 수 있는 부산 여행이었다. 서울과 수도권이 지겨워진다면 가끔은 남쪽 부산으로 힙플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