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호황일 때는 소비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불황일 때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전략을 정교하게 수정하는 것이 기업에 큰 과제가 된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소비자가 자신들의 경제력 수준에 따라 소비 패턴을 바꾸기 때문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에 대응하는 소비자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모든 종류 소비 줄이기 slam-on-the-brakes :
경제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고객층으로 모든 종류의 소비에서 구매를 줄임.
2. 단기적으로 소비 줄이기 pained-but-patient :
회복 탄력성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느끼지만, 단기적으로는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적은 층. 이들 역시 절약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모든 종류 소비 줄이기’보다는 덜 공격적으로 줄임.
3. 유사한 소비 수준 유지하기 comfortably well-off :
현재 당면하거나 미래의 등락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비자층으로 경기 침체 전과 유사한 소비 패턴을 유지하는 편. 소득 구간 중 상위 5%에 속하는 사람들.
4. 오늘을 살아가기live-for-today :
저축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경기 침체에 대한 대항으로 메이저 구매 결정을 좀 늦추는 패턴을 보임. 도시의 젊은 소비자, 렌트·경험을 선호하는 소비자.
한편 사람들이 구매하는 상품은 아래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필수재essentials’ : 생존에 꼭 필요하거나 중요한 상품
2. ‘트릿treats’ :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구매하는 상품
3. ‘구매를 연기할 수 있는 재화postponables’ (지연재) : 말 그대로 필요하거나 원하는 상품이지만 구매를 추후로 미룰 수 있는 상품
4. ‘확장재expendables’ : 필요 없거나 구매가 정당화되지 않는 상품
이렇게 고객과 상품을 구분했다면, 기업에서는 이제 각각의 고객층에 맞게 감정적 연결을 높여야 한다. 감정적 연결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침체 상황에서 소비자는 긍정적이거나 특별하게 느끼는 브랜드에만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즉 소비 규모 자체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것을 구매할지 선택해야 할 때 감정적 연결이 소비자 구매에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진다.
고객들과 감정적 연결을 높이는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이 때 핵심은 소비자 본인이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필수재 이외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타당한 이유를 만들어줄 것, 그리고 본인이 직접 합리적으로 선택했다는 만족감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1. 상품의 옵션을 다양화한다.
여러 가지 선택지 가운데 소비자 본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상품 프로모션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경기 침체기 고객들이 높은 만족도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전략으로, 소비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자극하여 직접적인 매출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이 전략은 타깃 소비자가 스스로 영향력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Z 세대는 자신들의 생활을 영위하는 데 월급이 부족하다고 느껴 다른 세대보다 우울증을 많이 겪기도 한다. 이런 Z 세대를 대상으로 오프라인 매장이나 소셜 미디어 마케팅을 막론하고 다양성을 강조해 주의를 끌고 기분을 환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디스플레이할 때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의 퀄리티나 할인 여부를 강조하는 것보다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보여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카페에서는 원두의 선택지를 늘린다면 고객들이 매일 마시는 커피지만 원두를 직접 선택하며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 버거킹은 ‘원하는 대로 버거를 드세요Have It Your Way’라는 슬로건으로 고객이 자유롭게 재료를 선택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제이션’ 옵션을 강조해 이 전략을 더욱 극대화하기도 했다.
2. 상품 개발과 포지셔닝에 필수재의 요소를 반영한다
경기 불황으로 심리적 압박감이 커질 때 소비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대응 전략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필수재는 생존에 꼭 필요하거나 중요한 상품이기 때문에 소비를 줄이기가 어렵다.
따라서 필수재를 판매하는 브랜드는 경기가 악화되어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 동시에 이는 비필수재를 판매하는 브랜드는 그 상품이나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을 강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비필수재를 필수재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소비자가 자신들의 구매를 정당화할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복합 위기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가까운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변화의 주기가 짧아지며 소비자가 느끼는 불확실성 또한 커졌다. 불확실성이 고조되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순응하고 적응하는 능력이 커진 반면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경제·정치·사회적 환경이 변화하는 가운데 자신에게 어떠한 통제권도 없다고 느끼면 일종의 대응 메커니즘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다양한 행동을 통해 삶의 주체성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커진다.
하버드대학교 교수진의 연구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에서 본인이 ‘파워가 없다 powerless’고 느끼는 참가자일수록 다양한 맛의 초콜릿 박스를 선택하는 확률이 20% 정도 높았다.
반면 본인이 ‘파워가 있다 powerful’고 답한 참가자들은 맛의 종류가 적은 초콜릿 박스를 선택했다. ‘파워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언제든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원하는 경향이 적었다.
반면 ‘파워가 없다’고 느끼는 소비자는 통제 범위를 벗어난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줄어든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기 침체를 마주하면 기업 또한 장기적 관점보다 단기적 관점에 매몰되기 쉽다. 단기적 성과 지표에 집중하면 투자와 운용 비용을 낮추어 겉으로 보이는 단기적 성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버, 에어비앤비, 그루폰, 벤모, 왓츠앱이 2008~2009 글로벌 경제 위기에 창업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실리콘밸리 1세대 휴렛팩커드HP도 경제 대공황기였던 1939년 팔로알토의 창고에서 탄생했다.
경기 침체기에 M&A, 광고, R&D에 투자한 기업의 성과가 비용 절감에 집중한 기업의 성과보다 높다는 것이 많은 사례를 통해 입증되었다. 시장에 도전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경기 침체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출처 : 『잘파가 온다』 황지영 교수
책 더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