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획기적인 도움을 주는 차량이 등장했다. 이른바 ‘게걸음’, 제자리에 선 채로 옆으로 움직이는 현대모비스의 ‘모비온’이다.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4’에서 선보이는 이 차량을 개막 하루 전인 8일(현지 시간) 국내 언론 최초로 탑승해 봤다.
좌석 오른쪽 모니터에서 ‘크랩 드라이빙’이라는 기능을 작동시켰더니 모비온은 게걸음을 걷듯 옆으로 미끄러져 이동했다. ‘제로 턴’이라는 기능을 실행했더니 마치 자동차가 팽이가 된 것처럼 제자리에서 빠른 속도로 360도 회전을 수 바퀴 돌았다.
곧이어 ‘다이아고널’이란 기능을 사용하자 차가 대각선으로 주행을 했다. 피겨스케이팅에서 한 다리를 들고 빙판 이곳저곳을 우아하게 누비는 ‘스파이럴’ 기술처럼 자동차가 지면을 빙판 삼아 방향의 제약 없이 움직인 것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바퀴 네 개가 각각 독립해 구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비온은 네 개의 바퀴마다 각자 모터가 달려 있고 이를 하나하나 전자식으로 제어할 수 있다. 기존 차량들은 바퀴마다 모터가 장착돼 있지 않기 때문에 네 개의 바퀴가 서로 연동돼 움직이는 방식으로 구동한다.
만약 주차장이나 고속도로 요금소 기계에 손이 닿지 않아 영수증을 뽑기 어려울 때 게걸음 기능을 사용하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좁은 공간에서 평행 주차를 하려면 수차례 앞뒤로 오가며 각도를 조정해야 하는데 이 기능을 활용하면 간편하게 주차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판매 차량에 실제 장착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