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는 저희 세대가 아니고 저희 후대를 위해 준비해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4’ 개막을 하루 앞둔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맨덜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대자동차 미디어데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수소차 생태계가 비용과 연료전지 개발 등의 문제로 전기차나 하이드리드차만큼 확산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미래 세대를 위해 장기적으로 수소 사업을 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수소(대중화)가 어렵다고 하는데 누군가는 해야 하고, 안 하면 뺏길 수 있다”며 “속도는 여러 가지 부침이 있지만 과감하게 꾸준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년 전 배터리 EV(전기차)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준비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확신을 갖고 준비했다)”며 “수소를 해오며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궁극적으로 친환경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1998년 연료전지 연구 초기부터 수소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섰다. 2013년에는 투싼 ix35로 세계 최초 수소전기차 양산을 시작했다. 25년 넘게 수소 에너지 기술 개발에 투자하며 현재는 수소 승용차와 버스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번 CES에서는 생활폐기물이나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미국 조지아주와 손잡고 수소 충전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내용 등을 공개했다.
정 회장은 올해 CES와 관련해 “기아의 PBV(목적기반차량)도 있고 슈퍼널의 (도심항공교통인) e-VTOL(전기 수직 이착륙기)도 보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7개 계열사가 역대 최대 규모로 참여한 이번 CES의 출품작 중 주문자 맞춤형 차량 PBV와 도심 내 비행체인 UAM(도심항공교통)을 하이라이트로 꼽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송호성 기아 사장은 “많은 사람들은 PBV가 모빌리티의 표준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내년에 출시되는) PV5의 가격은 배터리와 모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겠지만, 글로벌 시장 기준으로 3만5000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30년 LCV(경형상용차) 시장을 약 350만 대로 예상하고 있고, 이 중 전기차가 150만 대 정도 될 것”이라며 “전기 상용차 시장의 20%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정 회장은 ‘올해 그룹에 전할 메시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우리가 안전을 위해서 정보기술(IT)을 많이 접목했다”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중심 차량(SDV)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 가운데 안전 관련 기술을 특히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라스베이거스=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