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삼양그룹이 신년사부터 ‘변화’를 강조하며 또 다른 100년 준비에 나섰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뉴노멀로 대표되는 변수 증가 등으로 한발짝 앞서나가지 않는 기업은 ‘서든 데스(돌연사)’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삼양은 3대 경영방침 마련, 체질 개선의 고삐를 바짝 쥐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삼양은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삼양의 모태는 김윤 삼양그룹 회장의 조부이자 창업주인 고 김연수 명예회장이 1924년 창업한 삼수사다. 농장 경영을 하던 삼수사는 1931년 사명을 삼양사로 변경한 뒤 방적 사업에 진출했다. 현재는 식품, 화학, 패키징,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상수(上壽)’에 이른 삼양이 가장 먼저 꺼내든 키워드는 ‘변화’다. 한시가 급하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고금리·고물가·저성장의 복합위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덮치며, 혁신 없이 향후 기업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김윤 회장은 연초 발표한 신년사에서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2024년을 새로운 삼양으로 다시 태어나는 변화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며 “올해는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첫해인 만큼 반드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각오로 임해달라”고 강조했다.
삼양이 제시한 변화를 위한 3대 경영방침은 △글로벌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 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 △캐시플로우(현금 흐름) 경영 강화다.
스페셜티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을 위해 삼양은 내년까지 이익의 60% 이상을 스페셜티 제품에서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식품 사업에서는 대체 감미료 ‘알룰로스’, 수용성 식이섬유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 등 대표 상품 지배력 강화에 주력한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알룰로스 추가 생산공장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폴리카보네이트를 중심으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에 주력하던 화학사업은 친환경 소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양은 소비자 사용 후 재활용한 재생 폴리카보네이트(PCR PC) 원료가 90% 이상 함유된 친환경 폴리카보네이트(PC)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폐어망 리사이클 소셜 벤처기업 넷스파와 폐어망 재활용 플라스틱 ‘펠릿’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양홀딩스 바이오팜그룹은 혁신 신약 R&D,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 신규 사업 진출 등을 추진 중이다. 삼양홀딩스는 전 세계 생분해성 봉합사 시장에서 원사 부문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지난해에는 헝가리 괴될뢰 산업단지에 연산 최대 10만km 규모의 원사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국내에서는 글로벌 CDMO(의약품 위탁생산·개발) 사업 확대를 위해 글로벌 선진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기준에 부합하는 항암주사제 공장을 증설 중이다. 증설 후에는 일본과 유럽에서 GMP 승인을 획득할 계획이다.
신규 사업인 미용성형 분야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팜그룹은 생분해성 봉합사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2019년 리프팅용 실 브랜드 ‘크로키’를 출시한데 이어 2021년에는 생분해성 고분자 물질 폴리카프로락톤(PCL)을 이용한 필러 ‘라풀렌’의 식약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라풀렌은 글로벌 필러 시장 진출을 본격화해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출시했으며, 중국의 이신텐트와 수출 관련 파트너십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사업 구조 고도화에 발맞춰 경영 인프라도 진화시키고 있다. ERP 재구축,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확산, 일하는 방식 혁신 등 경영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 중이다. 사업부에서는 웨비나, 브랜드 홈페이지 구축, 실시간 채팅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고객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윤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그 자체가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기초가 되는 일로 중요한 점은 임직원들이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없이는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방식부터 일하는 마인드 등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캐시플로우 경영 강화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기초체력’을 키우자는 의미다. 김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그룹조회 자리에서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 기업 생존과 성장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 유동성 확보”라며 “모든 의사결정에 현금 유동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수익 극대화, 운전자본 최적화, 효율적인 투자 관리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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