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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살기 좋은 곳에서, 또 살고 싶은 집에 사는 것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며 “주택 문제를 빠르고 확실하게 풀어내고, 튼튼한 주거 희망 사다리를 구축하기 위해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민생 토론회를 열고 주택정책 대전환을 예고했다. 사유재산인 주택을 규제 대상으로 여겨 이중·삼중 규제를 했던 과거 정부와는 다른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들의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시장 원리에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런 차원에서 △30년 이상 노후 주택에 대해 재개발·재건축 안전진단 적용 예외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청년 신혼부부 대상 도심 내 맞춤형 주택 공급 등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과 정부 부처 관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과거에는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재개발을 막았는데 그렇게 되니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더 오르는 모순된 현상이 빚어졌다”며 “출퇴근 시간은 오래 걸리고, 집은 노후화됐고, 길에다가 시간은 다 버리지, 정말 국민의 행복과는 너무 거리가 먼 현실”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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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민 참석자들은 주택 재개발이나 주거와 관련한 각종 불편 사항을 말했다. 경기 군포시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참석자는 “모든 신도시 단지가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안은 곪았다”며 “누수와 균열, 구조물 낙하에 비상시 긴급차량이 들어올 수도 없는 아주 급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본인이 검찰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노후 주택의 어려움에 적극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노후 주택 문제는) 수도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전국적 문제라는 것을 살아봤기에 아주 잘 인식하고 있다”며 “대전 둔산동 가람아파트 옆 관사에서 지낼 때 청소하시는 분에게 다섯 차례 맡겨서 청소를 했는데 냄새가 안 가시더라. 근무하는 내내 향을 뿌리고 지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아울러 “지은 지 20년이 좀 넘었는데도 수도를 틀면 녹물이 계속 나와 5분을 틀어놓아야 녹물이 빠져 그제서야 양치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며 “검사를 접고 변호사 일을 하다가 복직했는데, 관사 녹물만 (해결될 것으로) 안심했어도 사표를 안 내고 계속 근무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 규제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선택해서 개발하겠다는 것을 정부가 막을 근거가 없다”면서 “어떻게 도와줄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 정부”라며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특히 “중앙·지방정부 공무원의 사고방식을 대전환해 주민이 권리를 행사함에 어찌 도와줄지 생각해야 한다”며 “권리 행사를 규제한다는 발상을 버리고 사고를 대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다주택자 규제 완화, 세금 중과 폐지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했다고 징벌적으로 높은 과세를 하면 결국은 약자인 임차인에게 조세 전과가 이뤄져 피해를 고스란히 임차인이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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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회에 앞서 윤 대통령은 33년 전 경기 일산 신도시 내에 처음 준공된 아파트인 백송마을 5단지를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백송마을 아파트도 겉에는 칠을 해서 멀쩡해 보이지만 주차장하고 주택 안으로 가보니 말이 아니었다”며 “주민들이 (노후화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고) ‘집합적’인 자기 재산권을 행사하겠다는데 그것을 가로막는다면 정말 정부도 좀 한심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윤 대통령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는 것에 대해 “정부가 아주 잘 관리하고 있으니 안심해달라”며 “부동산과 관련된 큰 리스크는 저희가 싹이 올라올 때부터 미리미리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