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SEC,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X계정 해킹’ 승인 오보 소동 하루 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마침내 가상자산(암호화폐)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거래를 공식 승인했다.
SEC는 10일(현지 시각)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비트와이즈, 그레이스케일, 해시덱스, 블랙록, 발키리, BZX, 인베스코, 반에크, 위즈덤트리, 피델리티, 프랭클린 등 11개의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는 11일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11일 오전 7시 54분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거래 대비 2.28% 오른 4만6917.81달러(약 6197만7357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에서 “과거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환경이 변했다”며 ETF 승인 소식을 전했다. 겐슬러 위원장은 승인 이유에 대해 앞서 미 항소법원이 SEC의 ETF 승인 거부에 문제를 제기한 것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요한 것은 오늘 SEC의 결정이 증권이 아닌 하나의 비보안 상품인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장지수상품(ETP)으로 국한된 것”이라며 “이는 SEC가 가상자산 증권에 대한 상장 기준을 승인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암호화폐의 추가 현물 ETF 승인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으로 읽힌다. 또한 그는 “비트코인을 승인하지는 않았다”면서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 연계 상품들의 “수많은 위험성”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기대는 지난해 6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기습적인 승인 신청과 SEC의 비트코인 ETF 승인 거부가 “자의적이고 변덕스럽다”는 지난해 8월 항소법원 판결 이후 커졌다. 가상자산 투자업체 그레이스케일은 앞서 현물 ETF 승인을 거부한 SE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승인을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그레이스케일의 대변인은 SEC 발표 직후 “GBTC(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신탁)을 (현물 ETF로) 뉴욕증권거래소 아르카(NYSE Arca)에 상장하는 데 필요한 규제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곧 추가 정보가 포함된 보도 자료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SEC에 따르면 ETF 승인 최종 신청서를 낸 자산운용사는 11개였다. 자산운용사별 승인 마감일은 다르지만, 관계자들은 SEC가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지 않기 위해 10일 여러 ETF를 동시에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실제 SEC는 이날 최종 신청서를 제출한 자산운용사의 ETF를 모두 승인했다.
이번 승인은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세계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에 투자할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또 변동성 등을 이유로 당국의 규제 대상이 돼 흔들렸던 암호화폐 업계가 반등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SEC의 이번 승인은 약 1조7000억달러(약 2245조7000억원) 규모 디지털자산 시장의 획기적인 사건으로 월스트리트(월가) 등에서 세계 최대 암호화폐(비트코인)에 대한 접근성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타일러·카메론 윙클보스 형제(미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 공동설립자)가 지난 2013년 비트코인 ETF를 처음 제안한 이후 10년 이상 지속된 SEC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며 “SEC가 드물게 항복한 사례”라고 짚었다.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SEC의 현물 ETF 승인이 암호화폐 산업을 보다 규제가 엄격한 전통 금융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암호화폐 거래소 FTX 붕괴 이후 극에 달했던 규제당국과 암호화폐 업계 간 갈등이 한층 누그러지고, 암호화폐 업계가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한편 이날 SEC의 승인 결정은 전날 SEC의 공식 엑스(옛 트위터)에 ‘비트코인 ETF 승인’ 가짜뉴스 게시물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전날 주요 외신은 SEC의 엑스 게시물을 인용해 당국이 예상보다 하루 앞서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SEC는 엑스 계정이 해킹됐다며 ETF 승인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10일에는 미연방수사국(FBI)이 해킹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문제가 엑스의 보안 문제로 퍼졌다고 외신은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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