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태영 본사.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여파 속에도 연초 회사채 발행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특정 만기와 신용등급 위주로 수요가 집중돼 양극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를 분석한 결과 주로 2∼3년으로 만기가 짧은 물량에 자금이 집중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만기가 5년짜리인 장기물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시들했다.
최근 KCC(AA-)는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2년물과 3년물의 경쟁률이 각각 4.6대 1, 4.9대 1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년물은 2대 1에 그쳤다. 경쟁률은 애초 회사가 회사채로 조달하려 했던 예측 금액 대비 실제 모집된 금액으로 산출한다.
다른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도 유사했다. 가령 한화솔루션(AA-)의 경우 2년물과 3년물의 경쟁률이 각각 5대 1, 10대 1에 이르는 반면 5년물은 0.75대 1에 그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AA-)도 3년물의 경쟁률은 13대 1에 달했지만 5년물은 1.7대 1에 불과했다. LG유플러스(AA) 역시 2년물과 3년물은 7∼8대 1 수준이었으나 5년물은 4.6대 1로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일단 태영건설 사태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발행시장에 ‘뭉칫돈’이 들어오자 우려보다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여전히 태영건설 여파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는 징후가 이곳저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일단 장기물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통상 5년물이 2∼3년물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유사 시 민첩한 대응이 어려운 만큼, 각종 리스크가 우려되는 시기에는 투자자들이 매입을 기피한다.
태영건설 사태 여파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졌을 뿐 아니라, 시장 내 미국 3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난해 연말보다 많이 약해지면서 고금리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자 만기가 긴 회사채 투자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작년과 비교해 ‘연초 효과’가 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보통 기관 투자자들은 연말에는 채권을 매입하지 않고 이듬해 연초 채권 투자에 자금을 집행한다. 기관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기업들도 주로 새해 들어 회사채를 적극 발행해 연초에는 수급상 활기를 띤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낮은 크레디트 스프레드(가산금리·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로 인해 회사채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감소했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라는 이벤트가 발생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면서 “작년 연초와 비교해 수요예측 경쟁률도 크게 낮아 수요가 크게 약해졌음을 느낀다”고 밝혔다.
수요예측 흥행이 주로 AA급에서만 확인됐다는 점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 사태의 여파가 다른 대형 건설사로 확산하지 않는다는 ‘베스트 시나리오’에 근거하더라도 우량 등급으로의 쏠림 현상과 우량-비우량 등급 간 양극화 현상은 한동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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