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올해 금융지주사들이 또 한번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주요 금융지주사 수장들은 올해 경영 핵심 키워드로 ‘안정’과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연초부터 조직 슬림화, 퇴직금 및 성과급 축소 등 허리를 졸라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외부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의 위기의식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 올 실적도 ‘역대급’ 기대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속되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도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연간 실적이 전년대비 소폭 개선되며 역대급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4대 금융지주의 연간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7조2316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실적 전망치인 16조5510억원 대비 4.1% 가량 늘어난 수치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KB금융지주가 5조1968억원으로 연간 순익 기준 ‘5조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해당 예상치가 현실화될 경우 KB금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리딩금융 왕좌를 유지하게 된다.
이어 신한금융이 전년 대비 4%가량 성장한 4조9219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이 각각 전년 대비 4.5%, 5.7% 개선된 3조9433억원과 3조1696억원의 연간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실적 성장의 배경으로는 전반적인 긴축 완화 기조로 인한 대출심리 개선, 이에 따른 대출 잔액 확대와 이자수익 증가가 거론된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경우 금리 인하의 여파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의 하락은 불가피하겠지만, 대출 총량의 증가로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역대급 수준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한 만큼 올해는 상대적으로 그간 보수적으로 대응해 온 충당금 적립 규모도 다소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한다.
이밖에 그동안 금융지주사들이 집중해 온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도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꿈틀대기 시작한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이 올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업권의 성장도 시장 상황에 따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상생금융 강화 방안에 따라 올해 및 내년 실적은 가변적”이라면서도 “다만 상생금융 강화에도 불구, 은행 이익은 내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밋빛 전망?’ 경계하는 은행권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같은 장밋빛 전망에 대해 정작 은행권 내부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다.
상생금융을 포함해 홍콩 H지수 주식연계상품(ELS) 사태,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위기 등 연초부터 금융권에 불어닥친 일부 악재가 단순히 일회성 이슈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의 경우, 그간 은행권이 집중해온 ‘비이자 부문’ 실적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당수 은행이 비이자 이익 확대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ELS와 같은 ‘투자 상품’ 영역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대다수 은행은 관련 사태가 불거진 이후, 즉각 홍콩H지수 ELS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같은 흐름이 전체 ELS상품 나아가 투자상품 영역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에도 무게가 실린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만약 이번 이슈가 불완전판매로 결과가 날 경우, 은행들의 ELS사업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연스레 비이자이익 부문 실적 또한 지난해 대비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연초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계열사가 나란히 조직 슬림화, 퇴직금 및 성과급 규모 축소 등의 조치를 단행한 것도 이러한 실적 감소 등의 위기의식과 맞물려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수익성 감소 그리고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가 끝날 것이란 내부 분위기에도 여전히 금융당국의 상생압박 등 변수가 여전한 만큼, 리스크관리를 위해 우선적으로 허리를 졸라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치라는 것이 은행권 안팎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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