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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 때 사과를 4등분 해서 하루엔 한쪽씩만 먹었다” “삶은 계란 두개를 먹고, 탄산수만 마셨다. 배가 고프니까” “물만 마시고 버티다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어요”
유명 아이돌들이 연습생 시절 소속사로부터 혹한 다이어트를 비롯해 성형을 강요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연예기획사가 가장 많이 등록된 서울시의회가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동안 소속사는 아이돌 연습생 등에게 ‘뼈말라’(키-120 이상인 몸무게) 체중을 강요하는 등 극단적인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김규남 시의원(국민의힘·송파1)이 발의한 ‘서울시 청소년 문화예술인의 권익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해 12월 제321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했다.
시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등록된 연예기획사 4774곳 중 82.3%(3930곳)이 서울에 등록돼 영업을 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서울에서 대부분 아이돌 발굴·육성·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이런 상황에서 아이돌 연습생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근거는 미비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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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는 이번에 통과한 조례를 근거로 체중 감량과 성형 강요 등 청소년 연습생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훼손을 막고, 유사 위험 사례가 보이면 조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연습생 심리 검사, 상담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데뷔에 실패하거나 계약이 만료·해지된 아이돌 연습생의 경우 진로 상담을 지원해 새로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그간 기획사 등 관계자 주도로 아이돌 연습생·데뷔조에 대한 체중 관리 등이 이뤄졌던 사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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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AOA의 설현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제 키가 167cm인데 소속사가 정해준 몸무게는 48kg이었다”며 “내가 너무 잘 먹어서, 다이어트가 너무 힘들어 연예인을 그만둘까 고민까지 했다”고 털어 놓았다. AOA의 임도화도 최근 “엄청 굶었다”며 “그땐 사과를 4등분 해서 하루에 한 쪽만 먹는거다. 아니면 계란 두 개를 삶아서 먹고, 탄산수를 계속 마셨다. 배고프니까”라고 털어놓았다.
이번 조례를 놓고 김규남 시의원은 “K팝 열풍으로 대한민국 문화 콘텐츠가 전세계로부터 주목받지만, 주역인 아이돌이 성장하기까지 도사리는 위험과 불안은 모두 어린 연습생 개인의 몫”이라고 했다. 그는 “청소년 아이돌 연습생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연습생이 안정적 성장 시기를 보낼 수 있도록 서울시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