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일본프로야구에서도 ‘김강민 사태’가 벌어질 ‘뻔’했다. 하지만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강민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것과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만 ‘158승’을 쌓은 레전드 와다 츠요시의 보상선수 이적은 결국 ‘오보’로 판명이 났다.
일본 ‘닛칸 스포츠’는 11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세이부 라이온스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체결한 내야수 야마카와 호타카의 보상 선수로 투수 와다 츠요시를 지명하기로 결정했다”는 매우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와다는 지난 2002년 다이에 호크스에 입단,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유니폼을 입었던 시절을 제외하면 줄곧 소프트뱅크의 유니폼만 입은 리빙 레전드다. 와다는 2003년 26경기에 등판해 189이닝을 소화하며 195탈삼진, 14승 5패 평균자책점 3.38의 엄청난 성적을 거두며 ‘신인왕’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그해 소포트뱅크는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기쁨을 맛봤다.
무려 ’14승’을 수확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와다는 이듬해에도 10승(6패)을 수확하며 좋은 기세를 이어갔고, 200년까지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손에 넣으며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2008-2009시즌의 경우 부상 등의 이유로 각각 8승과 4승에 머물렀지만, 2010시즌 26경기에서 17승 8패 평균자책점 3.14로 퍼시픽리그 ‘다승왕’ 타이틀을 품었고, 2011년 16승 5패 평균자책점 1.51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에서는 최고의 선수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와다는 볼티모어 오리올스 입성 첫 시즌부터 토미존 수술을 받는 불상사를 겪었고, 2014-2015시즌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고 뛰었으나, 두 시즌 통산 성적은 21경기(20선발)에서 5승 5패 평균자책점 3.36을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그 결과 와다는 2016시즌에 앞서 ‘친정’ 소프트뱅크 유니폼을 입고 복귀했다.
미국에서의 활약은 아쉬웠지만, 일본으로 돌아온 뒤 와다는 건재함을 뽐냈다. 와다는 복귀 첫 시즌부터 15승을 쓸어 담으며 다승왕과 함께, 승률왕 타이틀까지 품었다. 이후 와다는 팔꿈치 부상 등으로 인해 단 한 번도 10승 시즌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소프트뱅크에서만 총 326경기(38완투)에 등판해 2073⅓이닝을 소화, 158승 87패 평균자책점 3.18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전설적인 선수다.
특히 와다는 국내 야구팬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와다는 지난 2004년 아테네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 대표팀으로 뛰었고,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출전한 바 있다. 와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동메달, 2006 WBC에서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런 ‘원클럽맨 리빙레전드’ 선수가 FA(자유계약선수) 보상 선수로 세이부 라이온스로 이적한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마치 2001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에서 SK 와이번스의 지명을 받은 뒤 지난해까지 ‘원클럽맨’으로 활동했던 김강민이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 이글스의 선택을 받고 팀을 옮기게 된 거과 다름이 없었다. 보상선수와 2차 드래프트의 경우 성격이 다르지만, 구단을 대표하는 ‘레전드’가 보호선수 명단에 묶이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닛칸 스포츠’의 보도가 나온 이후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일본 야구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그 충격이 배가 된 이유도 있었다. 바로 와다가 보상선수로 이적하게 된다는 보도가 나온 배경이다. 지난해 WBC 대표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일본을 대표하는 ‘슬러거’ 야마카와 호타카의 보상선수였기 때문인데, 야마카와는 지난해 ‘성폭행’ 혐의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세이부는 야마카와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의 중징계를 내릴 정도로 사안이 심각했고, 소프트뱅크는 야마카와를 영입할 때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회장은 팬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있을 정도다. 이로 인해 소프트뱅크에 등을 돌린 팬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와다의 세이부 이적은 ‘오보’로 판명이 났다.
일본 ‘풀카운트’를 비롯한 현지 복수 언론은 11일 오후 야마카와의 보상선수로 이적하는 선수는 와다가 아닌 카이노 히로시라는 소식을 전했다. ‘풀카운트’에 따르면 카이노는 “갑작스러운 일이다. 소프트뱅크에 정말 많은 신세를 졌는데, 감사하다.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해 기대에 못 미쳤겠지만, 팀 동료들과 감독님, 코칭스태프 등이 따뜻하게 대해줘서 감사했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카이노는 지난 2018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소프트뱅크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 2019년에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일본 대표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건 최고 160km의 강속구를 뿌리는 파이어볼러. 2023시즌 카이노는 46경기에 출전해 3승 1패 8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53을 마크, 1군 통산 4시즌 동안 160경기에서 7승 8패 41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 중이다.
와다가 보상선수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었지만, 지난 2022시즌부터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는 카이노의 이적은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풀카운트’는 “일부 보도에서는 와다 츠요시의 이름도 거론됐었다. 때문에 안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러나 실적이 있는 우완의 이적에 충격을 받은 팬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일본판 ‘김강민 사태’는 결국 해프닝에 그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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