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탈당하자 민주당 인사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뿐 아니라 친낙(친이낙연)계로 평가 받아온 의원들도 이 전 대표의 이탈에 반발하며 당의 단합을 촉구했다.
이 같은 전방위적 공세의 배경에는 이 전 대표의 이탈이 불러올 파장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제3지대 빅텐트’ 구성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과, 현역 의원들의 추가 탈당 여부 등이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게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진보와 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제3세력 구축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특히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준비위원장과의 연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그간 이 전 대표는 수차례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언급하며 이 위원장과 정치적 노선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제3지대 빅텐트가 정체성 확립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아울러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 하겠다고 밝히면서 통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 위원장의 개혁신당에 대해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 위원장은 청년 정치를 상징하는 분, 저는 경험 많은 정치인의 대표격으로 돼 있지 않느냐. 그런 점에서는 세대통합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며 이 위원장이 강조하는 ‘세대포위론’에도 공감을 표했다.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 |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른바 ‘낙준(이낙연·이준석)연대’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거대 양당에 맞서는 제3세력이 힘을 합칠 경우 총선에서 유의미한 원내 의석수를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뒤따른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은 신당 간 합당이든 선거연대든 총선을 앞두고 당연히 뭉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소위 제3지대 빅텐트라고 하는 세력이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며 “적어도 비례대표 의석의 20%는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중진 의원도 “이 전 대표가 혼자 신당을 끌고 간다면 영향력이 미미하겠지만, 이준석과의 연대가 성사되면 이야기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최소 20~30석은 가져갈 것”이라 내다봤다.
현역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에게 부담이다. 현재로선 그 규모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공천 과정에서의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면 ‘도미노 탈당’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공천 심사과정과 예비후보를 가려내는 과정에서 비명·반명들에 대한 배제가 많아지면 구멍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전날 129명의 민주당 의원이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만류하는 기자회견문에 연명했지만 35명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오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어떤 의원들은 ‘저는 서명 안 했습니다’라고 연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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