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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했던 SSG 사인 앤드 트레이드 이지영 영입 비화… 지명권 내줄 만큼 이게 안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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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키움과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SSG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포수 이지영 ⓒSSG랜더스
▲ 12일 키움과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SSG 유니폼을 입은 베테랑 포수 이지영 ⓒSSG랜더스

▲ 베테랑 포수 이지영은 고향 팀에서 새로운 유니폼을 입었다 ⓒ키움 히어로즈
▲ 베테랑 포수 이지영은 고향 팀에서 새로운 유니폼을 입었다 ⓒ키움 히어로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3년 시즌 뒤 나란히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던 두 포수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지영(38)은 기회를 얻으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고, 반대로 김민식은 예상치 못했던 시나리오에 FA 협상 전략이 꼬였다. 키움은 핵심적인 지명권을 얻어 성공을 거뒀고, SSG는 지명권을 주기는 했지만 급한 대로 젊은 포수들의 멘토가 될 만한 선수를 얻었다.

SSG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12일 베테랑 포수 이지영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 소식을 알렸다. SSG는 ‘키움 히어로즈와 현금 2억5000만 원과 2025년 3라운드 신인 지명권을 조건으로 포수 이지영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키움도 같은 시간 이지영이 트레이드됐다는 소식을 짤막하게 알렸다. 이론적으로 예상을 하거나 시나리오만 점쳐봤던 가능성이 현실이 된 것이다. 잠잠하던 FA 시장에도 큰 파동이 생겼다. 

이지영은 이번 트레이드 이전 2년 총액 4억 원에 연봉 계약을 마친 뒤 사인 앤드 트레이드됐다. 연봉 총액 3억5000만 원에 인센티브 5000만 원이 골자다. 즉, SSG는 2년 총액 6억5000만 원과 2025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으로 이지영을 영입한 셈이 됐다. 

SSG는 이지영이 젊음으로 개편된 팀 포수진을 이끌어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SSG는 보도자료를 통해 ‘포수진 보강과 투수진의 안정화를 위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고 설명하면서 ‘이지영은 통산 1,270 경기에 출장해 포수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으며, 타자로도 통산 타율 0.280, 942안타, 368타점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지영은 2013년 이후 매년 100경기 전후 게임을 소화하는 등 내구성이 좋고 꾸준한 기량을 갖춘 선수로 알려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지영은 2008년 삼성 라이온즈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고 이후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해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했다. 2020년에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해 주전 포수로 선수단을 이끌며 많은 경험을 쌓았다’면서 ‘특히 2022년에는 준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전 경기 선발 출장하며 키움의 포스트시즌 선전에 크게 기여했으며, 2023년에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자신의 기량을 인정받았다’며 이지영의 경력을 설명했다.

SSG는 ‘16년간 모범적인 선수 생활과 우수한 기량을 보유한 이지영이 구단의 투수진을 이끌어주고 젊은 포수진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전력 이상의 효과를 기대했다. SSG는 현재 올해 포수 전력으로 확정된 박대온(29) 신범수(26) 조형우(22)가 모두 20대 포수에 1군 풀타임 주전 경력이 없다. 이지영이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아직은 충분히 1군 전력에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SSG는 이지영이라는 깜짝 카드를 선택했을까. 역시 내부 FA로 나온 김민식(35)과 협상이 쉬이 풀리지 않았다는 게 결정적이었다. 김재현 SSG 단장 또한 트레이드 직후 ‘스포티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를 인정했다. 김민식 협상에서 차이를 쉽게 좁히지 못하자 새해 들어 이지영 트레이드를 논의했고, 결국은 키움의 사정과 맞물려 이지영 영입에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 SSG는 김민식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의 요구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곽혜미 기자
▲ SSG는 김민식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의 요구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곽혜미 기자

▲ SSG는 김민식 협상이 답보 상태에 놓이자 이지영이라는 플랜B로 선회했다 ⓒSSG랜더스
▲ SSG는 김민식 협상이 답보 상태에 놓이자 이지영이라는 플랜B로 선회했다 ⓒSSG랜더스

◆ 비하인드 : 김민식과 이견 좁히지 못했다… SSG 새해부터 플랜B로 선회

SSG는 이번 오프시즌 가장 주요한 목표가 바로 포수진 정비였다. 그간 SSG는 오랜 기간 팀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던 이재원에 김민식, 그리고 2020년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흥련까지 세 명의 포수들이 돌아가며 마스크를 쓰는 형태였다. 여기에 팀 내 최고 포수 유망주인 조형우가 가세했다. 근래 5년을 따지면 네 명의 포수가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홈플레이트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올해 큰 변화가 생겼다.

당장 팀의 주전 포수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이재원이 팀을 떠났다. 이재원은 근래 들어 계속된 기량과 경기력, 그리고 성적 하락을 겪던 중이었다. 팀 내 입지가 약해졌다. 지난해에는 1군 27경기 출전에 그칠 정도로 팀 내 입지가 좁아져 있던 상황이었다. 이런 흐름을 뚜렷하게 감지한 이재원은 시즌이 끝난 뒤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해 마지막 불꽃을 불살라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고심 끝에 구단도 이를 수락했고, 결국 이재원은 한화로 이적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11일에는 이흥련도 정들었던 마스크를 벗었다. SSG는 11일 ‘이흥련 선수가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구단의 원정 전력분석원으로 새출발 한다’면서 ‘이흥련 선수는 고질적인 어깨 통증이 있어 23시즌 종료 뒤 은퇴와 현역 연장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 끝에 지난 12월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SSG는 평소 이흥련 선수의 야구에 대한 이해도와 모범적이고 성실한 자세를 높게 평가해 원정 전력분석원을 제안했고, 24시즌부터 프런트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두 선수의 2024년 전력 제외는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기는 했다. 그러나 팀으로서는 가볍게 볼 수는 없는 공백이었다. 지난해 1군 공헌도는 미비했으나 급한 대로 쓸 수 있었던 베테랑 포수가 둘이나 사라졌다. 1군이 아닌, 2군 포수 운영까지 생각해야 했던 SSG로서는 적어도 포수 인원을 충원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포수 전력에 만족하지 못했고, 포수 육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SSG로서는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SSG는 지난해 11월 열렸던 2차 드래프트에서 두 명의 포수를 지명했다. 애당초 SSG는 포수 외의 다른 포지션 선수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2차 드래프트에 나온 포수 세 명을 염두에 뒀다. 이중 한 선수는 타 팀에 지명됐고, 1라운드에서 박대온(전 NC)과 3라운드에서 신범수(전 KIA)를 지명하며 포수 두 명을 보강했다. 두 선수의 보상금으로 6억 원을 쓰는 등 포수 포지션 보강에 공을 들였다. 여기에 팀 내 포수 최고 유망주인 조형우까지 포함한 미래 라인업이었다. 세 선수 모두 각자의 장점이 있는 만큼 미래는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팀의 주전 포수 김민식과 결별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어쨌든 팀 포수진의 중심은 김민식이 잡아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장 김민식은 지난해 122경기에 나선 팀 부동의 주전 포수였다. 타격 성적이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팀의 주전 포수로서 투수들을 잘 이끌었고 여기에 블로킹이나 도루 저지 등에서도 평균 이상은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박대온 신범수 조형우까지 나머지 포수들은 1군 풀타임 경력이 없었다. 이들을 믿고 한 시즌을 간다는 건 너무 큰 모험이었다. SSG가 김민식 FA 협상에 임한 이유다.

하지만 협상이 쉬이 풀리지 않았다. 양자는 FA 시장이 열린 뒤 약간의 탐색전을 거쳐 12월부터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세 차례 정도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견이 적지 않았다. 계약 기간, 총액, 총액 중 보장 비율 중 어느 하나 의견이 맞아 떨어지는 게 없었다. 그래서 협상이 공전됐고, 12월 말에는 아예 특별한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채 새해를 맞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 SSG와 김민식은 지난 주까지도 협상을 벌였으나 모든 상횡이 순식간에 변했다 ⓒSSG랜더스
▲ SSG와 김민식은 지난 주까지도 협상을 벌였으나 모든 상횡이 순식간에 변했다 ⓒSSG랜더스

그 사이 SSG는 김재현 신임 단장이 선임됐고, 이에 김민식과 협상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김 단장도 부임 직후 “김민식은 필요한 선수”라면서 협상을 계속 이어 갈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SSG도 협상 이견을 좁히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계약 기간도 당초 안보다 진보한 안을 두 가지 만들어 전달했고, 그에 따라 총액도 올랐다. 김민식 측도 첫 요구액에서 조금 양보할 뜻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주에는 최종 타결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마지막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SSG도 더 이상 김민식만 고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SSG 관계자는 “김민식 협상에서 우리가 우리 주장을 고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첫 제안에서 총액과 인센티브 비율 수정 등 몇 차례 양보한 수정안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김민식 측이 고개를 끄덕이지 않자 SSG는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역시 같은 FA 신분으로 원 소속팀 키움과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었던 이지영이 눈에 들어왔다. 김재현 SSG 단장은 “협상이 오래 전 시작된 건 아니다. 열흘 정도 됐다”고 설명했다. 즉, 김민식 협상이 지체되자 새해 들어 플랜B로 떠오른 선수가 이지영이라는 것이다.

SSG는 지난 주까지도 김민식 협상 테이블에 앉아 조건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에이전시에서 원한 부분의 일부를 SSG가 수용했으나 에이전시는 그보다 더 높은 금액을 받아야 한다고 확답을 주지 않으면서 이날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자신들이 만든 최종안이자, 여기에는 도장이 찍힐 것이라 생각했는데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결국 SSG는 이 시점에서 김민식 FA 계약 대신 이지영 트레이드가 더 수월하다는 최종적인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지영의 경우는 SSG행에 긍정적이었고, 연봉에도 크게 욕심을 내는 건 아니었다.

김재현 단장은 “이지영 선수도 우리 팀으로 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번 주 들어 본격적으로 키움과 카드를 맞춰보기 시작했다. 어차피 키움은 지명권을 요구하고 있었고, SSG도 내줄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그렇게 2025년 3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2억5000만 원을 묶어 키움에 보냈다. 이지영은 트레이드 전 키움과 2년 총액 4억 원에 FA 계약을 완료했고, 이날 트레이드가 최종 성사됨에 따라 사인 앤드 트레이드의 모든 절차가 끝났다.

◆ 당황스러운 김민식, 협상 조건이 불리해졌다

그렇다면 김민식 협상은 이대로 끝나는 것일까. 김재현 단장은 “협상의 창구가 닫힌 것은 아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협상 전략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FA 협상에서 기본은 대다수 원 소속팀과 협상이다. 그 금액이 타 팀 협상의 기준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 팀이 선수를 영입하려면 대개 원 소속구단보다는 더 좋은 금액을 제시해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SSG의 조건은 이제 지난 주보다 훨씬 더 낮아질 전망이다.

SSG는 이미 포수진에 꽤 많이 투자했다. 당장 2차 드래프트에서 보상금으로 6억 원을 썼고, 이번에 이지영을 영입하면서 현금 2억5000만 원을 추가로 썼다. 2년 총액 4억 원의 FA 금액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8억5000만 원을 포수 보강에 쓴 것이다. 게다가 피 같은 3라운드 지명권까지 보냈다. 전면 드래프트 체제에서 3라운드 지명권은 예전의 2차 2라운드 지명권과 같다. 굉장히 높은 순번이다. 

김민식은 2022년 시즌 중반 비FA 다년 계약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팀을 생각하는 김민식의 로열티가 떨어지는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제안을 거부할 만한 당위성이 있었다. 당시 SSG의 제안액은 샐러리캡 여유분을 거의 탈탈 턴 수준이었다. 그 이상을 주기는 불가능했다. 반면 김민식은 달아오른 포수 FA 시장에 주목했을 것이다. 주전급 포수라고 하면 억소리가 날 정도로 포수 FA들이 금값 대우를 받을 차례였다. 

실제 2022년 시즌 후 양의지 유강남 박동원 박세혁 등 포수들이 FA 시장을 주도하면서 김민식 측의 판단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게다가 가장 근접한 비교 대상인 김태군이 3년 총액 25억 원에 KIA와 비FA 다년 계약을 하면서 기대감도 커졌다. 그런 상황에서 SSG라는 협상 창구가 예상 못한 선택을 했으니 당황스러울 수는 있다. 

▲ SSG 포수 최대 유망주로 뽑히는 조형우 ⓒSSG랜더스
▲ SSG 포수 최대 유망주로 뽑히는 조형우 ⓒSSG랜더스

▲ 이지영은 투수들을 이끄는 안정적인 리드 능력이 돋보인다 ⓒ키움 히어로즈
▲ 이지영은 투수들을 이끄는 안정적인 리드 능력이 돋보인다 ⓒ키움 히어로즈

SSG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조건도 수정될 수밖에 없다는 태도다. 1년 반 전 비FA 다년 계약을 제안할 때의 상황, 그리고 올해 FA 시장에서의 상황이 달랐고 그 달라진 상황에 맞춰 금액을 제시했다는 게 SSG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지영의 영입으로 김민식에 대한 필요성이 조금 더 낮아진 만큼 당장 지난 주의 협상 조건을 그대로 제시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단 지난 주보다 훨씬 더 낮은 금액이 새로운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김 단장도 “협상 창구가 닫히지는 않지만 (조건이) 많이 바뀌는 건 사실일 것”이라면서 “여기서 한 공헌도가 있기 때문에 우선 창구는 열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식이 이 조건을 받고 잔류하느냐, 아니면 타 팀의 오퍼를 받아 이적하느냐는 이제 선수의 선택으로 남았다. 다만 타 구단들도 SSG의 원래 오퍼와 낮아진 오퍼를 어느 정도는 입수할 만큼 협상에서 불리해진 상황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타 구단의 관심이 아예 없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주와 지금은 또 다른 상황이 됐다. 구단이 협상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이다. 

당장 김민식 측의 대응 방안이 주목되는 가운데, 타 팀 이적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SSG가 조건을 내림에 따라 김민식의 기본적인 협상선 자체가 낮아졌고, 이에 주전 혹은 백업 포수가 필요한 팀들이 나설 수도 있다. 김민식은 2015년 1군에 데뷔해 1군 통산 821경기에 뛴 비교적 경험이 많은 포수다. 35세의 나이가 포수 치고 많다고도 할 수 없다. 1군 통산 타율 0.227, 24홈런, 214타점의 공격 성적이 특별해보이지는 않지만 포수 포지션을 고려해야 하고, 수비력은 아직 쓸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민식 영입전에 뛰어드는 팀들이 있을지도 관심이다.

◆ 극적으로 고향 팀 찾은 이지영, SSG는 무엇에 주목했나

이번 트레이드의 극적인 승자 중 하나는 이지영이라고 할 만하다. 이지영은 2023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었다. 그간 KBO리그에서 견실한 포수로 인정받고 있었다. 경력이 아주 화려한 건 아니었지만, 꾸준하게 1군 무대에서 활약하며 한 팀의 주전 포수와 대표팀 경력까지 손에 넣었다. 이지영이 38세까지도 현역으로 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분명히 존재했다.

제물포고-경성대를 졸업하고 2008년 삼성의 육성 선수로 입단한 이지영은 2009년 삼성에서 1군 무대에 데뷔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처음으로 한 시즌 100경기 이상에 나섰고, 이후 KBO리그 통산 1270경기에 나가는 등 제법 중량감 있는 경력을 쌓았다. 장타가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통산 타율이 0.280에 이를 정도로 콘택트 능력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고, 여기에 안정된 수비력과 투수 리드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지영은 SSG와 한 번의 인연이 있다. 바로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삼각 트레이드에 엮인 것이다. 당시 삼성 소속이었던 이지영은 SSG(당시 SK)-삼성-키움이 엮인 삼각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바꿔 입었던 경력이 있다. 당시 작전수행능력이 좋은 선수를 찾고 있었던 SK는 키움으로부터 고종욱을 영입했고, 장타자를 찾고 있었던 삼성은 SK로부터 김동엽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키움은 포수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지영을 영입해 서로의 필요성을 채웠다.

이지영은 이후 키움의 주전급 포수로 활약했다. 박동원과 마스크를 나눠 쓰며 꾸준하게 100경기 이상에 나갔다. 2019년에는 106경기, 2020년에는 101경기, 2021년에는 108경기에 나갔으며 박동원이 KIA로 트레이드된 이후로는 팀의 명실상부한 주전 포수가 돼 2022년 137경기에 나갔다. 137경기 출전은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출전이었다. 

▲ 키움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고 떠난 이지영 ⓒ곽혜미 기자
▲ 키움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고 떠난 이지영 ⓒ곽혜미 기자

▲ SSG는 이지영의 안정감과 노련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SSG는 이지영의 안정감과 노련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하지만 키움은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김동헌이라는 포수를 지명했고 이지영 대신 김동헌을 더 적극적으로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나이가 많은 이지영 대신 김동헌을 투입해 경험을 쌓게 하고, 한편으로는 24세 이하 선수들로 꾸려지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심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지영의 지난해 출전 경기 수는 81경기로 뚝 떨어졌다. 타석 수도 2022년 450타석에서 지난해 237타석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런 이지영에게 키움이 적극적인 FA 협상을 하지 않은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협상에 이렇다 할 진전이 있다는 소문이 없었다.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만 38세의 포수였고, B등급으로 보상 문턱도 제법 높았다. 갈수록 선수가 불리해지는 여건이었다. 자신의 예상보다 낮은 금액에 사인한다고 해도 팀 주전 포수를 되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이지영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에 순순하게 응한 하나의 요소였을 것으로 풀이된다.

SSG는 이지영의 노련미를 유심히 지켜봤다. 김재현 단장은 “우리 내부에서 이지영 선수에 대한 평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영입하게 됐다”면서 “이지영 선수가 육성선수부터 시작을 했다. 내가 봤을 때는 상당히 성실했다. 포수적인 부분도 좋고, 우승 경험도 있다. 경기 흐름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올해 성적도 내야 하지만 육성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후배들도 이 선배를 보면서 배울 수 있는 게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영입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지영으로서는 고향팀에서 마지막을 불태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지영은 인천이 고향이다. 어차피 남은 현역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은 이지영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마지막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구단이다. 이지영은 사인 앤드 트레이드 이후 SSG 구단을 통해 “먼저 나의 가치를 인정해 준 SSG에 감사드리며, 고향인 인천에서 선수 생활을 하게 돼 뜻 깊다. 나를 믿고 영입해 주신 만큼 올 시즌 SSG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게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겠다. 올 시즌 팀 승리에 많이 기여해 팬들에게 사랑받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면서 “마지막으로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키움 히어로즈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자신을 성원해준 고척의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올렸다.


CP-2022-0020@fastview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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