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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009410)에 대한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이 개시되면서 당장의 유동성 위기에서는 벗어났으나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졸업까지 수년이 예상되는 데다 실사에 따라 워크아웃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 등으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등 단기간에 반등하기가 어려운 만큼 건설 업계 내부의 위기감도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의 결의서를 전날 자정까지 접수한 결과 동의율 96.1%로 워크아웃이 개시됐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에 채권액을 신고한 기관을 기준으로 최종 집계한 결과 채권단 규모는 512곳, 채권액은 21조 7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채권자협의회는 4월 11일까지 모든 금융채권에 대해 상환을 유예하며 외부 전문 기관을 선정해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 부채 실사를 실시한다. 이후 실사 및 평가 결과에 따라 기업 개선 계획을 수립해 협의회에서 의결한다.
다만 워크아웃 개시와 별개로 졸업까지는 갈 길이 멀다. 태영 측이 자구안을 성실하게 이해하지 않거나 실사 과정에서 대규모 우발 부채 등과 같은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이 중단될 수도 있다. 그간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사들이 5~10년의 구조조정 기간을 거친 만큼 졸업까지도 수년이 예상된다. 2001년 워크아웃이 개시된 현대건설은 2006년 졸업했고 2010년 워크아웃이 시작된 금호산업(현 금호건설)도 2015년에 졸업했다.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의 자회사였던 삼호는 7년, 고려개발은 8년 만에 졸업했다. 이 밖에 동문건설과 신동아건설 역시 각각 10년과 9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다. 1998년과 2010년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벽산건설과 남광토건, 우림건설, 중앙건설, 한일건설 등은 워크아웃 도중 채권단과의 이견으로 유동성 위기가 재발해 법정관리로 선회했다. 결국 벽산건설과 우림건설 등은 청산됐다. 금융위원회가 2012~2021년 기업은행에서 선정한 부실 징후 기업 1348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워크아웃 구조조정 성공률은 34.1%에 그쳤다.
건설 업계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로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위기감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가 30조 원에 달하는 등 여전히 큰 데다 최근 들어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PF 보증 규모가 큰 건설사들도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건설의 경우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미착공 PF 3조 2000억 원 가운데 2조 4000억 원 규모에 대해 장기로 조달 구조를 전환하는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은행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중 협의를 마치면 다음 달 초 롯데건설과 금융기관이 협약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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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반등이 유일한 해법이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인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이 같은 요인이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도 낮다.
이처럼 시장 경색이 계속되면서 건설 업계는 지난해보다 더욱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때는 수익률이 10%를 밑돌 것으로 보이는 사업에도 뛰어들었지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및 임금 인상 등으로 수익성까지 악화되면서 올해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수주에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PF 업계 관계자도 “지금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표현이 나오는 시기여서 다들 숨죽이고 있다”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와 별개로 시장에는 여전히 PF발 폭탄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부동산 PF 사업장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이후로 현재까지 국내 단기금리가 하향 안정화되고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도 대체로 정상 차환되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한 뒤 “다만 부동산 PF에 대한 전반적인 경계감이 상존하는 만큼 적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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