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영상·신혜원 기자] “2022년 12월 1차 하락의 트리거가 금리였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금리만 내려오면 집값이 무조건 올라갈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공식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금리가 조금 내려간다고 해서 집값이 대세 상승으로 가기는 어렵습니다. 더욱이 금리 인하,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잘 해야 한 번이고요, 안 내릴 수도 있습니다.”
‘금리’는 부동산 시장 흐름을 예측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변수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3차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에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리가 부동산 가격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해 하반기 금리인하가 현실화되며 부동산 반등 시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금리인하 여부와 관련해 ‘속단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헤럴드경제 투자·재테크 전문 콘텐츠 ‘부동산360’ 유튜브 채널에서 만난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금리는 내려야 내리는 것”이라며 “제일 걱정되는 건 미국에서 세 차례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사람들 마음 속에선 이미 0.5%포인트 내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부터 조정장에 들어왔고 중간 터널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낙관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이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과 관련해 지나친 낙관주의를 경고한 건 아직 ‘2차 하락’이 오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부동산 시장의 더블딥(double dip·경기침체 후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소장은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매수자가 유리하지만 10년 중 6~7년은 이기고 3~4년은 지는 게임”이라며 “져도 한 번에 지지 않고 충격이 왔을 때 1차로 지고 다시 일어나 당기다가 힘이 부족할 때 지쳐서 한번 더 지는 것이다. 1차 하락은 2022년 말 미국 충격으로 왔고, 2차 하락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아마 지쳐서 한 번 더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더블딥이 오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대세 상승으로 전환될 수 없다는 게 김 소장의 시각이다. 그는 “금리가 중요한 포인트는 맞고 잠깐 반등 정도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의 예상보다 확 떨어지지 않는 한 상승이 이어지기 어렵다”며 “2차 하락이 2024년에 올지 2025년, 2025년에 올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데 올해 단기간에 2차 하락이 온 다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는 조금 더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그는 “상반기에는 하락하지만 폭락 수준은 아니고 하반기에는 조금 반등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올해 부동산 시장 종합 전망을 내놨다.
김 소장은 금리 외에도 시장 향방을 가를 주된 변수로 전셋값을 꼽았다. 올해 아파트 전세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 그는 전셋값이 매매가격의 하방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향후엔 밀어올릴 수 있지만 당장 올해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의 영향으로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아파트로 이동하고 관망세로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이동한다”며 “그러나 올해 입주 물량은 줄어든다. 공급이 줄어드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전셋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셋값 상승이 누적되면 매매가의 상승 요인이 되고 나중에는 분명히 밀어올리지만 올해 1년 만에 그렇게 되기엔 역부족”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또한 장기적으로 집값에 영향을 줄 요인이라고 봤다. 김 소장은 “부실 사업장 또는 부실 건설사가 정리된다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다. 그렇게 되면 미분양이 늘어나고 분양 시장이 더 위축되는 것”이라며 “결국 공급 부족으로 3~4년 후 물량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만 놓고 보면 심리적 위축을 일으키는 요인”이라며 “정부나 국회 입장에서 다뤄야 할 최우선 과제가 미분양과 PF”라고 했다.
이렇듯 여러 시장 변수들을 짚은 김 소장은 내집마련을 고민하는 무주택자의 주택 매수 시기는 ‘최고점 대비 20% 이상 조정된 급매물이 나왔을 때’라고 조언했다. 다만 조정장인 만큼 무리하게 매수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자금력이 되고 필요한 무주택자라면 사도 된다”며 “지난 2022년 12월 수요자들이 둔촌주공 청약을 왜 안 했겠나. 막상 떨어질 때 들어가는 건 굉장히 어렵다. 최고점 대비 30% 이상이면 더 좋고, 20% 이상 조정된 급매물이라면 들어가도 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조정의 터널을 지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내집마련하는 단계는 절대 아니다”며 “부동산은 상승장일 때 사는 것이고 조정장일 때는 기다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금력을 갖춘 무주택자가 매수를 고려해볼만한 지역으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사업성이 좋은 재건축 단지, 1기 신도시 지역 등을 추천했다.
김 소장은 “기본적으로 가격이 많이 떨어진 지역이 좋고 GTX와 같은 개발 호재가 있는 곳들은 상승분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살펴보고 매수하는 것이 좋다”며 “용적률이 낮은 목동이나 상계동 등 재건축 단지도 눈여겨볼만하다”고 했다. 이어 “1기 신도시 특별법과 같은 개발 호재가 있는 분당, 일산, 산본, 중동, 평촌도 알아보는 것이 좋다”며 “(정비사업) 시간이 오래걸리더라도 수많은 재건축 절차의 플래카드가 붙을 때마다 가격이 올라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