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작년에 준비를 너무 많이 하다가 그렇게 됐다.”
돌아보면 아쉽지 않은 시즌이 있었을까. 그래도 키움 히어로즈에 2023시즌은 너무너무 아쉬운 시즌이었다. 시즌 중반 리빌딩으로 급선회했으나 본래 계획한 시나리오가 아니었다. 키움은 2023시즌을 앞두고 FA 이형종과 원종현을 영입했고, 정찬헌도 붙잡으면서 키움답지 않은(?) 행보를 보였다.
과거 이택근 이후 오랜만에 외부 FA를 영입한 것이었다. 이택근도 LG에 트레이드로 내준 걸 되찾아오는 성격이 강했으니, 사실상 구단 창단 최초 행보였다. 그만큼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마지막 시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한 열망을 불태웠다.
타선과 중간계투에 베테랑의 경험을 더하면 이정후, 안우진, 김혜성이라는 강력한 코어들과 결합,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봤다. 아울러 2022년처럼 분위기만 타면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계산.
그러나 키움의 꿈은 시즌 초반에서 중반이 넘어가면서 산산조각 났다. 부상자가 너무 많이 나왔다. 원종현부터 몇 경기 던지지 못하고 이탈하더니 끝내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다. 잘 나가던 야시엘 푸이그도 부상으로 결장하더니 퇴단했다. 장수 외국인투수 에릭 요키시 역시 부상으로 결별했다. 정찬헌도 허리가 좋지 않아 수술을 결정했다. 트레이드로 데려와 비 FA 다년계약까지 안긴 이원석 역시 부상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 사이 젊은 선수들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부상자명단을 오가거나 시즌을 접는 등 계속 어수선한 흐름이었다. 이런 상황서 이정후가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발목 신전지대 부상으로 2~3개월 이상 재활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오자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이라이트는 안우진의 토미 존 서저리 결정이었다.
결국 김혜성을 제외하면 꼭 해줘야 할 굵직한 선수 전부 병원 신세를 졌다. 물론 202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돌풍이 객관적 전력 이상의 돌풍이었고, 거기서 전성기 지난 베테랑 몇 명 더 영입한다고 해서 우승까지 계산한 게 오판이었다는 뼈 아픈 외부의 지적이 있긴 했다. 이 또한 키움이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역대급 부상 퍼레이드가 팀의 사기를 꺾고, 전력까지 무너뜨린 주범인 건 맞다. 선수들이 따뜻한 애리조나 스코츠데일에서 철저히 몸을 만들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니, 키움 사람들은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12일 통화가 닿은 고형욱 단장에게 올 시즌 소망을 묻자 “부상자가 안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엔 부상자가 너무 많이 나오는 바람에 팀 운영이 어려워졌다. 캠프부터 몸을 건강히, 시즌에 잘 맞추면 좋겠다. 안 아프면 좋겠다”라고 했다.
누구보다 허탈한 사람이 단장이다. 2023시즌을 겪으면서 팀의 내실, 뎁스를 더더욱 채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타 구단들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얻은 신인지명권을 알뜰살뜰히 모아 2024 신인드래프트서 무려 14명의 선수를 뽑았다. 타 구단들보다 4명을 더 뽑았다.
고형욱 단장은 “투수 재목이 많다. 캠프를 통해 좋은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시즌은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라고 했다. 올 시즌 키움은 이정후와 안우진이 빠져나가면서 최하위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위에 거론한 베테랑들이 건강하게 돌아오면, 3년만에 돌아온 조상우, 2차 드래프트로 가세한 최주환과 결합해 돌풍을 일으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전통적으로 이 팀은 별로 기대하지 않은(?) 시즌에 돌풍을 일으켰다. 부상자가 적당히(?) 나오면 그럴 때마다 뉴 페이스가 나오며 5강 싸움을 펼쳐왔다. 팀의 애버리지라는 게 있다. 작년처럼 부상자가 나올 수 없다면, 순위싸움의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