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승리로 끝난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올해 연이어 치러지는 전세계 선거 결과에 기민하게 대응할 ‘테크 컨틴전시 플랜’ 가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14일 발간한 ‘과학기술정책 브리프’에서 “제16대 대만 총통 선거가 미-중 기술패권 경쟁 구도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친미 성향의 라이칭더 총통이 선출됨에 따라, 양안 관계의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특히 “TSMC를 포함한 대만의 첨단 반도체 산업이 정부의 전폭적 지원하에 초격차를 유지하며, 실리콘 실드 지수(Silicon Shield Index))에 있어 압도적 우위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대만 총통 선거를 기점으로 미국 대선까지 글로벌 유권자의 선택에 기민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과학기술 혁신전략이 필요한 한 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 저자들(이현익·조원선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발간한 ‘미국은 삼성을 위해 TSMC를 희생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도체 기술의 기정학적(기술과 지정학의 합성어) 안전 척도로 ‘실리콘 실드 지수’를 제안하고 한국(삼성전자)이 대만(TSMC)에 비해 모든 항목에서 크게 밀린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현익 부연구위원은 “글로벌 선거의 해인 올해는 1월 대만 선거를 시작으로 유럽연합 의회 선거(6월), 미국 대선(11월)까지 불확실성이 큰 정치 이벤트들이 예정된 만큼, 불가피한 변화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위기를 얼마만큼 잘 관리했는지에 따라 국정운영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며 “민첩한 디리스킹 전략이 필요한 한 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만 총통 선거에서 보여준 대만 유권자의 선택은 민진당의 라이칭더로, TSMC를 포함한 대만의 첨단 반도체 산업은 정부의 전폭적 지원하에 초격차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실리콘 실드 지수에 있어 압도적 우위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 반도체 산업에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국가 지도자 변수에 대한 발빠른 대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원선 부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 같은 스트롱맨 성향의 정치 지도자 등장으로, 최근 국제관계 연구에서 지도자 변수가 재조명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2024년은 국가 지도자 변수의 영향으로 ‘대외기술전략’이 빠르게 재조정되는 해 인만큼, 이에 대한 발 빠른 대처가 국익과 직결되는 결정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한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는 한국에 가장 큰 경고음을 울리고 있으며, 이는 정부가 ‘테크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성주 혁신시스템연구본부장은 “최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전 세계가 입게 될 GDP 충격은 -10.2%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이는 코로나19(-5.9%)와 글로벌 금융위기(-5.9%)를 뛰어넘는, 근래에 경험해보지 못한 충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서 “문제는 대만 GDP 감소분이 –40%, 그 다음이 한국(-23.3%)으로, 전쟁 당사국인 중국(-16.7%)보다 높다.”라고 우려를 표하며, “이는 우리가 입을 충격의 약 80%가 반도체 쇼크(-17.8%)에서 오기 때문이며,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경제구조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홍 본부장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는 올 한 해, 글로벌 선거 동향에 기민하게 대응할 ‘테크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비상계획’을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3일 대만에서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득표율 40.05%로 득표율 33.49%를 기록한 친중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캉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