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만기가 본격 도래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돼 가고 있다. 1월 중 만기 상환예정 금액은 9000억원이 넘고, 2월부터는 조 단위 규모로 늘어난다. 4월에만 2조5000억원 규모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상반기 최대고비로 예상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의 만기상환 금액은 9172억원이다. 2월은 1조6586억원으로 전달 대비 80.83% 급증, 조 단위 규모 만기가 도래한다. 3월은 1조8170억원, 4월은 상반기 최대 규모인 2조5553억에 달한다. 상반기 H지수 ELS상품 만기 규모(10조207억원)의 4분의1이 4월에 집중되는 것이다. 이후 5월(1조5608억), 6월(1조5118억원)에도 대규모 만기가 예정됐다.
ELS 만기는 통상 3년으로 지난 2021년 가입한 상품의 만기는 이달 8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기준 만기가 돌아온 H지수 ELS 상품은 3078억원 규모다. 12일 기준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한 상품 2015억원 중 1067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투자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린 셈이다.
일별 기준 이달 최대 규모는 1163억원 규모 상품의 만기가 도래한 지난 11일이었다. 오는 22일에도 하루 새 1070억원 규모 상품 만기가 닥친다. 2월은 하루 천억원이 넘어서는 날이 7일(7·16·19·20·22·26·29)이며 19일에는 하루 2372억원어치 상품 만기가 도래한다. 3월에도 천억이 넘는 날은 7일(7·8·12·18·21·22·29)이며 29일에는 무려 3072억원에 달한다.
ELS는 기초가 되는 지수가 가입 대비 만기 시점에 일정 수준 이상이 돼야 원금을 보장받는다. 상품마다 다르지만 통상 ‘녹인(Knock-in)’형 상품의 경우 녹인(가입 기간 중 기초 지수가 기준점 미만으로 하락)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만기 때 지수가 가입 당시 지수의 70% 이상이어야 원금을 보장받는다. 녹인이 발생하지 않으면 지수의 50%만 넘겨도 원금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2021년 가입해 올해 만기인 ELS 대다수 상품이 녹인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H지수는 2021년 상반기 10339.99~12228.63 사이였지만 최근에는 5000대를 등락하고 있다. 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는다면 대규모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상반기에도 현재 수준이 계속된다고 가정 시,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관련 ELS의 원금 손실 규모는 5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 “홍콩 H 관련 ELS는 2021년 상반기 발행 물량이 대거 손실을 보면서 만기 상환에 들어가기 때문에 당분간 발행에 있어서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4분기에도 1차 조기상환 실패가 일부 있었고, 1분기 초에도 이미 6개월 전 지수의 95%를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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